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시대가 변했다

2018.02.25 16:17:48 제766호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64)

시대가 변했다. 무술년 첫 번째 이슈가 ‘me too’로 시작되었다. 시대의 변화는 생각과 사고의 변화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세대는 과거 자신들의 사고를 바꾸지 못하여 습관적으로 상투적인 말과 행동을 행하지만 이미 시대는 인정하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예전이었다면 올림픽 남북단일팀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나오면 막연한 기대와 희망의 이슈가 되었지만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라는 구세대의 정치적인 판단은 2030세대의 강한 저항을 직면하고 놀랐을 것이다. 그들은 남북단일팀의 정치적인 목적보다 그동안 선수 각자가 노력해온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me too’도 이런 생각 변화의 선상에 있다. 조직이나 사회 권력을 등에 업고 개인의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기에 가능하다. 예전이었다면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뒤쳐진 한 명의 선수를 버리고 오는 것도 불가능하였지만 해명 기자회견에 그 한 명이 참석하지 않는 것도 불가능하였다.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 사건은 확실하게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변화에 대한 각 세대 간의 인식 능력 차이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 감독은 과거의 행태를 고수하며 기자회견을 하였다. 그는 아직도 세상과 시대가 변하였음을 모르고 있다. 그의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이 있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법과 기존의 ‘눈 가리고 아웅’식 방법이었다. 그가 변한 시대를 인식하였거나 용기가 있었다면 진실을 선택하였을 것이었으나, 그는 몰랐거나 용기가 없어서 기존의 방법을 선택하였다. 결과는 아직 모르지만 그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동을 한 것만은 확실하다. 예전이었다면 팀추월 경기에서 개인적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을 하지 못하였겠지만, 시대가 변하여 자신보다 능력이 부족한 동료를 버리고 질주하였고, 인터뷰에서 뒤처진 동료의 무능을 토로하고,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를 인식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해명 기자회견에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미안하다”는 감정표현이고 “생각한다”는 이성적 표현이다. 자신의 행동이 왜 ‘미안해’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상황이 시키므로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표현되었다. 차라리 그녀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아직 나이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고 사태의 실마리를 해결 방향으로 선회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감독과 선수간의 진실공방 사태로 흐르고 있다. 이것을 보는 국민은 갑질로 인식한다는 것을 아직도 빙상연맹의 기득권 세력들은 모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미 시대는 변하여 그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런 유사한 형태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사회에서도 보인진다. 작년 말부터 갑자기 집값이 오르고 있다. 금리는 오르고 모든 경제 지표를 비교해도 타당한 이유가 없다. 단지 개인들이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때문이다. 그들 내면에는 ‘집값은 오른다’는 과거 경험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단면이다. 30년 전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과 너무 유사하다. 일본 국민이 시대의 변화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만들어낸 것이 일본 부동산 버블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생각이 변했다. 달리 표현하면 2030세대가 이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사회를 주도하고 6070세대 베이비부머들이 퇴장함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지배가 아닌 실제적인 사회의 주도세력인 2030세대의 생각이 변화되었기 때문에 시대가 변하였다. 그들은 능력과 인성을 구분할 줄도 알고 권력 혹은 금력과 인격을 구분할 줄도 안다. 배만 부르면 무엇이든지 다 좋다고 생각하던 6080세대와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문학계의 절대자였던 시인도, 연출계의 거장도 거침없이 용서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섰다. 아무리 작아도 진실의 가치가 소중한 곳을 선진국이라 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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