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Jubileo)이란?
2025년은 가톨릭의 중요한 희년으로, 사전적 의미는 ‘기쁨의 해’ 라는 뜻이며, 25년 주기로 돌아오는 기념일을 의미한다. 교황 보나파시오 8세(Boniface VIII)가 1300년에 첫 희년을 선포하면서, 100년마다 희년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1350년에 교황 클레멘스 6세(Clement VI)가 50년 주기로 단축했다. 1470년 교황 바오로 2세(Paul II)가 25년 주기로 단축한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 25년마다 열리고 있다. 또한 교황이 재임기간 중에 특별 희년을 선포 할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에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 적이 있으며 2025년 정기 희년의 주제는 ‘희망’으로 정했다. 신자들에게 ‘두려움과 낙담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기쁘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요청했다.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2015년 특별희년 기간 동안에는 로마에 약 2,0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아왔는데, 이번 2025년 정기 희년에는 약 3,200만명~3,500만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이 로마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희년은 가톨릭에서 매우 중요한 행사이며, 영적 쇄신의 시기다.
2025년 희년 주요일정 이번 정기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부터 시작하여 2026년 1월 6일까지 진행된다. 희년을 맞이하여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이 로마와 바티칸을 방문하고 종교적 성지 순례와 특별 행사에 참여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활절(4월), 성탄절(12월)을 비롯한 가톨릭 행사 기간에는 더욱 더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는 관광비용의 상승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만약 이 기간에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주요 입장지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등), 숙소, 기차 등을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장한다.
● 희년 시작: 2024. 12. 24 / 종료: 2026. 01. 06 ● 부활절 주간: 2025. 04. 13 ~ 04. 20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 2025. 06. 29 ● 성모 승천 대축일: 2025. 08. 15 ● 크리스마스 및 연말 미사: 2025. 12. 24 ~ 2026. 01. 01
|
로마(바티칸)
로마 4대 대성당에서는 희년 기간 동안에만 특별히 개방되는 문이 있는데, 희년 기간에 방문한 신자들은 이 문을 통과 할 수 있다. 이 때 열리는 문을 ‘거룩한 문(Porta Santa)’이라 부르며 가톨릭 신자들이 이 문을 통과한다는 것은 지은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영적 여정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당 방문 시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하며 반바지, 슬리퍼, 민소매, 짧은 치마는 금지되어 있다.
로마 4대 대성당 (4곳 모두 무료입장)
1. 성 베드로 대성당
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St. Peter’s Basilica)
2.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
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St. John Lateran)
3.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St. Mary Major)
4. 성 밖의 바울 대성당
Basilica di San Paolo fuori le Mura (St. Paul Outside the Walls)
아씨시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Umbria)지역에 위치한 아씨시는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글라라를 중심으로 하는 중요한 순례지 중 하나다. 로마와 피렌체 사이에 위치해 있으니 이동하는 중에 1박 또는 2박 정도 머물면서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다. 교황으로 선출되면 세속의 이름을 내려두고 평소 존경하는 성인의 이름을 교황의 이름으로 쓸 수 있는데, 현재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이 곳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로카 마조레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씨시의 풍경, 수바시오 산에서 채굴된 분홍빛 돌로 쌓아 올린 성당과 다양한 건축물, 프란치스코 성당 내에 그려진 조토의 프레스코화, 프란치스코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여정 등으로 아씨시 여행을 구성할 수 있다.
로레토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Marche)주에 위치한 로레토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세계적으로 중요한 순례지 중 하나로 손 꼽히며 성모 마리아의 집을 보존하고 있다. 이 집은 나사렛에서부터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며, 성 가족(성모 마리아, 성 요셉, 어린 예수)이 함께 살았던 집이기도 하다. 성모 마리아가 태어나고,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수태고지를 받기도 했던 특별한 집이다. 성모 마리아의 집은 산타 카사 대성당(Basilica della Santa Casa) 내부에서 보호되어 있다.
로마에서 로레토까지는 기차(1일 1회), 버스(1일 2회)를 타고 약 4시간에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가 있다면 로마에서 로레토까지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로마에서 로레토를 지나 아씨시 그리고 로마로 이동하는 렌터카 여행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성지순례길,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도 순례길이 여럿 있는데 이탈리아 알프스 발레다오스타 지역에서 시작해 토스카나를 거쳐 로마로 향하는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 성 프란치스코의 발자취를 따라 아씨시에서 로마로 향하는 프란치스코의 길(Cammino di San Francesco), 이탈리아 중부를 가로질러 로레토 성모성지로 향하는 순례길인 비아 라우레타나(Via Lauretana) 등이 있다. 순례길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여정을 떠날 수 있으며 걷는 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추천도서 : 비아 프란치제나 순례길의 여정을 담은 책 <로마로 가는 길, 김혜지 지음>
2025년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한다면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희년이라는 큰 행사를 준비하며 주요 관광지마다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진행했다. 워낙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아서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특히 순례객들의 대규모 방문을 대비하고자 화장실, 휴식 공간, 접근성 개선(장애인을 위한 시설)등 현대적 시설을 추가하고, 순례자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도로, 대중교통, 안내 표지판 등의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부지런히 진행했다.
많은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이 이탈리아로 모일 예정이라 혼잡하겠지만, 25년에 한번 오는 특별한 시간인 만큼 2025년에 이탈리아를 찾는 모든 여행객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적인 배경을 떠나 로마의 주요 성당에서 성문을 통과해 보거나 교황의 미사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교황의 메시지처럼 전쟁이 만연하고 불확실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