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인천 산부인과 태아 사망사건과 정의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29

지난달 인천 법원은 산부의과의사를 8개월간 구금하라고 선고했다. 분만 중 사망한 태아에 대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하였다. 그동안 출산 시 태아 사망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출산과정의 진료행위를 문제 삼아 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하고 금고형을 선고하였다.

 

필자는 이 판결에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의사의 판단과 경험으로 법원 판단 근거가 되는 교과서적인 순서를 건너뛰거나 변경하였을 때, 이것을 의사의 고유 진료영역으로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이 사건에서 검찰은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히 저하되는 증세가 이미 5차례나 발생해 특별한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한 산모와 태아를 1시간 30분 동안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않고 방치해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의사를 기소했다. 그런데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임신 40주차에 접어든 독일인 산모가 저녁 10시경 분만을 위해 입원하고 다음날 오전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약 3시간 사이에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5차례나 발생했다. 이후 태아의 심박동수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환자는 오후 2시경 진통을 시작했다. 오후 4시경에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에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그런데 오후 6시경에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다시 통증을 호소하는 산모의 상태를 살피면서 태아가 사망한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검찰은 산모에게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산모의 통증 호소 등을 이유로 제거한 상태를 문제로 보았다. 태아사망 시에 감지기가 없어서 상태를 알 수 없었고, 만약 사전에 감지하였으면 제왕절개 등의 처치로 태아를 살릴 수 있었다는 가상의 판단 하에서 업무상과실치사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마도 의사는 오전 중에 있었던 심박동수 저하는 경험상 일과성으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환자의 제거요구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과거 경험으로 태아가 사망할 확률이 매우 적다고 판단하고 감지기를 제거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의료적 판단을 판사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결과와 묶어 해석하여 유죄로 판결하였다.

 

만약 이 판결이 상급법원에서도 인정된다면 의료인들은 이제부터 매우 확률이 낮은 상황을 대비한 불필요한 행위도 하여야만 한다. 또 이에 따른 방어 진료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더욱 분만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분만환경마저 더 열악해지면 급격히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 촉발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사건은 일본의 ‘오노병원 산부인과 의사 체포사건’의 무죄 판결과 대조된다. 오노병원 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것을 알고 상급병원으로 갈 것을 의뢰하였다.

 

하지만 멀어서 못 간다고 하는 산모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수술을 하였고, 산모가 사망하였다. 검찰은 수술과정에서 몇 가지 술식을 문제 삼아 기소하였으나 일본 법원은 “검찰의 주장은 의학 서적의 일부 견해에 의존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그러한 견해가 일반적으로 입증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산부인과 분만 의료시스템 붕괴의 심각함을 인식하였다.

 

대한의사회는 “이번 판결은 의사가 태아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 하였다. 더불어 지난 10년 동안 50%이상의 분만의료기관이 폐업을 하며 의사가 분만현장을 떠나는 현실에서 분만인프라 붕괴의 가속화를 우려했다. 이 사건의 잘못은 기계가 아닌 사람을,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그 자체가 오류이다. 불확실성의 변수가 많은 의료행위는 정의될 수 없고 또 정의되어서도 안 된다. 법원은 교과서보다 의료인의 양심과 정의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