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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치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그리고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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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교수(고려대학교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스트레스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경험이다. 예상을 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는 우리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경험이다. 스트레스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가 있는데, 이는 우울, 불안, 그리고 수면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원인과 종류에 따라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다. 그 중 직무 스트레스(occupational stress)는 우리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상 숙명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단연 최고의 스트레스이다. 직무 스트레스는 직업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다.

 

특히, 치과의사와 같은 전문직의 직무 스트레스는 보다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되는데, 이는 의학적 전문성 및 탁월성의 유지, 치과의사로서 숙련된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경험의 축적,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가로서의 책임감 및 도덕성 등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환자의 건강,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직업적 무게감과 그것과 직결될 수 있는 응급상황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직업적 긴박성도 치과의사 직무 스트레스의 중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치과의사는 좁은 구강 내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며 특정한 자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진료를 해야 하고, 다양한 유해물질에 노출이 될 수 있으며, 시술-수술 시 일어나는 환자 또는 의사에게 크고 작은 의료사고 등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고려해야 한다.


치과의사는 이러한 직업적 특성 때문에 보다 심각한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는 우울, 불안, 수면 등의 문제로까지 악화될 뿐 아니라, 물질 오남용이나 자살 등 심각한 정신건강의 위협이 될 수 있겠다. 특히, 과도하거나 해결되지 않은 직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는 고스란히 임상진료 현장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종국적으로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집중력 저하, 심리적 위축, 진료 실수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한 관심이 있어 국내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수면의 문제에 대해 조사를 시행하였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내용에 대해 짧은 소견을 나눠보고자 한다.


필자는 280여명의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다. 의사 직무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우울, 불안, 수면 등과 관련된 척도를 통해 치과의사의 전반적인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였으며, 직무 스트레스가 이러한 정신건강 상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연관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우울척도(CES-D), 불안척도(STAI), 수면척도(PSQI)를 통해 보았을 때, 단순히 그 절단점만을 기준으로 보면 설문에 응답한 치과의사 중 43.7%가 우울문제, 13.0%가 불안문제, 55.0%가 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과연 치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우울, 불안, 수면에 각각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추가 분석을 해 보았다. 직무 스트레스 점수와 각 척도와의 연관성을 살펴보았을 때,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치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수면의 문제는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치과의사가 직무 스트레스를 심하게 경험하면 할수록, 우울, 불안, 수면의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를 각각 ‘직무 자체 요소(work factors)’, ‘환자 요소(patient factors), 그리고 ‘임상진료의 책임/결정 요소(clinical responsibility/judgment factors)’로 나누어 세부 분석을 시행하였다. ‘직무 자체 요소’는 치과의사로서 일의 노동강도 등 업무 자체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고, ‘환자 요소’는 치과의사와 환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 그리고 ‘임상진료의 책임/결정 요소’는 치과의사가 임상진료를 수행함에 있어 치료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전문가로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세 가지로 치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 영역을 나누어, 각각의 요소가 우울, 불안, 수면 문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우울, 불안, 수면 문제 모두 ‘직무 자체 요소’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자 요소’와 ‘임상진료의 책임/결정 요소’는 치과의사의 우울, 불안, 수면 이 세 가지의 정신건강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직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치과의사가 우울, 불안, 수면 문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치과의사로서 경험할 수 있는 직무 스트레스와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직무 스트레스 중에서도 업무자체의 로딩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임상진료를 수행함에 있어 치료계획 수립, 치료적 행위 수행 등 전문가로서 고독하게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는 스트레스가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같은 직무 스트레스는 치과의사라면 숙명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직무 스트레스라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며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은 이제는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54개의 치과대학 중 27개 대학에서 치과의사의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수업을 시행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 치과대학 커리큘럼에서 직무 스트레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훈련하는 과정은 확인이 어려웠다. 심지어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치과의사협회 차원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비하여 필요 시 도움을 주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치과의사회에서는 치과의사의 심각한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에 대해 비밀리에 상담을 할 수 있는 핫라인을 제공하기 도 한다.


국내 의료환경은 계속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제도의 변화와 함께 의사-환자 간의 불신, 의료분쟁 등은 매우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어느 쪽에서는 의사-환자 간의 불신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일상처럼 반복되는 진료 현장에서 치료를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전문가로서 홀로 임상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 무게감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다. 그리고 머지 않은 곳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이로 인해 정신건강의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거나, 약물중독이나 자살 등의 극단적 상황에 이르는 치과의사 동료의 안타까운 사연을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각자도생의 현대사회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경험해왔던, 그리고 앞으로 경험해야만 하는 이 같은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이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특히, 환자와의 관계, 그리고 전문가로서 임상적 결정을 내리는 영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과 경험이 공유된다면 자칫 외로울 수 있는 심리적 압박 상황이 전화위복이 되고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전문가로서 더욱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회원들의 각종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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