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단] 병원들, 환자 상대로 진단서 장사?

2012.10.22 11:24:35 제514호

송윤헌 논설위원

최근 몇몇 병원들이 환자들의 입·퇴원 확인서에 진단명을 고의로 누락시키고 더 비싼 진단서를 발급받도록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해당 방송뉴스를 보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병원에서 발급받아야 할 서류가 워낙 많아서 정부가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공짜 서류로도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제는 병원들이 이상한 꼼수를 부리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만원 미만의 소액 보험금을 청구할 때 입·퇴원 날짜와 병명이 적힌 입·퇴원 확인서를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병원이 공짜 입·퇴원 확인서에는 날짜만 써주고 병명은 빼버리는 꼼수를 썼다는 것. 보도는 “그러나 당국은 막을 방법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의술은 사라지고 푼돈벌이 서류장사 꼼수나 부리려는 병원의 행태에 환자들의 입맛은 씁쓸하다”고 일침을 가하며 마무리됐다.

 

의료법시행규칙 제9조 ‘진단서의 기재사항’을 보면 진단서에는 병명, 발병연월일,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을 적게 돼있다. 즉, 이러한 내용을 문서로 만들면 진단서인 것이다.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근거자료로써, 약관에 규정된 병명을 확인하고 발병 연월일을 파악해서 면책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일 것이다. 결국 그런 내용을 적게 되면 그것이 곧 진단서이고, 그렇다면 진단서가 발부돼야 할 것이다. 또한 20만원 미만의 소액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도 자료를 보면 반드시 진단서가 아니라도 상병명이 기입된 입·퇴원 확인서로 청구가 가능하다고 권고하도록 돼있으며 그것이 무료발급이라는 이야기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무료로 발급받도록 정부가 규정한 것으로 보도를 했다.

 

하루 이틀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치과의사들 입장에서는 지칠 정도다. 진단서 발급 비용을 받는다고 질타하는 것부터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까지, 줄곧 반복돼온 이야기다. 의료문서 발급 비용은 1995년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2012년 현재까지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그럼에도 고가라는 주장엔 할 말이 없을 정도이고,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도리어 대다수 치과의사들이 의료문서 발급 비용에 대한 공적 가이드라인을 원하고 있다. 그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 안 된다는 해석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해당기자가 다시 쓴 ‘취재파일’이라는 글을 보면, 환자들은 의사가 병명을 진단한 뒤부터 그에 맞는 치료와 처방을 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비용을 부담했는데 그 결과물을 서류로 받아보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환자가 지불한 비용은 의료 행위에 대한 것이지만 행정처리를 위한 서류의 작성은 하나의 번역과 같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서류작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별도의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또한 공적책임을 부여받는 성적증명서를 발부받는 데에도 그 정도의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적증명서는 이미 입력된 내용을 행정직원이 형식에 맞춰 출력해 주는 서류이고 의료문서는 의사가 다시 작성하는 서류라는 차이가 있다. 변호사를 예로 들며 변론서 작성 비용과 수임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수임에 따른 변론서 작성이 변호사의 일이다. 의사가 진단서 작성을 위해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비유는 아닐 것이다.

 

보험회사가 필요로 하는 서류를 위해 왜 병원이 법적책임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소액청구서류 간소화 방안을 시행하려면 보험회사에서 받는 서류를 간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금감원과 보험회사만 모르고 있다. 그 화살을 병원에 돌리는 것은 화풀이 대상을 찾기 위한 것 같다. 우리도 보험금을 받기 위한 서류에 대해서는 진료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돈을 준다고 해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간과되고, 푼돈벌이를 한다고 매도당하는 현실은 참기 힘들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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