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료실, 치과 겨냥한 사제폭발물 테러 ‘충격’

2024.09.02 14:12:35 제1079호

불만환자 대응법-현실적인 개선책 절실

 

[치과신문_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지난 8월 22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치과에서 사제폭발물 테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언론을 도배했다.

 

경찰 조사결과 범인은 이 치과에서 치료를 받아온 70대 환자로, 보철물을 씌우는 과정에서 염증과 통증이 생겼다는 이유로 치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불만 제기에 치과는 환불이나 재수술을 제안했지만, 환자는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담긴 폭발물을 직접 만들어 치료받던 치과 출입문에 두고 불을 붙였다. 폭발물이 터지면서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대피하고 화제로 병원 내부가 훼손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사제폭발물까지 동원된 범죄 소식은 치과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사건 발생 5일 뒤인 8월 27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이 환자를 구속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가 무섭다” 진료실 범죄에 두려움 커진 개원가

 

치과진료실과 의료진을 타깃으로 벌어진 흉악범죄에 “환자 보기 무섭다”는 개원가의 한탄이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의 A원장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뉴스를 접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러한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치과를 향한 흉악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폭언이나 폭행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만 모아보더라도 △2011년 오산 치과의사 살인사건 △2016년 광주 여성치과의사 흉기피습사건 △2018년 청주 치과의사 흉기피습사건 △2019년 대전 치과의사 골프채피습사건 △2020년 서울 치과의사 흉기피습사건 △2021년 양평 치과의사 폭행사건 △2023년 치과 진료스탭 흉기 피습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남양주의 한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에 불만을 품은 60대 환자가 치과 원장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묻지마 범죄’와 같은 양상이 치과진료실에서 자행되고 있는 위협에 개원가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B원장은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치과 내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거나 협박하는 환자는 부지기수”라며 “무조건 환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인지,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환자로부터 폭행사건을 직접 경험했다는 C원장은 “사건 이후 비슷한 체격의 환자만 봐도 긴장하게 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잘잘못 떠나 환자와 감정적 공감이 먼저, 최악의 상황 막아야”

 

그렇다면 매일 낯선 환자를 맞이하고 예민한 진료를 이어가야 하는 치과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한심신치의학회 최용현 회장은 “환자가 불만을 토로한 경우 가장 먼저 할 것은 환자의 불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현 회장은 “치과진료에 불만이 있는 경우 보통 사람들은 큰 소리로 화를 내거나 법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려고 하는 반면, 성격장애인 경우 스스로 징벌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행동은 성격장애거나 간헐적 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이 경우 병원의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환자의 잘못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환자는 이미 들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환자가 화를 가라앉힐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시간을 하루 이틀 달라고 한다거나, 환자의 요구사항을 환자 입장에서 판단해볼 것을 조언했다. “법원이나 상식에 준해 객관적으로 치과가 옳다고 판결이 났더라도 법과 감정은 다른 문제”라면서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 위에 있는 감정으로, 환자가 생각하는 억울함을 줄여주는 것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의료진 안전을 위한 ‘임세원법’이 통과됐고, “치과의료진 폭행-협박-진료방해는 의료법에 의해 처벌된다”는 홍보 포스터를 게재하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2022년 경찰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폭력 등 범죄가 연간 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은 형법상 상해, 폭행, 협박, 방화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위기의 진료실’을 구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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