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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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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탁 법제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

현행 의료광고 사전심의가 위헌으로 판결되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전검열이 예외 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의료광고는 상업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전 검열도 금지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심의를 받지 아니하거나 심의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9호와 “사전 심의 없이 의료 광고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제89조 등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의과, 치과, 한의과 의료광고사전심의제가 사실상 중단되었다.

 

의료광고는 의료법에 의해 규제되어왔으나 2005년 10월 ‘의료인의 영업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이 난 후,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의 광고를 금지할 것을 전제로 허용되었다. 이후 2007년 4월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의료광고 사전심의제가 시행되었고, 2012년 8월 옥외광고물 등 관련법에 따란 교통시설, 교통수단표시물, 전광판, 인터넷 뉴스 등 인터넷 매체가 추가적으로 의료광고 사전 심의대상에 포함되었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상업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고 의료광고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광고는 상행위에 대한 광고로 볼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어 의료인에게 의존하여야 하고, 치료를 앞두고 있어 객관적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에 놓인 환자들은 의료광고를 보고 의료기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의료광고는 공익을 위해 규제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의료광고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업종의 특수성상 공공적 가치가 더 크다는 전제하에 법적 사전심의가 유지되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에서는 일반 제품 및 서비스의 광고심의와는 달리 보수적인 심의 방향을 견지하여, 광고적 표현, 감성적 문구 등은 제한하고, 정확한 표현, 이성적 문구, 정보전달을 중요시하였다. 특히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 환자 유인성 광고 등을 제한하여 왔다.

 

그런데 이번 헌재 판결로 의료광고에 대한 안전망이 사실상 봉인 해제되었다. 사전심의 과정을 통해 의료광고 내용 중 위법한 부분을 자정하여 왔는데, 이제 불법 광고가 만연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장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사전심의를 받고 심의필 번호를 기재해야만 광고가 가능하도록 한 관련기준을 변경하여 심의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의료광고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의료광고가 매년 급증하는 것에 비해 관리가 미흡하며, 특히 성형 광고를 제한해야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사전광고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가 이루어지는 중에 이번 판결이 나왔다는 것이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참가를 확대하기 위하여 여성 단체, 환자 단체,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하는 사람을 위원으로 추가하도록 하였는데, 12월 중순에 시행 되자마자 광고심의위원회가 중단되었다. 또한 교통수단 내부에서 표시되거나 영상·음성·음향 및 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광고물을 심의대상에 확대시키고, 의료광고 심의에 대한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는 등 사전심의를 강화하는 모든 조치들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사전심의가 중단됨에 따라 의료광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2015년 서울시치과의사회 법제부와 소비자시민모임이 분기별로 현행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된 매체들,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SNS, 인터넷 까페, 블로그 그리고 굿닥, 쿠팡과 같은 소셜커머스에 대해 의료광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된 의료광고에서는 비용할인이나 이벤트 행사 등의 불법 유인성 광고, 치료 전후 사진을 통한 과장된 치료효과 및 치료기간을 보장하는 광고, 환자의 체험담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특정 의료기관에서 개발한 의료시술 또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 명칭을 사용한 광고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최동익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자의 치료 전·후를 비교하는 사진ㆍ영상과 환자의 치료경험담 등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위헌 소지 문제로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

 

의료법을 위반한 광고는 보건소 등 행정청의 미온적인 대처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복지부는 불법의료광고에 대해 145건(행정처분 80건, 형사고발 65건)의 적발 및 조치에 그쳤는데, 이는 대한의사협회의 자체적발 건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대부분 의료광고는 대행업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전광고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의사, 치과의사도 모르는 사이에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될 수도 있다.

 

의료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질 경우, 소비자는 부작용 등 해당 의료서비스의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함으로써 의료피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잘못된 의료서비스로 인한 피해는 생명·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원상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소비자는 부당한 의료광고로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당한 의료광고 표현에 대한 규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환자 유치를 위한 비정상적인 광고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과다경쟁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의료광고의 급증으로 이어져 의료질서를 문란하게 할 위험성이 높으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현재와 같은 법적심의가 아닌 협회별로 자율심의로 변경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 외국의 경우도 사전 자율심의가 활성화되어 있으므로, 복지부의 행정권 개입을 배제하고, 협회별로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 규정을 정비하여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심의 신청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 것뿐만 아니라 사전 규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심의제도만 남고 강제조항은 사라진 광고심의의 실효성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허위, 과장된 의료광고가 게재되는 경우 광고가 실린 매체를 제재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헌재가 현행 의료광고 사전심의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였다고 하여, 허위, 과장 광고를 금지한 의료광고 규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현재 ‘잡지 등 정기간행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사형 광고가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를 지하철, 버스 등 교통시설 관련회사와 정기간행물, 신문, 인터넷 신문, 포털사이트 등으로 확대하여, 매체에서 의료법을 위반한 광고가 게재되지 않도록 협회심의필을 권고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율 심의 실효성을 위해 복지부에서 의료인 면허 관리 방안으로 제시한 전문가-의료인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 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주목해 볼 수 있다.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직역 단체가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2011년 개정된 의료법에 각 중앙단체의 징계요청이 있을 때 1년 이하의 면허정지를 할 수 있게 하였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다. 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경고를 해봐야 이로 인한 불이익은 거의 없어 사실상 자체 징계가 불가능하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선진국 등은 민간공공기구인 전문직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면허 부여 및 갱신, 징계 등 의사자격 관련 모든 업무를 주관한다. 미국의 의사면허국(Board of state), 영국의 민간면허관리 법정기구인 GMC(General Medical Council)와 같이 의료인의 면허에 관한 사안과 공정한 징계를 담당할 ‘의료인 면허국’같은 중립적인 독립기구가 필요하다. 의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징계를 통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징계는 벌금, 사회봉사, 윤리 및 보수교육 명령, 면허정지, 면허취소까지 다양하며, 징계의 한 종류로 부과되는 윤리교육은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일정시간 강의료를 내고 받아야만 한다.

 

정부와 전문가 단체가 힘을 합쳐서 공공기관 성격의 면허관리기구를 구성하기 전에 단계적 방안으로 의사, 치과의사협회에 행정력을 부여하여 의료인의 품위손상행위로 처분을 받은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징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문가 단체의 공익적인 역할의 필요성에 따라 변호사법, 변리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에서는 각 단체의 자율성과 공익성 확보를 위해 소속 회원에 대한 징계권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단체의 소속회원에 대한 징계권 규정이 전무해 자율성과 공익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자율 징계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헌재의 판결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잘못된 광고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범람하는 의료광고들에 대한 회원들의 인식 전환과 자체적으로 불법 의료광고를 정화할 수 있는 성숙된 치과계 내부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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