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맹정숙 실장 한성훈치과(서울 은평구)

2013.06.10 16:51:09 제546호

나는야 한 치과에서 37년째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한 곳에서 43년째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과 그 옆에서 37년 동안 성심껏 원장을 도와가며 함께 해온 스탭이 있다. “이런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실제 얘기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한성훈치과. 한성훈 원장과 맹정숙 간호조무사는 처음 만난 1977년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와 딸 같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을 만나 37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들어봤다.

 

원장과 스탭이 아닌 ‘한 가족’

“21살에 원장님을 처음 만났으니까, 올해로 37년째 원장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려고 한 적도 몇 번 있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원장님께서 따뜻하게 배려해주셔서 지금껏 잘 일하고 있습니다. 당시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금도 가슴에 깊이 남아있는데요.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때는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제는 원장님께서 그만두라고 하셔도, 제가 원장님 곁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아요.”

 

37년 동안 한성훈치과에서 근무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맹정숙 실장은 스탭을 한 가족처럼 생각하는 한성훈 원장의 따뜻한 마음을 꼽았다. 

 

“원장님과 처음 일하게 된 1977년만 해도, 어디 스탭이 원장님과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었겠어요. 의사 선생님들 권위가 아주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원장님은 음식 잘한다고 소문이 난 곳이라면, 저를 꼭 데리고 가서 점심을 사주셨어요. 당시에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한성훈 원장은 “내가 배려해준 게 뭐가 있냐”며 손사래 쳤다. “내가 우리 식구들한테 잘해준 것은 없고, 젊어서는 야단도 많이 쳤어.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응당 혼나야 하는 게 맞잖아! 그냥 이런 거 저런 거 다 받아주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우리 맹 선생한테 고마울 따름이지.” 한성훈 원장은 장기근속자들이 많은 치과를 경영하는 것은 “원장의 복”이라고 말했다.

 

“요즘에는 내가 오히려 우리 식구들한테 많이 배워. 한번은 우리 막내 치위생사가 호칭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하더라고. 나는 나이도 먹을 만치 먹은 사람이라, 우리 스탭들 부를 때 ‘미스 리’ ‘미스 최’ 이렇게 불렀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바로 다음 날부터 선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지.”
실제로 인터뷰 내내 한성훈 원장은, 맹정숙 실장을 칭할 때 ‘식구’ ‘선생’ ‘이 사람’이라는 인간미 넘치는 호칭만을 사용했다.

 

직업을 통해 얻는 보람!

“이제는 치과에서 근무하는 게 삶의 일부분일 정도로 친숙해졌어요.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해 출근한다는 마음보다는 삶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맹정숙 실장은 일을 통해 얻는 보람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7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들 역시 심적으로 많은 교감을 한 환자들이었다.

 

“오랫동안 근무해서 좋은 점은 환자와 함께 성장해 간다는 거예요. 어릴 때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어느 덧 결혼해서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어요. 특히 나이가 비슷한 여자 환자들의 경우 남편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통해 환자도 저도 큰 위안을 받습니다.”

 

뜨내기손님이 아니라 치과의 단골손님임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환자. 그리고 그 환자들을 일일이 기억해주는 맹정숙 실장. 한성훈 원장은 오히려 자신을 찾는 환자보다 맹정숙 실장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한 병원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치과를 찾는 환자 대부분을 우리 맹 선생이 다 기억해. 진료는 나에게 받지만 환자 응대는 전부 우리 맹 선생이 하거든. 그러면서 환자들과 교감을 나누게 되는 거고. 나를 찾아오는 환자보다 우리 맹 선생을 보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더 많을 정도니까.”

 

맹선생! 10년만 더 고생하자구!

“원장님도 이제 나이가 있으시고, 서서히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거 같아요. 원장님께서 늘상 말씀하시기를 제 나이 환갑까지만 병원을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원장님과 함께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 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하지만 맹정숙 실장의 이와 같은 바람은 앞으로 10년 연장될지도 모르겠다. 한성훈 원장의 새로운 계획이 생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올해 79세인 한 선배님 얘기를 들었는데, 85세까지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거야. 내 나이 85세면 우리 맹 선생이 70세거든. 맹 선생! 10년만 더 고생하자고.(웃음)”

 

85세까지 병원을 운영하겠다는 한성훈 원장의 농담 섞인 바람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70세가 되든, 80세가 되든 맹정숙 실장은 한성훈 원장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전영선 기자/ys@sda.or.kr

전영선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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