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聖)? 성직자(性)?

2013.11.04 15:36:16 제565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164)

최근 5년간 종교계에 종사하는 성직자가 저지른 성범죄 건수가 4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감사에서 23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성직자 성범죄는 모두 401건이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강간·추행이 376건으로 가장 많았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범죄 13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범죄 12건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2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73건, 부산 32건, 경남 29건, 경북 21건 등의 순이다. 특히 강간·추행의 경우 전문직 가운데 성직자들이 저지른 범죄건수가 가장 많았다. 성직자(376건) 다음으로는 의사(311건), 예술인(162건), 교수(96건), 언론인(47건), 변호사(14건) 등의 순이다. 이를 보고한 국회의원은 “종교단체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특유의 폐쇄성 탓에 외부에 알려지기 쉽지 않다”며 “종교계에서도 성범죄 예방을 위한 엄격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접하고 필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것이 전부일까 아니면 보이는 부분일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의 통계수치에는 생각해야할 많은 변인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인터넷 음란사이트 검색 1위가 40대 여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성적인 호기심이 40대 여성이 가장 많아서일까? 생각할 여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을 여성이 40대 정도 되면 그 자녀들의 나이가 대략 중고생 정도 되고 결국 엄마의 ID를 아이들이 도용하여 사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요즘 셧다운제도로 인해 자정이 넘으면 청소년들은 인터넷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심야 인터넷 게임 사용량이 현저하게 줄지 않는 원인에도 엄마의 ID도용이 있다. 심지어 게임 셧다운제도가 있는 것을 모르는 엄마들도 많다. 이와 같이 통계 속에는 내용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변인들이 존재하곤 한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성직자, 의사, 교수, 언론인, 변호사의 성추행 가능성이 과연 다른 직업이나 직종에 비하여 그렇게 확연하게 많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본질을 흐리는 변인은 없을까? 이 직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사회적으로 표시가 나면 곤란한 직업들이다. 특히 성추행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약점이 악용된 것일 수도 있다. 즉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하거나 그 이전에 돈을 뜯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 즉 성추행 정도는 다른 직업과 비슷하지만 위협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순서가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프로이드의 고전심리학에서는 9가지 심리방어기전 속에 반동현상으로 성직자들의 성적 충동이 강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성적으로 억압됐던 프로이드 시대와 성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현대는 많은 차이가 있기에 전적으로 심리적 반동현상으로 풀이하기에는 좀 무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통계에서 보여주는 숫자나 수치에는 많은 모순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유는 통계를 잡을 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또 생각하지 못한 변인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의 준거는 예를 들어 인터넷 중독을 표현하는 데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을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지가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 기준이 조사하는 이에 따라서 하루 2시간에서 6시간 정도로 천차만별이다. 인터넷을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하는 기준으로 한다면 인터넷 중독의 통계적인 수치의 신뢰성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우리는 옳은 듯한 많은 정보 속에 노출되어있으나 과연 그 정보의 신뢰성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렵다. 보이는 것이 옳다고 하여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 공자의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어느 날 공자는 가장 착한 제자인 안회가 밥을 짓고는 처음으로 먼저 먹는 것을 목격하고는 실망하였다. 그러나 안회는 밥 속에 재가 들어가 버리기에는 아까워 먹은 것이었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고 한 말이다. 결국 보이는 것 외에도 항상 더 많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넉넉한 생각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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