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연중기획] 내 치과 ‘디지털 치과’ 만들기 ①

2021.01.14 17:51:18 제903호

“디지털 치과로 변신, 여전히 고민되는 이유” 
신철호 원장(서울로뎀치과 ·서울시치과의사회 후생이사)

최근 수년간 치의학계 및 개원가 그리고 치과산업계는 ‘Digital Dentistry’가 가장 큰 이슈였다.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결국 모든 시스템은 디지털로 전환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는 ‘Digital Dentistry’ 특집기획연재를 통해 디지털 치과로의 접근에 보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에 치과 디지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원장, 도입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원장, 이미 디지털 치과로 변신해 잘 안착시킨 원장, 그리고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원장 등 이들의 ‘디지털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몇 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회를 기점으로 인공지능이 한참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그 당시 AI로 대체가능한 직업군 예측이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기억이 난다. 우리가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법관이나 X-ray 판독 및 진단의 분야는 의외로 AI로 조기에 대체가 가능하지만, 오히려 치과의사는 AI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직업군에 뽑혀 있었다.

 

우주의 별의 개수만큼의 경우의 수를 단 몇 분 만에 계산하는 알파고도 바둑판에 바둑알을 착점하는 것은 사람의 손을 빌렸다는 것만 봐도 치과의사라는 직군이 AI로 대체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욱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지난 요즘 치아를 스캔해서 프랩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린다. 측모두부방사선 사진을 넣으면 계측점을 모두 인식해서 교정분석을 수초 내에 끝내는 프로그램은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식립위치나 각도를 모두 결정해주는 가이드 서저리나 컴퓨터의 계산에 따라 단계별로 갈아 끼워주기만 하면 되는 디지털 교정의 경우에도 치과의사가 개입하는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간의 예상이나 상상의 힘보다 기술의 진보는 훨씬 더 빠른 것이 사실이다. 2021년을 시작하는 치의학계의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디지털’이 될 것이 자명하다. 30여년 전 세미나와 학회마다 모든 주제가 임플란트였던 그 당시와 흡사한 상황인 것 같다. 내 주변에서도 이미 디지털 덴티스트리로 일가를 이룬 대가들도 있고 이제 막 입문하면서 신세계를 체험하고 하루라도 빨리 입문하라고 권유하는 동기들도 많다.

 

관련 업체에서도 카탈로그를 주면서 특가판매로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직도 환자 입에 인상재를 짜 넣고 있다. 7년 전 한 친구가 술자리에서 디지털에 2억 원정도 썼는데 거의 사용 안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원내생 때 보존과 진료실에 먼지만 가득 쌓여있던 밀링머신에 대한 추억은 디지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억은 이제 너무 오래된 것들이기에 내가 디지털 도입을 결정하는데 큰 장애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초기투자비용의 경우 이제는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만큼 비교적 저렴해졌기 때문에 이 또한 큰 장벽은 아니다.

 

주변에 디지털의 멘토로 삼을 만한 선배나 동기들도 많고 모두들 시작만 하면 힘들지 않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들 한다. 솔직히 내가 생각할 때도 디지털을 하지 않을 이유보다는 디지털을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내가 아직도 주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로의 변화(?)에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진료에 전혀 불편감이나 불만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아를 삭제하고 인상을 채득해서 기공소에 보내면 내가 만족할 만한 지르코니아 보철물이 적당한 시간 내에 도착한다. 초기 기공사와의 의견조율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에는 병원에서 신경 쓸 일은 치아삭제와 인상채득뿐이다. 환자 입안에 시적했을 때도 아주 간단한 조정만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세팅된 현재의 상황에서 큰 변화를 주어야 하는 필요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해야 하는 업무의 양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혼자서 디자인하고 파일변환하고 밀링하고 퍼니스에 넣고 글레이징과 폴리싱까지 끝낼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는 하나, 나는 이런 작업들을 혼자서 진료 후에 남아서 하기보단 차라리 외주를 주고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디지털을 좋아하고 그 작업 자체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분들의 경우에는 작업 시간자체에 희열과 보람을 가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모두가 쉬고 있는 시간에 잔업을 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내가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왠지 모를 부담감이 든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깔거나 백업하는 작업 등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큰 스트레스다. 디지털 강의에 나오는 여러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나에게 디지털입문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떨어뜨린다. 지금도 컴퓨터 쓰다가 알 수 없는 오류나 경고메세지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디지털 덴티스트리 초기 세팅 때 고생하는 경험담을 들으면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가 디지털 덴티스트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는 이 시기에 나와 같은 소수의견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물론 나도 지르코니아나 가이드 서저리를 사용하는 상황이라 디지털에 반쯤 발을 걸친 상황인 것은 맞지만 구강 스캐너와 밀링 머신, 3D프린터까지 갖추고 본격적으로 디지털에 뛰어들기에는 아직 주저되는 것이 사실이다.  

 

30년 전 태동하던 임플란트는 그 당시 RPD와 브릿지만으로 충분한데 굳이 수술의 부담을 딛고 자신의 진료에 포함을 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던 시기가 지나고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거스를 수 없는 치과계의 대세가 되었다. 점점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시대에서는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머지않아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부디 프로그램부터 제작까지 좀 더 간단하고 쓰기 편한 시스템이 나와 주길 기다리는 것이 합리적인 기다림이 될 것인지, 바보스러운 고집이 될 것인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나 역시도 궁금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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