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이 좋아서 수학 전문 책방을 차렸어요.”
왜 하필이면 수학책방이냐고 묻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데카르트 수학책방을 운영하는 두 책방지기 중 강미선은 수학교육학을 전공한 박사이며, 30여 권의 수학책을 낸 수학 전문 저자입니다.
수학이 좋아서 어딜 가든 수학자의 흔적을 찾아다녔고, 언젠가 만들 수학책방에 걸 수 있도록 학자 초상화도 그렸습니다. 정유숙은 국어교육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문과 출신이지만 20년간 수학학원을 운영하며 수학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수학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2022년 겨울, 대한민국 최초 수학전문 서점을 열었습니다. ‘수학책은 자고로 창밖에 나무가 많고 계절별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에서 읽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에, 봄에 벚꽃이 창을 가득 메우고 왜가리가 노니는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책방 이름이 왜 데카르트인가요?”
데카르트에 대해 철학자로만 알고 있는 분도 있고 수학자로만 알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어쨌든 데카르트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문이과 모두 아는 인물이며 대수와 기하를 통합하여 해석학을 창시한 데카르트야말로 누구나 드나드는 대중적인 수학책방을 만들어 수학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우리의 염원에 딱 맞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할까?”
대형 서점에서 수학 문제집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학교양서는 구석 서가에서 얼마간 꽂혀있다가 한 번도 펼쳐지지 못한 채 치워집니다. 그 모습이 늘 안타까워 ‘수학책들에게 환한 볕을 쪼여주고 사람들과 실컷 만나게 해 주고 싶다’는 열망을 수학 교양서 전문 책방에서 실현하고 있습니다. 데카르트 수학책방에는 수학 그림책, 수학 동화, 수학 역사, 수학 에세이, 수학 철학 등 다양한 장르의 수학책이 있습니다. 학기용 수학 문제집이나 전집류는 없습니다. 수학 문제집은 없는 수학 단행본 전문 책방을 하겠다고 했을 때, 도대체 누가 그런 책방에 가겠냐며 말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만 2년을 넘게 활발히 운영하고 있고, 지난 6월에는 2호점인 목동점까지 열었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비법이나 수학학습 로드맵을 기대하고 책방을 찾는 분들도 있지만, 책방지기들과 자연스럽게 수학이나 수학교육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학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문제없는 수학책방”
데카르트 수학책방의 서가는 연령대나 장르별이 아니라 ‘수학에 자신감 갖기’, ‘수학에 빠져들기’, ‘수학과 화해하기’, ‘수학 더 넓게 보기’ 등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며 수학을 알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손님이 오면 책방지기들이 직접 맞이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그 분에게 맞는 책을 골라 드립니다. 수학이 좋은 이들에게 데카르트 수학책방은 안심하고 실컷 수학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안전한 해방구 같은 곳이고, 수학이 싫었거나 여전히 두려운 이들에게는 수학과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따뜻한 곳으로 기억되는 책방이 되고 싶습니다.
“쓸모있는 자”
수학을 배우는 최종 목적이 대학 입시이고, 수학 공부를 못하면 쓸모없는 아이 취급을 받기도 하는 이 시대에 데카르트 수학책방은 ‘쓸모’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보통 막대자에는 눈금이 있지만 수학에서 작도를 할 때 사용하는 막대자에는 눈금이 없습니다. 자의 본래 역할이 길이를 재는 게 아니라 직선을 긋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눈금이 없어도 쓸모가 있는 자. 이 자에 자기 이름을 쓰면 ‘쓸모있는 자, OOO’이 됩니다. 이 세상 사람 누구나 쓸모가 있습니다.
“수학으로 맺어진 사이”
데카르트 수학책방에는 떡볶이 동아리, 디저트 동아리, 뮤지컬 동아리 등 온 세상에 수학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험하는 다양한 수학 동아리가 있습니다. 지도교사와 동아리 회원 모두 책방 손님입니다. 한 기수 동아리 활동을 마치면 <데수동 데이>라는 축제를 엽니다. 2025년에는 전국을 돌며 팝업 매장을 열어 직접 손님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