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명문대 선호사상?

2026.01.24 08:43:30 제1146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743)

최근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간 서울 지역 학령기 청소년(초중고) 18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문 학교·학원이 몰려 있는 서초·강남·송파·강동·목동에서 높았다. 이중 ‘강서·양천’ 지역이 서울 시내 11개 교육청 중에서 31명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 26명으로 ‘강남·서초’ ‘강동·송파’였다. 극단적 선택을 한 전체 학생 중 44.9%가 이들 세 지역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 시도 대비 완수율(Attempt-to-Death Ratio)이다. 통상적으로 25번에 1회로 보고 있다. 노인은 4회당 1회로 가장 높고, 청소년이 100~200회당 1회로 보고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시도 건수는 적어도 100배는 된다는 논리다. 발표된 통계에는 서울에서 지난 5년간 2,628건으로 10배 정도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노출되어 통계에 잡힌 숫자가 이 정도지만 실제로는 1만 건이 넘을 것으로 유추된다.

 

시도 건수를 보면, 2021년 180건에서 매년 증가를 하여 2025년 683건이었다. 지역별로는 ‘강동·송파’(377건), ‘강서·양천’(326건), ‘강남·서초’(285건)에서 시도가 많았다. 시기적으로는 등교와 수업이 시작되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학기 초(3〜5월)에 약 40%(1,032건)로 많았다. 지난 5년간 자해 시도도 2,378건으로 자살과 유사하게 증가했다. 2021년(164건), 2022년(455건), 2023년(507건), 2024년(582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5년은 670건으로 2021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시기는 역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3〜5월에 35.5%로 높았다. 이런 자료들은 최근 강남 3구에서 학동기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국회 자료에 의하면, 서울 중에서도 강남지역 청소년의 우울증 증가율이 타 지역을 압도하고 있다. 강남구 10대 여학생 중 약 3.8%(26명 중 1명)가 우울증 진료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서초·송파구가 3.5%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9배 많았다. 특히 만 9세 이하 아동의 우울증·불안장애 진료 건수가 강남 3구에서 최근 5년간 약 3배 이상 폭증했다. 다만, 이 지역이 타 지역보다 의료 접근성이 높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 통계상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은 최근 3세·7세 고시가 유행을 하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몇 년 전 유명한 입시드라마 ‘스카이캐슬’이 과장 표현했지만 어쩌면 이런 현상을 이미 대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은 만성적으로 지속돼 온 대학입시 일변도와 경쟁구도 속에서 병들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사교육은 괴물이 되어 이제는 학생들을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등학교부터 의대에 가기 위해 매일 8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심리적·정신적으로 극단적 상황에 내몰려 하루에도 수십 번 스스로 생을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는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자식을 위해 유명 학군지로 이동하려고 한다. 물론 학생이 원해서 이사를 했다면 그곳은 생지(生地)다. 하지만 원하지 않았다면 그곳은 사지(死地)가 된다. 최근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과연 명문대를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사실 명문대 선호사상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다. 당시 일본은 본토에 5개 제국대학(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과 서울에 경성대를 만들었다. 마치 사관학교처럼 제국대 출신이 국가를 이끌어가는 인재라고 교육하였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이곳 출신들이 정치·경제계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군사정권에서 통치하기 쉬운 상대로 명문대 출신을 이용했다. 그렇게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지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세뇌된 것이 명문대 선호사상이다. 하지만 이제 선진국에 진입하고 모든 사회시스템이 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은 과거 후진국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 갭에서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다.

 

학부모 생각이 변해야 아이들이 살고 교육도 변할 것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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