FINE DINING
2017년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으로 서울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에 다수의 별을 부여하면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은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으로 본다. 당시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의 국내 분교설립, 해외 유명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요리사들이 청담, 압구정, 신사동 등 강남의 주요상권에 레스토랑을 개업하면서 크게 확산되었다. 또한 해외로 나간 유학생수와 여행객 수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현지의 맛과 문화를 경험한 이들에 의해서도 견인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와인 등의 음료를 제외하고 점심 코스메뉴는 인당 3만 5천원, 저녁 코스메뉴는 인당 6만원 이상의 풀코스(full course) 메뉴를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또한, 훈련받은 서비스 담당자와 전문 소믈리에가 상주해 수준 높고 정중한 풀 테이블 서비스(full table service)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드레스 코드를 요청하기도 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파인다이닝 누구랑 가나?
파인다이닝을 골프처럼 비즈니스 미팅, 접대를 하는 자리로만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파인다이닝을 이용하는 실제 고객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하는 경우가 무려 80%에 달한다. 정작 직장동료나 사업관계자 등 비즈니스를 위해 이용하는 고객들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파인다이닝은 미식(gastronomy)을 기반으로 하는데, 미식의 사전적 의미는 ‘좋은 음식’과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나와 가족, 내 주변의 지인들과 함께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지내는 것, 오롯이 한 끼 식사를 위하여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것은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예약은 왜? 어떻게?
완벽한 맛과 서비스를 위해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사전에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는다. 일반적으로 구하기 어렵고 귀한 고급 식자재를 쓰기 때문에 원가율(cost rate)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국내 파인다이닝의 경우 평균 2.5회전이 넘는 미국과 다르게 1회전을 넘기기도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노쇼(no-show)를 줄이기 위해 예약금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다수의 고객들이 예약금제를 불편해하고, 예상보다 많은 노쇼가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매너의 기본이듯, 내가 경험하고 싶은 레스토랑의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정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들의 준비와 정성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파인다이닝의 기본적인 테이블 세팅
1. Napkin (냅킨)
2. Bread Plate (빵 접시)
3. Bread Knife (빵 나이프)
4. Place Card (좌석표)
5. Water Glass (물 잔)
6. Red Wine Glass (레드 와인잔)
7. White Wine Glass(화이트 와인잔)
8. Cup and Saucer (컵과 커피잔)
일반적으로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서비스된다.
9. Soupspoon (수프 스푼)
10. Teaspoon (티 스푼)
11. Dinner Knife (디너 나이프)
12. Dinner Fork (디너 포크)
13. Salad Fork (샐러드 포크)
14. Service Plate (서비스 접시)
15. Salad Plate (샐러드 접시)
16. Dessert Fork (디저트 포크)
17. Dessert spoon (디저트 스푼)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 및 식기(cutlery) 사용법
테이블 매너의 기본은 일반적인 매너와 같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내 앞에 펼쳐진 10개가 넘는 포크나 나이프를 보면 지레 겁을 먹기 십상인데, 사실 이러한 기물의 사용순서보다 중요한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첫째, 늘 여성이 먼저이다. 앉는 것도, 음식이 나오는 순서도 여성이 먼저이고, 와인의 서비스 순서도 여성이 먼저이다.
둘째, 테이블에 앉을 때는 레스토랑 종업원에게 상석이 어디인지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업장마다 내부 인테리어를 강조한 곳이 있고, 창 밖의 전경(view)을 강조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음식을 먹을 때 소리내지 말아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쩝쩝’ 소리를 내면서 먹는데, 정말 그래서는 안 된다. 혹 내가 소리를 내며 먹는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이라도 가장 편한 사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라. 나중에 더 큰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넷째, 빵은 양손으로 조금씩 뜯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빵이 작다고 입으로 빵을 뜯거나 잘라먹으면 안 된다.
다섯째, 비싼 와인은 조금씩 마셔라. 내가 가져왔든, 내가 결제를 하든 누구나 그 와인이 좋은 와인인지 알고 있다. 이런 와인일수록 내가 더 마실 것이 아니라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훨씬 멋있다.
여섯째, 포크나 테이블은 코스마다 양 끝에서부터 가운데로 하나씩 차례로 쓰면 종업원이 사용한 것을 알아서 걷어간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잘 훈련된 종업원이 알아서 치우거나, 필요하면 다시 가져다 준다. 끝으로 상단 가운데 가로로 놓여있는 스푼과 포크는 마지막 디저트 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곱째, 좌빵우물. 주로 결혼식 등 연회행사장에서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왼쪽의 빵이 내빵이고 오른쪽의 물이 나의 물이다. 종종 연회장의 대형 원형 테이블에 한 명이 거꾸로 잡기 시작하면 모든 사람이 거꾸로 빵과 물을 먹고 마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실수할 수 있으니 인상을 찡그릴 필요도 수정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그저 ‘덕분에 오늘은 순서가 바뀌었네요’라고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옷차림과 태도가 다른 손님의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그 공간과 시간에 따른 투자에 대해 최대의 보상을 받고 싶어한다. 이러한 최고의 보상은 레스토랑의 시설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옆 테이블에 누가 어떤 태도로 앉아 있느냐에 따라서도 극명하게 나눠진다. 상상을 해보자. 한 테이블에서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고상하게 식사를 하는 커플이 있고, 다른 테이블에서는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와 발가락을 후비며 큰 소리로 떠들며 음식을 기다리는 커플을…
메뉴와 와인 고르는 법
최근 고급레스토랑일수록 ‘블라인드’ 또는 ‘오마캬세’ 메뉴를 내놓는 추세이다. 고객들은 더 많은 식비를 지불하지만,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은 줄어들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레스토랑의 책임은 더 커지는 반면, 메뉴 선택에 대한 고객의 책임과 권한은 줄었다는 뜻이다. 즉, 가장 높은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레스토랑의 셰프와 소믈리에에게 믿고 맡기면 그만이다. 단, 아무리 최고급 레스토랑이라 할지라도 나의 예산을 미리 귀띔해주는 것이 좋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말자. 예를 들어 ‘난 브루고뉴의 복잡하고 우아한 와인보다, 보르도의 남성적인 와인이 더 좋다’라고 만 얘기해줘도 눈치 빠른 종사원들은 알아 듣고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대응해준다.
푸드 페어링, 마리아쥬(Food Pairing, Marriage)
마리아쥬(Marriage)는 불어로 결혼이라는 뜻이다. 음식과 술의 완벽한 조화는 궁합이 맞는 남녀의 완벽한 결합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즉, 음식과 와인이 완전한 조화를 이룰 때, 이를 ‘마리아쥬’라고 부른다. 파전에는 막걸리가 어울리고, 삼겹살에는 소주가 어울린다. 이러한 마리아쥬의 기본은 의외로 쉽고 단순하다. 이론적으로는 복잡한 음식에는 향과 맛이 다양하고 풍부한 복잡한 와인을, 단순한 음식에는 단순한 와인을, 달콤한 음식에는 달콤한 와인을 권한다.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주재료의 요리법과 소스에 따라, 보다 잘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고 음식과 와인의 밀도에 따른 선택도 가능하다. 다만, 실수를 줄이고 제대로 배우려면, 골프나 스키를 배울 때처럼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레스토랑에서는 소믈리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일상에서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 더욱 큰 기쁨을 느끼려면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