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전야

2016.07.18 11:28:33 제690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289)

교육부 고위공직자가 취중에 민중을 개, 돼지로 표현한 것과 신분제를 공고히해야 한다는 발언이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런데 치과계는 배제된 채로 복지부가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방안(이후 개선안)’을 발표한 것이 시기적으로 묘하게 해석이 된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중대한 비도덕적 진료행위 면허 취소 △자격정지 명령제도 신설 △진료행위 중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면허 취소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면허 신고 시 진료행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 신고 의무화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구성 △동료평가제도 도입 △보수교육 운영 관리 강화 △의료인 면허신고 요건 강화 등을 포함하였다. 정부가 주도하여 징계 위주로 의료인의 면허를 관리하려는 개선안의 내용을 치과계는 유감으로 받아들이지만 지나온 시간 동안 의료계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반발과 반론을 제기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취지와 의도를 이해하지만 그 내용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하게 앞서나갔고 오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발언은 모든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선 ‘신분제의 공고화’이다. 과거에 의료인의 신분은 중인이었다. 결국 관료들의 생각 속에 존재하는 의료인은 그저 중인 계급일 뿐이다. 민중이 개, 돼지이니 중인만도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치과의사는 중인 중에도 하급으로 생각한다면 개선안을 발표하기 전에 상의할 이유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관료들이 중인 중의 하급인 이들을 보니, 각자의 이권에 따라 지리멸렬하고 단합된 모습은 없고 심지어 수장의 위치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우습게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치과계는 관료집단에게 지난 수 십 년간 단합하지 못하고 지리멸렬된 집단으로 보여져왔다. 전문의제도 문제는 벌써 20년째 분쟁중인 사항이다. 거기에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문제도 벌써 10년째이다. 이유 불문하고 설상가상으로 관료를 응대해야하는 치과계 수장이 전체 치과계를 대표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지나온 치과계의 모습이 관료들에게 대충 취급을 해도 단합하여 반발할 수 없는 집단으로 비추어졌을 가능성은 당연하다. 필자의 생각에 중인은 고사하고 민중처럼 개, 돼지로 생각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국가가 바라는 의료는 의료인이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크다. 국가는 다수의 국민이 저렴한 의료를 제공받기를 원한다. 의료인들의 생각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보톡스를 의사와 치과의사들은 각각 자신의 영역임을 주장하지만 국가의 입장에서는 어떤 의료인이 사용하느냐는 문제보다는 위험성과 다수의 국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것이다. 국가가 원하는 것은 저렴한 의료의 광범위한 공급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하여 기술자가 부족할 때에 기술을 제공할 자에게 처음에는 비위도 맞추지만 기술자가 늘어나면 거래와 흥정 그리고 법과 규제라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이 저급진료를 행한 저수가 네트워크치과를 왜 정부가 용인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마찬가지로 지금 의사들은 치과의사가 미간에 보톡스 주사를 넣은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갈만한 사안인지를 이해를 못한다. 결국 같은 사안이다. 각자의 위치에서는 절대로 이해되기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이들의 눈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고 있다. 전체 국민이 우선이다. 물론 일부의 관료들이 교육부 나 정책기획관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필자가 아는 몇몇 공직자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닌 이들을 만날 때도 있으나 침묵하는 다수가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치과계에 전혀 다른 커다란 태풍이 불어오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제 치과계는 생존을 위하여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의견을 양보하고 뭉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조그만 바람에도 개원가에는 태풍이 분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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