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중심잡기

2021.02.01 11:27:00 제905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02)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춤이나 운동이나 몸을 사용하는 것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중심 잡기이다. 모든 춤은 단전을 잡아당겨 힘을 모으며 시작된다. 단전이 춤의 코어가 되어 어떤 동작도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이나 성악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첫걸음을 걷기 위하여 수만 번 넘어지는 것도 중심잡기를 터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몸뿐만이 아니다. 사상, 철학, 마음, 생각, 인간관계와 같은 모든 것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 처음 시작이다. 하지만 오래 시간이 지나거나 초심을 잃거나 생각 없이 살다보면 중심을 잃고 대세에 휩싸이는 경우가 생긴다.


요즘 시대는 중심잡고 살기에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매일 새로 발생한 코로나 감염자 수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모든 건물의 출입구에서 체온측정을 해야 한다. 치과에서도 내원하는 모든 사람을 체온측정하고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모두가 잠정적 보균자로 의심받는 상황이다. 뉴스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드라마는 경쟁적으로 사악해졌다. 부동산과 주식은 광기로 끝이 없을 것처럼 오르고, 젊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빚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시대 환경 속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때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배운 미분과 적분을 생각해본다. 시간을 미분하면 지금 이 순간이다. 이 순간에 벌어진 모든 것들이 미분 상황이다. 이 상황은 3가지로 나뉜다. 과거에 행한 일이 결과로 나타난 것,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 중인 것이다.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 적분이 필요하다. 시간을 적분하면 과거를 지나온 행적이다. 하나의 사건을 평가하는데 미분과 적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면 실체에 조금 더 근접할 수 있다. 세상 환경이란 춤꾼에게 무대와 같다. 어떤 무대가 되었든 단전에 중심 잡고 추는 것은 동일하다. 무대가 좁으면 좁은 대로 넓으면 넓은 대로 상황이 다를 뿐이다. 어떤 환자라도 신경 치료하는 방법은 같다. 다만 근관이 막혔으면 막힌 대로 최선을 다하든가 아니면 발치를 할지 판단하면 된다. 빠르게 변해가는 환경에서 우리 삶도 자신만의 중심이 필요하다.


며칠 전, 지인 자녀가 결혼을 하는데 요즘 오른 전세값으로 인해 월 90만원을 내는 월세 집을 구했다는 말을 들었다. 신혼 초에 월세를 90만원을 내야 하는 환경이 지금 결혼 적령기인 젊은 세대 앞에 놓인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젊은이들이 정상적으로 자기중심을 잡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한창 꿈을 펼쳐야 할 젊은 세대를 빚을 내어 집을 구하고 주식을 사게 만들고 있다. 부모 찬스가 없으면 결혼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초등학교에서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를 의식주라 배웠건만 지금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게 주거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욕심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탐욕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젊은 세대에게 거주할 곳을 박탈한 사회는 머지않은 훗날 반드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주거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포기하는 커플이 증가하고 결혼을 해도 교육이 어려워 아기 낳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수용되고 있는 사회가 되었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는 분명 정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법칙은 늘 다시 돌아오는 순환을 한다. 많이 벗어날수록 돌아오는 과정에 더 큰 고통이 따른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마음 또한 불안정한 것은 당연하다. 마음이 불안하니 예민해지고 분노하고 조절되기 쉽지 않다. 마음 중심을 잃어버린 탓이다. 옳고 그름이 흔들리고, 정상과 비정상이 흔들리고, ‘뉴노멀’과 ‘뉴어브노멀’이 ‘노멀’이라는 말장난으로 비정상이 정상을 왜곡하는 사회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런 지금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만의 중심을 잡아야 할 때이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순환하는 것이 자연법칙이기 때문이다. 산이 지나면 골이 나온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이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