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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페루 구강보건 역량강화 사업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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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의료사회복지사



치과대학병원 최초 의료사회복지사
서울대학교치과병원 공공의료사업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김영훈 의료사회복지사입니다. 사회복지학과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를 거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사회복지팀에서 근무하고 있던 중 서울대학교치과병원에서 사회복지사를 채용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해 대한민국 치과대학병원 최초의 의료사회복지사로 활동한지 벌써 13년이나 됐네요.

이전에 대학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치과병원은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치과병원에 다양한 임상진료과가 있고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다양한 전문직이 있다는 것도 몰랐으니까요. 처음에는 주로 국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다가 2008년부터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몽골, 라오스 등 다양한 국가의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게 됐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페루와의 인연
우연한 계기로 2010년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페루 치과 역량강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사업의 자문을 맡게 되면서 페루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당시에 초기 사업 자문을 진행하면서 페루와 이렇게 긴 인연을 맺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구강보건분야 공적개발원조사업의 자문을 맡아 꾸스꼬 지역 구강보건 역량강화사업을 수행하게 됐습니다. 2012년 12월, 비행기를 타고 하루 반나절을 걸려 도착한 3,200m 고산지에서 느끼는 시차와 고산병은 꽤 힘들었습니다.

페루 꾸스꼬의 SAN ANTONIO ABAD 국립대학교 및 페루 보건부와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SAN ANTONIO ABAD 국립대학교 치과대학은 의과대학 내에 편제돼 있어,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기에 사업수행에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데, 구강보건은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의료이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치의학에 대한 국가적,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것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 분야에서 구강보건 이슈는 잘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더 사업에 대한 책임감이 컸으며, 그렇게 시작된 사업으로 페루 지방 국립대학교 치과대학 역량강화사업은 의료장비 현대화 자문, 이동진료사업 자문, 치의학자 초청연수 등으로 사업이 진행, 2014년 12월 마무리됐습니다.





단순 무료진료 아닌 협업 통한 의술 전달에 초점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되는 초석되길
구강보건분야의 국가적 지원이 부족한 페루의 상황을 보며 의료봉사단 파견을 통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 내부에서도 굳이 그렇게까지 멀리 갈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원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15년 처음으로 페루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했습니다.

보통의 해외의료봉사는 한국의 의료진이 개발도상국가를 방문해 무료로 진료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구강보건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현지 의료진과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의료행위를 제공함에 있어 현지 법령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현지 의료진과의 협업은 법령을 준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온 의료진들이 행하는 의술을 어깨 넘어 익히고, 시골 마을까지 찾아가 진료를 제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현지 대학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페루는 유럽 이주민과 잉카 원주민 사이에 빈부의 격차가 심하며, 의료 불평등 또한 심각한 상황입니다. 페루 국민의 60%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30%가 경제적 이유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2년도 기준 12세 아동의 영구치 우식경험치아수는 1.90개로 우식치아수와 상실치아수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치료가 필요한 우식경험치아수가 많은 상황입니다. 틀니를 필요로 하는 성인은 30~49세에서 59.0%, 50세 이상에서 78.9%를 차지하고 있어 의치가 없어 식사를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나마 치과가 몰려 있는 도시에 비해 시골은 일차보건의료인 지역보건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건소의 규모에 따라 치과가 아예 없는 보건소도 많을 뿐 아니라 보건소 내 치과도 1~2명의 치과의사가 지역주민 전체를 담당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페루에 파견된 의료봉사단은 도시와 시골에 거주하는 빈민을 위한 치과진료를 수행했습니다. 시골에서 꾸스꼬 州 꾸스꼬 市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빈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San Jeronimo, San Sebastian, San Pedro 지역의 보건소를 방문해 아동청소년 및 성인들에게 치과진료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꾸스꼬 州의 시골마을인 Ocongate, Lares를 방문해 지역보건소에서 마을 주민에게 무료로 치과진료를 제공했습니다. 시골마을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고도 4,200m가 넘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데 차로 3시간 이상을 달려가야 도착할 수 있었으며, 한국의 의료봉사단이 방문하기 전까지 한 번도 외부 봉사단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로 갈수록 구강건강상태는 매우 열악했으며,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많은 치료를 제공해주지 못해 의료진들은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의료봉사단은 서울대치과병원에서 기증한 휴대용 유니트체어 2대를 설치하고, 보건소에 있는 유니트체어 역시 점검해 임시진료실을 만들어 한국에서 가져온 기구와 재료로 진료에 임했습니다.

의료봉사단은 고산지에서 겪게 되는 고산병과 높은 일교차에 적응해가며, 지구 반대편에서 온 한국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잉카 원주민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숨이 차오르고, 갑자기 코피가 나고, 눈두덩이가 붓고, 손발이 저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우리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해 진료했습니다.

보건소에 있는 낙후된 유니트체어는 오랜 진료로 과부하가 걸려 멈추고, 부족한 진료기구와 재료로 어시스트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설상가상 갑자기 마을에 단수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의료봉사단은 침착하게 환자 모두에게 밝은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어느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웃으면서 진료를 수행해 나갔습니다.

사업을 기획하며 단순히 진료만을 제공하는 의료봉사를 벗어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첨단의 치의학을 배우기 위해 해외 치과의사들이 개원 치과병원부터 치과대학병원까지 찾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치의학 컨퍼런스를 기획했습니다. 임상교수, 치과위생사, 의료사회복지사가 각 분야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수많은 의료진들과 학생들이 질문을 하고 한국에서 더 많은 의술을 배우기를 희망하는 모습을 보며, 치과 의료봉사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소 3~5년은 지속해야
빛을 발하는 해외의료지원
2018년도를 마지막으로 페루 역량강화 의료봉사단 파견 사업을 종료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외의료지원 사업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지속성입니다. 국가가 정해지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최소한 3년에서 5년은 교류협력을 지속해야 해당 국가의 구강보건 향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12번에 걸쳐 페루를 방문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갑니다. 공항에서 기증 장비를 압수당해 발을 동동 구르던 일, 시골마을 산장에서 추위에 떨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일, 아이의 치료를 걱정스런 얼굴로 지켜보던 잉카 원주민 어머니의 모습 등 어느 하나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사업을 마무리하며 안타깝고 아쉬운 일들도 있습니다. 페루 정부의 요청으로 구강보건 공적개발원조사업이 추진됐으나, 다른 국가로 구강보건 사업이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공적개발원조 보건분야는 의학을 중심으로 AIDS, 결핵, 말라리아, 전염성 질환의 퇴치에 중점을 두고 있어 개발도상국가에서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 의료의 불평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강보건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의 많은 국제개발기구에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의료봉사로 다양한 국가를 다니다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치과진료 봉사단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의료봉사단체와 민간 국제보건단체, 구호단체 등에서 묵묵히 활동하는 치과 의료진을 보게 됩니다. 해외의료봉사의 필수 진료과인 치과는 현지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진료과목입니다. 하지만 치과 의료진의 선한 활동이 조명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치과계에서 더욱더 관심을 갖고 우리의 활동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하기에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업을 마치고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사전답사를 통해 협의와 준비를 마쳐도 도착한 순간 바뀌는 상황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이 없는지,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일 년에 한 달 이상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펼치는 의술이 아이들에게 밝은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고, 우리가 공유하는 지식이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해줄 수 있기에 대한민국 치과계의 일원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다음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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