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치과의사를 찾아서] 한국구라봉사회 유동수 회장

2019.09.27 12:00:11 제841호

한센병 환자의 먹는 즐거움 되살리기 ‘50년’

한국구라봉사회(이하 구라봉사회)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구라봉사회는 지난 1969년부터 한센인의 치과치료에 적극 나서며 한센병으로 입안이 마비된 그들에게 먹는 낙(樂)을 재생시켜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먹는 즐거움을 느낀다는 건 구강의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구라봉사회의 치과치료가 그들로 하여금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 종국에는 한센병 호전에도 큰 도움을 준 구라봉사회는 한센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라봉사회가 달려온 50주년, 그 역사의 첫줄을 써내려간 유동수 회장을 만나보았다.

 

Q. 구라봉사회 창립 배경 및 50주년 소감은?
50년 전 일본 오사카대학 구라봉사단에서 활동하던 교수가 소록도병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과치료한 사진들을 보여줬는데, 마음 한구석이 울컥했다. 우리가 할 일을, 그들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사카대학 구라봉사단에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한센인 치과치료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1969년 7월 뜻을 같이하는 치과의사와 치과대학생들이 모였다.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위치한 국립나병원(현 소록도병원)에서 오사카대학 구라봉사단과 함께 치과치료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한국구라봉사회의 첫 출발이었다.


사실 그 당시는 2~3년 정도만 하다가 그만둘 줄 알고 시작했는데, 쉽사리 그만두지 못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한센병이 유전되거나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라는 등의 좋지 않은 인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었다. 그 시절 10만여명의 한센인들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가에서 한센인들을 케어해야 했지만 그만한 여유가 없어보였다. 치과도 마찬가지였다. 한센인을 치료한 치과는 문을 닫아야 했을 정도로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센인도 살아있는 사람이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이에 치과치료 봉사를 쉬이 그만둘 수 없었다. 그들을 치료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50년의 세월을 한센인 치과치료에 나섰다. 그간 봉사에 직접 참여해준 단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를 보내준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지난 22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구라봉사회가 국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꾸준히 한센인 치과치료 봉사를 해올 수 있었던 데는 활발한 봉사 참여와 후원, 많은 관심과 응원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50년간 펼친 구라봉사회의 활동에 대해.
창립 후 봉사정신이 투철한 많은 치과의사와 치과대학생들이 봉사에 자원 동참했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적극적인 활동으로 구라봉사회가 점차 사회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전국에 있는 한센인 요양시설과 정착촌에서 치과치료를 요청해왔다. 이에 소록도병원뿐 아니라 여수 애양원, 익산 왕궁농장, 산청 성심애양원, 나주 호혜원, 안동 성좌원, 안양 성라자로마을 등에도 사랑의 의술을 펼쳐왔다. 이로써 구라봉사회가 사랑의 손길을 전한 한센인은 총 3만4,000여명이다. 또한 한센병 환자에게 4,700여개의 틀니를 제작해주어 먹는 즐거움과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투병할 의지와 희망을 전했다.

 

Q. 50년을 발판삼아 앞으로의 포부를 전한다면.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50년간 자원봉사자들과 독지가들의 후원으로만 한센인 치과치료 봉사를 해온 것을 큰 자랑으로 삼고 싶다. 사실 3~4년 전 롯데복지재단의 후원이 끊겨 봉사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 지난 2017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아산상 의료봉사상’과 소정의 상금을 전달해주어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좋은 일을 하다보면 어딘가에서 귀인을 꼭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구라봉사회는 앞으로도 한센인 치과질환 치료에 더욱더 열성을 다할 것이다.

 

김인혜 기자 kih@sda.or.kr

김인혜 기자 kih@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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