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현재,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후반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여부와 무관하게 실물 경제는 침체 국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위험자산은 인하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구간에서는 추세의 방향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보다, 현 시점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한 국면으로 이동하고 어떤 자산이 불리해지는지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산배분 전략의 핵심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산배분 투자는 단순한 마켓 타이밍에 의존하지 않고, 금리 사이클의 흐름에 맞춰 자산 비중을 주기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이다. 연준의 금리 위치를 설명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기반으로, 각 금리 국면에서 ‘앞으로 유리해질 자산’은 비중을 확대하고 ‘앞으로 불리해질 자산’은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패시브 리밸런싱을 수행한다. 금리 고점인 A 국면에서는 안전자산이 저점에 위치하고, 위험자산은 B 국면 전후의 랠리에서 중간 고점을 만들며 C 국면까지 마지막 상승 흐름을 이어간다. 현재 시장은 B~C 구간의 후반부에 있으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위험자산 조정 가능성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이번 금리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금리 인하기라는 점이다. 과거 디플레이션 사이클에서는 금리 인하가 장기채 금리의 하락과 채권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였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장기 금리가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채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의 장기 월봉 흐름을 보면,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형성했던 하락 채널을 2018년 이후 상향 돌파했고 코로나 위기 당시 잠시 하단까지 밀렸으나 이후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했다. 이러한 장기 금리 구조는 이번 주기가 인플레이션 사이클임을 뚜렷하게 뒷받침한다.
장기 금리가 우상향한다는 것은 미국채 가격이 구조적으로 우하향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금리 인하기라 하더라도 장기채 중심의 헤지 전략이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사이클에서는 장기채보다 금과 달러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지난 2년 동안 미국채가 아닌 금과 달러의 비중 확대를 강조해온 이유 역시 이러한 구조적 흐름에 기인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사이클 안에는 기준금리 사이클과 마찬가지로 작은 주기들이 존재한다.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더라도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단기적인 금리 하락과 국채 가격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삼각 수렴 구간을 이탈한 후 단기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구조적 추세 전환이라기보다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리테스트에 가깝다. 경제위기 C 국면에 가까워질수록 다시 하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30년물 수익률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디플레이션 사이클에서 나타났던 구조적 하락 국면은 이미 마무리됐고, 2018년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상승 추세가 자리 잡았다. 다만 단기 관점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영향을 받아 하락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구조적으로 장기 상승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사이클 내부에서는 중기 조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C 국면의 충격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 금리는 단기적으로 급락하고, 이 구간에서 미국채 가격은 최고점을 형성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미국 국채 30년물 ETF인 TLT의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TLT는 금리 인하 사이클(A~C) 동안 상승 채널을 그리며 반등하는 구조를 보인다. A 국면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B 국면에서 중간 고점을 만든 뒤, C 국면에서 최종 고점을 형성하는 패턴은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사이클 모두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사이클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상승 기울기가 다소 완만해졌지만, 금리 인하 국면에서 나타나는 TLT의 구조적 상승 흐름 자체는 이전 사이클과 크게 다르지 않다.
TLT는 현재 B~C 구간에서 마지막 조정을 마친 뒤 반등 흐름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차트상 이평선 구조가 여전히 역배열을 유지하고 있어, 반등의 탄력은 과거 디플레이션 사이클에 비해 크게 약한 편이다. 중기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주요 이평선들도 아직 확실히 돌파하지 못한 만큼 반등 폭 역시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경제위기 C 국면이 가까워질수록 장기채 금리의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TLT가 한 차례 더 강한 반등을 시도할 여지는 충분하다.
위험자산의 고점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C 국면의 도달 시점 역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위험자산이 한 차례 더 반등한다면 TLT의 반등 시점도 함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위험자산의 고점이 이미 형성된 상황이라면 TLT는 보다 빠르게 경제위기 국면의 피크를 향해 움직일 수 있다. 결국 TLT의 흐름은 금리 사이클과 위험자산의 고점 형성 시기가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진행 중인 이번 금리 사이클에서 TLT는 기존 장기 보유자의 경우 경제위기 C 국면에서 반드시 비중을 축소해야 하는 자산이다. 반면 신규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비중을 확대할 만큼의 위험 대비 수익 매력은 이전 사이클 대비 제한적이다. 이는 장기 금리의 우상향 흐름, 즉 미국채 가격의 구조적 우하향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TLT는 금리 사이클의 위치를 파악하는 중요한 지표로서 의미가 있으며, 경제위기 C 국면에서 나타나는 단기적 금리 하락과 미국채 가격 반등은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에 유용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본 칼럼에서 다룬 미국채 TLT 분석은 패시브 자산배분 투자자의 전략적 참고용으로 작성됐으며, 실제 투자 시에는 시장을 충분히 분석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이 분석을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적인 트레이딩 매매의 기준으로 삼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