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치과의사 ‘공존’, 은퇴프로그램에서 해법을 찾다 <2>

2013.02.04 09:37:05 제528호

후배와 함께 준비하는 은퇴, 치과계 새로운 대안으로

치과는 포화상태고 치과의사는 이미 과잉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치과계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한해 800여명씩 쏟아지는 신규 치과의사들을 치과계가 어떻게 수용하고 어떻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일본, 미국에서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는 은퇴프로그램,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치과계, 치과에서 길을 묻다


개원가의 지속적인 팽창,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미국식 은퇴프로그램은 은퇴를 계획하는 치과의사가 향후 5년, 10년 장기계획을 세우고 후배치과의사와 공동개원을 이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페이닥터 또는 공동개원으로 후배와 치과를 공유하고, 이후 치과를 후배에게 인수인계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시스템이지만 내가 하긴 부담스럽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김재영 원장(관악구 혜정치과·前치협 부회장)의 사례는 그래서 더 의미있다.
 

은퇴에 대한 고민-개원에 대한 고민, 공통분모를 찾았다

 

김재영 원장은 10년 전 김용우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나이가 50 가까이 되면서 혼자 하는 것이 버겁다는 생각을 했고, 마음 맞는 후배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재영 원장. 너무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은 진료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환자수를 조절해 가던 시기, 한동안 페이닥터로 같이 일했던 김용우 원장이라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이 벌써 10년째. 페이닥터로 시작했던 김용우 원장은 혜정치과의 경영을 도맡는 실질적인 원장이 됐다. 페이닥터로 5년간 생활하고, 이후 지분에 참여하면서 현재는 공동명의로, 공동개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분 30%에서 시작해 지금은 50:50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후배에게 월급을 받고 있다”고 웃어 보이는 김재영 원장은 “치과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선배로서의 믿음과 배려를 실천했다. 객관적인 병원평가를 통해 지분을 결정했지만, 평가액은 최소로 잡았다.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비율 또한 역전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선후배가 함께 개원하면 어느 순간 환자 수가 역전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김재영 원장은 공동개원으로 바꾸면서 재무관리도 후배에게 넘겼다. 둘의 힘이 합해진 만큼 투명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직원들도 월급주는 원장에게 더 잘한다”는 농담 섞인 말에도 “직접 운영해봐야 의욕도 커진다”는 선배로서의 가르침이 있다. 김용우 원장 또한 “이곳이 아니라면 벌써 원장 직함을 달았을 나이에 페이닥터로 있는 것에 대해 환자나 스탭들에게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공동개원의 이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군 제대 후 곧바로 개원했던 김재영 원장은 “개원 초기 몇 년은 온갖 연수회를 쫓아다니기 바빴던 것 같다”며, 선배 치과에서 노하우를 배우고 개원했던 친구가 부러웠다고 한다. 후배 김용우 원장 또한 “대학에 봉직할 생각으로 개원을 미루다 선배와 함께 일하게 됐지만, 만약 아무 경험 없이 곧바로 단독 개원을 했다면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다”고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공부하고 경험해 나가야하는 치과의사들에게 선배의 노하우를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이득이 되고 있다.

 

1더하기 1은 2보다 작다…공동개원은 신뢰로 이어가는 것

 

‘공동개원, 절대로 하지 마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공동개원에 대한 부담, 이후 불거지는 문제에 대한 크기를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공동개원에 대한 부담은 선배와 후배가 함께 한다고 다르지 않다. 김재영-김용우 원장은 성공적인 공동개원의 비결은 ‘신뢰’라고 입을 모은다.

 

“선배들이 후배 치과의사들을 들이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치과의사가 한 명 더 늘어난다고 수입이 두 배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 대신 시간적 여유와 마음 맞는 동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배와 함께 하면 수입이 늘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내 수입을 후배에게 나눠준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환자 수는 늘어야하는 만큼 치과의 규모도 어느 정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동개원을 서로 불평없이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치과의 경우 원장의 수입은 지분에 따라 나누되, 환자 수에 따른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도 적용한다. 원장 개개인이 버는 만큼 나눠갖는 식이 된다면 진료내용 등에 따라 그 또한 불만이 생기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최소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김재영 원장은 공동개원의 장점에 대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치과의사는 정년이 없다고 말하지만 질병이 생기거나 부도가 나야 은퇴한다는 세간의 얘기는 듣기 싫다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김용우 원장은 공동개원에 대해 “서로 의견이 맞는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물론, 수십년 나홀로 치과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든든한 동반자를 얻고 다양한 것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고.

 

김재영 원장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왕성한 활동을 하는 40~50대에 시작해야 배우고자 하는 좋은 후배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욕심을 버리고 여유를 갖는 방향으로의 전환도 고려해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65세가 되면 은퇴할 계획”이라는 김재영 원장. 하지만 봉천동에 자리잡은 ‘혜정치과’는 30년 역사를 넘어 꾸준히 그 이름을 이어갈 것이다. “관악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치과”, 그 명성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점도 치과의사로서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김재영·김용우 원장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김영희 기자/news001@sda.or.kr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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