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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장법’ 그 부당함에 항변한다

|특별기고| 조영탁 법제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의사들의 진료환경과 자존감은 끝도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영혼의 기병이 있다면 구원을 청해야 할 것은 바로 한국의 의사, 치과의사들일 것이다. 


2014년 가수 신해철씨가 수술 후 사망한 사건 이후 국민들의 의료분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불똥이 2012년 4월부터 시행중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이하 의분법)으로 튀었다. 환자나 가족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 조정 신청을 할 경우 피신청인(의료인 또는 병원)이 강제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이 의료분쟁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처럼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환자의 사망 또는 중상해의 경에 중재원에 접수된 조정신청에 대해 의료인의 분쟁조정 참여 의사와 무관하게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의분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에서는 “의료전문가의 합리적인 의견을 배제한 체, 분쟁절차의 자동개시 조항만 졸속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의사, 치과의사 개인에게 가혹한 책임을 물어 의료분쟁문제를 해결하자는 포플리즘 행태”라면서, “의료인의 방어 진료를 확산시키는 등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의사와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립시켜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므로 즉각 중단” 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의분법 제1조에서는 “의료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의료사고 피해자의 신속한 구제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인 역시 신속하고 공정하게 의료분쟁을 마무리함으로써 더 이상 의료분쟁에 휩쓸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인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은 근본적으로 상호간 양해가 필수이며 당사자 간의 자발성과 신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개정안은 조정신청을 하는 경우 반드시 다른 당사자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여, 자율적인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와 어긋나며 입법목적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의사, 치과의사들이 중재원의 조정에 참여하지 않거나 조정결과에 대해 불만을 갖는 이유는 의료과실이 아님에도 환자 측에 위자료나 합의금을 지불하도록 중재하는 결과가 적지 않아서이다. 장성환 변호사(전 의협법제이사, 법무법인 청파)는 중재원이 90일(최대 120일) 이내에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하다 보니, “더 중요한 ‘공정한’ 사건해결이 아닌 ‘적당한 해결’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감정이란 어떤 현상에 대해 전문가로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감정부의 역할이나 권한은 순수하게 의학적인 면에서 분석, 검토되어야 하고, 자연과학적인 확률 내지 개연성을 바탕으로 인과관계의 유무에 대한 의견제시에 그쳐야 하며 과실이나 행위에 대한 평가는 배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감정부와 조정부 모두 의료인의 비중이 40% 이내이며,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해당분야의 비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다. 장성환 변호사는 이를 “자연과학적인 분석에 의한 적정한 감정이 아니라 그저 조정을 위한 전 단계로서 필요한 적당한 감정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며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절차적으로 신뢰와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보기 어려운 현행 제도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개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조정개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재원의 조정 결과의 신뢰성과 조정성공율을 높여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지조사 강제규정 때문이다. 사망, 중상해를 초래하는 의료분쟁에서 의료과실은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선량한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  의분법 개정안 28조 3항에는 ‘의사의 동의 없이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의료기관의 문서, 물건을 강제로 조사, 열람 또는 복사’할 수 있는 의료기관 현지조사 강제개시 규정을 명시하고 있고, 53조 2항에서는 만약 강제현지조사를 거부, 방해, 기피한 사람은 30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하였다. 


민사조정법에서는 일반적인 민사 영역에서의 조정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 법관에 의해 증거조사, 기일진행 등이 이루어짐에도 증거조사에 대한 비협조에 대해 형사 처분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강제력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구에 강제조사권을 부여하고 의료기관에게 조사절차와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한 법원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위헌적인 법안이다. 


또한 중재원의 강제조사로 인한 결과들은 추후 법원의 민사소송에서 얼마든지 증거로 활용될 수가 있다. 중재원의 감정서에 대해 민사소송에서의 원용금지 조항을 두고는 있지만 증거능력이 배제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며, 또한 형사고소 제기시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강제개시, 강제조사는 자발적 참여와 상호양혜라는 조정의 원칙에 위배되어 당사자들의 불신을 초래해 결국 조정결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결과를 유발할 것이다. 결국 자율적인 분쟁해결에도 어긋나며, 신속, 공정한 의료사고 피해구제와 의료기관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한다는 입법 목적과 상충한다. 


의료분쟁은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중재원이 지난 2년여간 조정, 중재 신청한 2,278건 중 치과 분야는 201건으로 진료과목별로 4위에 해당한다. 한국소비자원의 보고에 따르면 치과 관련 신청 건수는 7천여 건으로 2000년 1373건과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증가하였다.


개정안에서는 무분별한 신청을 제한하기 위하여 강제조정을 시행하는 경우를 우선적으로 환자의 ‘사망’ 또는 ‘중상해’의 경우로 제한하고, 중상해의 기준을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중상해의 경우에는 형사적인 기준과 의학적인 기준이 다른데, 형법 258조에서는 중상해를 “생명에 대한 위험 발생, 불구, 불치나 난치의 질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상해”로 정하고 있어서 판단하기가 모호하다. 또한 중상해의 경우 향후 후유증의 정도나 재활 기간 등을 고려하면 개인차가 심하며, 환자가 느끼는 피해의 정도와 의학적 판단이 서로 상이하여 이를 구체화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 그리고 중상해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포괄 위임하면 추후 계속해서 수정이 가능하다. 벌써부터 환자단체에서는 자동개시 요건인 ‘중상해’의 판단기준을 가급적 넓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과오와 달리 의료사고란 의료행위를 받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말한다. 본질적으로 인체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각 개인의 환경이나 유전적인 요인에 따라 다양한 변이를 나타내므로 예상치 못한 치료결과를 발생할 수도 있다.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가 국소마취 후 근관치료를 한 이후에 뇌출혈로 사망하여, 유가족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형사고발한 경우도 있으며,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가 발치 후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골다공증약을 복용중인 환자가 임플란트 시술 후 악골 괴사(Medication 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으며, 매복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식립 후 신경손상에 의한 감각이상으로 인한 의료분쟁은 적지 않다. 발치 후 봉와직염이 확산되어 감염이 심층경부근막간극으로까지 확장되는 경우도 있으며, 만성상악동염 병력이 있는 환자의 발치 후 상악동-구강내 누공이 생기는 등 증상이 악화되어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분쟁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하여 과도한 고소, 고발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15년 지난해 검찰과 경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은 총 51만 2679건으로 인구 100명당 1건 꼴이며, 전체 형사사건 130만 9012건의 39.7%가 고소·고발 사건이었다. 또한 전체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검찰이 ‘혐의 없음’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사건은 34만 2622건(66.8%)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고소·고발이 많았다. 


의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환자가 사망하거나 치료 이후 후유증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할 것이다. 처음에는 사망과 중증상해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점차 중증상해의 범위는 넓어져서 의료행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학적으로 전혀 과실이 없는 정당한 진료에 대해서도 환자나 보호자가 불만을 가지고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일이 비일비재 해질 것이다. 이렇게 조정절차가 강제 개시되면 엄청난 행정적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치과의 경우 활동 치과의사의 90% 이상이 치과의원으로 개원하고 있어서, 병원과 달리 치과의원 개원의가 혼자서 조사절차와 자료제출에 응해야하므로 감당해야할 비용, 시간,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인하여 진료가 곤란한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도 환자들은 의료분쟁과정에서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경찰이나 검찰에 형사고소를 남발한다. 이는 환자 측이 민사소송과정에서 부담하는 경제적, 법률적 부담을 면탈하고, 화해 등에서 유리한 입장을 가지기 위한 의료인에 대한 위협의 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의료인들의 경우 형사절차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등의 번거로운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환자와 타협하고 합의하는 경우도 많다. 


중재원에 조정을 제기할 때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손해배상 청구액의 0.2% 미만이며, 그마저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반환된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한번 찔러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환자 및 보호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의료기관을 괴롭히거나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악용되는 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료분쟁조정이 증가하게 되면 방어 진료는 불가피하며,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불신만 더욱 더 조장하게 될 것이다.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진 환경에서 제대로 된 소진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 그로 인해 의료기관은 환자의 건강수호라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방어진료, 선별수술, 3차기관 이송 같은 현실적인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위급하거나 중환자들의 기피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치료시기가 늦어지고, 전체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하게 의료분쟁이 해결되기 원하는 것은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인, 의료기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단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누구의 잘잘못과는 상관없이 의사 측이나 환자 측 모두가 많은 시간적 경제적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법과 정책은 각 영역을 균형 있게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필요한 의분법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감정단과 조정부 구성에 있어 의료의 전문성을 살리고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의료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야한다. 또한 분쟁조정절차가 환자의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의료사고 브로커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겠으나, 의료의 특성상 불가항력적으로나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합병증으로 의료사고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의료사고를 환자와 의료기관만의 문제로 남겨두는 의료분쟁 해결제도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모두에게 재앙이 된다. 


결국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는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현행 진료행위료에는 위험도 점수에 따른 수가를 지급하게 돼 있는데,  연간 약 50조원의 건강보험급여 비용 중 진료행위료(17조6000억원)의 약 1%(1818억원)만 위험도 점수에 따른 수가로 지급하고 있어서 위험도에 비해 지급하는 금액이 너무 미미하다.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수가를 강요당하는 열악한 진료 환경에서도 이땅의 의사, 치과의사들은 환자들을 위해 소신진료를 다하고 있다. 이들에게 의료사고 배상을 전가하는 것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밀어 넣어놓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인술만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가 건강보험수가를 통제하고 있고, 건강보험이 흑자로 17조원이 누적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의료사고 배상금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장기적으로 의료수가문제 해결 후 의료분쟁조정법 제45조에서 규정한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더욱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와 보상재원 마련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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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전문지의 중요성
올해로 치과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소규모 개원의 비율이 90%가 넘어 정보 단절 경향이 큰 특성상 치의들은 치과계의 흐름이나 동향을 전문지를 통해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 대다수가 개원의인 서울지부는 이러한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신문을 창간했고, 치의들의 삶과 치과계 대소사를 담아 문화(文化)로써 가꾸어온 바 있다. 이 의미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정보는 확장되고, 매개체인 ‘기사’를 생산하는 ‘미디어, 언론’의 역할은 증대되고 있다. 30여년 전 PC산업의 도약에 따라 사람들은 앞으로 종이는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프린터 보급에 따라 도리어 종이 사용량은 늘어났고, 창작물의 생산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도 그랬지만, 스마트폰이 보급을 확산하는 시기였던 2000년대 후반에도 종이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IT 기기의 확산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보처리능력이 확장된 것인 만큼, 치과신문이 창간한 27년 전과는 비할 바 없이 많은 정보를 소화하게 돼 ‘언론의 가치’는 더욱 더 커졌다. 치과계도 과거에는 일개 사안이 전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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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경영지원 10년차, 김부장이 전하는 치과생활 리얼 스토리 -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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