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주역(周易)을 읽어보며

2024.04.25 10:19:44 제1062호

최성호 편집인

주역(周易)의 근간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인체에서도 중요한 이론이다. 인체의 생리와 병리에 대한 원리 모두가 이 음양오행으로 설명된다.

 

인체 외부는 양(陽)이고, 인체 내부는 음(陰)에 속한다. 모든 동물은 심장, 폐, 신장, 비장, 간장 등 5개의 중요한 장기를 가지고 있다. 심장은 화(火), 폐는 금(金), 신장은 수(水), 비장은 토(土), 간장은 목(木)이다.

 

오행의 원리를 예전부터 깨달았던 우리 선조들은 매운맛,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음식의 모든 맛도 오행의 원리로 인체에 적용된다는 것도 알았다. 쓴맛은 심장에 필요하고, 단맛은 비장에 필요하고, 매운맛은 폐에 필요하고, 짠맛은 신장에 필요하고, 신맛은 간에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오행의 원리다. 또한, 하나의 장기가 다른 장기에 즉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만약 간이 약해지면 동시에 심장에도 영향을 주어 약해진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모든 장기가 독립된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상호작용의 개념 자체는 부족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치과 진료실에서 우리가 환자에게 설명할 때 치아와 잇몸 조직은 상호 보완적 관계라고 설명하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대 치의학도 인체가 상호작용한다는 개념이 정확하게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치아가 없이 잇몸만으로 생활한다면 씹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잇몸으로 음식을 씹고 소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마 유동식과 같은 음식만을 먹게 되며,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문제는 물론이고 영양 불균형 문제와 삶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치아가 장기간 없다면 잇몸 조직 또한 흡수, 소실되어 얼굴 골격의 변화까지 유발한다는 점을 치과의사인 우리는 잘 알고 있고 환자들에게 설명한다.

 

주역은 역경, 즉 역에 대한 경전이다. 여기서 역이란 세상 만물의 전개의 법칙을 일컫는다. 주역은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한 근본적 통찰을 담고 있기에 유교와 도교를 아우르는 최고의 경전이 됐다. 원래 역경은 주나라가 아닌 은나라의 점인(占人)들이 정립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가 자신들의 이름을 붙여 주역이라고 명명하였기에 오늘날 주역이라는 이름이 우리가 익히 들은 바이다.

 

‘주역’에서는 사람을 64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세상과 하늘의 이치를 설명한 책이다. 주역은 각자 자기 운명의 길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고, 자신과 다른 성질의 사람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고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외적으로는 나쁜 상황일지라도 그만큼 고난을 겪으며 내적으로 성숙해지고 풍성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고난의 시간을 겪어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사람의 인생 그래프는 음과 양을 왔다 갔다 한다.

 

지금 치과계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외적, 대내적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어야 성장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은 그 무엇이든 시련을 통해 단련된 것이다.

 

“다 부질없다”라는 단어는 ‘불질이 없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불질이란 뜨거운 불에 달구어진 쇠붙이를 망치로 수만 번 두드린 후 찬물에 담가 급하게 식히는 단련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단련의 시간을 거쳐야만 쇠가 강철로 단단해진다. 반대로 불질을 거치지 않은 쇠붙이는 아무 쓸데가 없기에 ‘부질없다’는 말은 이러한 뜻이 담겨 있다.

 

지금 치과계도 단련의 힘든 시간과 과정을 거치고 있다.

 

주역에는 사람이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해야 길흉의 질곡을 뚫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삶이 표류하지 않고,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만사를 이해하기 위해 주역을 읽어볼 것을 권하는 사람들이 많고, 주역에서는 오늘 나의 마음이 바뀌면 현재의 행동뿐만 아니라, 미래와 과거까지도 동시에 바뀐다고 하니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치과계 사람들에게 주역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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