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그 이면(裏面)도 봐야 한다

2025.11.13 16:24:46 제1137호

최성호 편집인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2인자로 평가받았던 딕 체니 前 부통령이 지난 11월 4일 타계했다. 향년 84세.

 

과묵하고 강단 있는 정치인이었던 체니는 미국에서 부자(父子) 대통령을 모두 보좌한 유일한 인물이다. 조시 H.W. 부시 前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으로 군을 지휘했고, 아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부통령으로 복귀해 권력을 행사했다. 부통령 체니는 사실상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행정부의 실질적 권력자였다. 체니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 그리고 자신에게 중요했던 결정들을 실행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체니의 부통령직은 단순한 의례적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대테러 정책, 에너지 전략 등 미국의 주요 국정 현안과 보수적 의제들을 주도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바이스(Vice)’는 기업가이자 제46대 미국 부통령 딕 체니의 전기 영화다. 제목인 ‘Vice’는 2인자를 뜻하는 부(副)라는 뜻과 악(惡)이라는 뜻을 담은 중의적인 표현이다.

 

1999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는 러닝메이트 추천을 맡고 있던 체니에게 오히려 부통령직을 제의했다. 그러나 딕 체니는 처음부터 부통령 후보 자리를 거절했다. 아내 린 체니도 “부통령은 그냥 얼굴마담이자 뒷방 늙은이나 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가 무려 14차례나 설득한 끝에 “외교와 국방 분야에 관한 권한을 부통령에게 위임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했다. 2000년 미 대선에서 앨 고어와의 피 말리는 초접전 끝에 조지 W. 부시가 당선됨에 따라 체니도 부통령이 됐다.

 

사실 체니가 위임해 달라고 했던 권한들은 미국 대통령 권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의 총지휘권자이기도 하고, 세계 최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강력한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 두 가지 권력을 체니에게 넘겼다. 혹자는 아버지 부시 시절 국방장관으로 걸프전 승리에 공헌했던 체니의 명성이 필요했고, 정치 경력이라고는 텍사스 주지사를 끝으로 대통령이 된 아들 부시의 미숙함이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외교권과 국방 분야의 결정권을 손에 쥐고 있는 인물이야말로 진짜 미국의 실세이자 권력이다. 명목상 부시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라고 해도 그 정책이 다 체니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핸들은 부시 대통령이 잡았지만, 운전 방향은 체니가 정한 것이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그 이면(裏面)을 봐야 한다.

 

본지는 2023년 종합소득세 기준 전국 치과의원 상위 5% 연매출은 20억 4,000만원 이상이라는 국세청 통계자료를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매년 국세청에서 발표하는 의료기관이 포함된 100대 업종의 2023년 귀속 종합소득세 데이터로, 전년보다 4,000만원이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이 수치는 ‘치과의사 1인당’이 아닌 ‘치과의원 1개소’의 매출이다. 즉, 한 명의 원장이 진료하는 대다수 일반적인 개인 치과와 수 명 이상의 치과의사가 근무하는 대형 치과가 같은 단위로 계산된 것이다.

 

때문에 그 이면에는 치과계의 기형적인 형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는 현재 치과 개원가의 최대 민감한 문제인 초저수가 임플란트 광고를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공장형 치과가 치과계 전체의 파이를 싹쓸이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 겉으로는 성장하는 듯 보이지만 이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충북 지역이 연매출 1위를 기록한 것도 1개소 내에 여러 명의 원장이 근무하는 대형치과의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안과의원 등 다른 업종을 비교해 보면 다른 과의 연 매출도 양극화를 보이는 것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유독 치과계에서 저수가를 내세운 일부 극소수의 치과가 전체의 파이를 싹쓸이하고,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이득을 취한 후 떠나는 것처럼 환자를 나몰라하는 먹튀 현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는 힘과 기형적인 행태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있다.

기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치과신문에 있으니, 무단복제 혹은 도용을 금합니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치과의사회관 2층 / 등록번호 : 서울아53061 / 등록(발행)일자 : 2020년 5월 20일 발행인 : 강현구 / 편집인 : 최성호 / 발행처 : 서울특별시치과의사회 / 대표번호 : 02-498-9142 /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