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인정 후폭풍

2022.12.30 10:31:22 제998호

“진단은 판독과 치료계획 수립의 근간”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지난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에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모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된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진단기기 사용이 단순히 기기를 다룰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해당 한의사가 2년여간 초음파를 68회나 사용하며 자궁내막암 2기 진단시기를 놓쳐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라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의협, “국민의 건강과 생명 흔드는 불합리한 판결”

한의협,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활용 보장해야”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이하 의협)는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초음파 진단기기를 통한 진단은 영상 현출과 판독이 일체화되어 있기에 검사자의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의료행위로서, 단지 초음파가 인체에 무해하므로 초음파 진단기기가 안전하다는 것은 극히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인 시각”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포기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향후 발생할 현장의 혼란, 국민보건상의 위해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의료계는 극도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필수 회장의 삭발투쟁, 대법원 앞 1인시위는 물론, “한 대법관 배우자가 한의사로 한방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며 불공정 판결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불복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는 “정의로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현대 진단기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루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에 필요한 도구인 현대 진단기기의 대다수는 양의사들이 발견하고 연구한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 발달의 산물이며, 이를 각자 진료에 활용하여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관찰하고 최상의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의료인에게 마땅히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라는 입장이다.

 

초음파 기기 안전성보다 ‘환자’와 ‘진단’이 중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 판단 근거가 돼야 할 ‘환자’가 빠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대법원 판결 과정에서 반대의견으로 적시된 “양의학-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했더라도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도 높다”는 지적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발단이 된 사건이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기기로 진단을 했지만, 자궁내막암이 진행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분쟁으로 이어진 건이기 때문이다.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결국 초음파검사를 통한 진단을 의미하고, 진단은 치료계획 수립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단순히 검사의 위해성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은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다”, “검사기기를 면허범위를 벗어나 사용하게 되면 환자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초음파 진단을 통해 오진을 내린 해당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반발도 있다.

 

경희치대 강수경 교수(안면통증구강내과)는 “치과 영역에서도 초음파 진단기기는 턱관절과 타액선, 저작근 등에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비급여 행위로 인정받고 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어떤 부위를 검사하고 있으며 어떤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 그 행위가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인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검사기기의 안정성과 사용의 편이성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환자에게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인은 검사의 목적과 방법, 결과 판독과 분석 및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는 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