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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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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45)

진료실에 5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27세 여성 환자가 턱관절증을 주소로 내원하며 같이 온 이들이었다. 한 분은 어머니인 듯 보였고 다른 3명은 형제이거나 매부 같은 느낌이었다. 환자는 턱관절음과 두통 그리고 간헐적인 전신적 불편감을 호소하며 자신이 지닌 안면비대칭을 그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더불어 안면비대칭이 개선되면 그런 증상들도 개선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장시간의 문진과 검진을 통해 환자의 증상이 전형적인 턱관절증보다는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으로 판단되어 환자에게 “일하는 동안이나 평소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되나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환자의 대답은 의외였다. “나는 전혀 스트레스가 없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다시 “직장에서 일은 고사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서 TV나 SNS에 뉴스만 봐도 스트레스 아닌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환자는 “저는 일체 안 보고 안 듣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습니다. 업무에서도 스트레스 안 받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리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20대 중반 현대여성의 입에서 나오는 “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습니다”라는 말은 심리적으로 자신은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오랫동안 강하게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요즘 20대 중반 여성이 4명의 지인과 함께 병원에 내원한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지인을 많이 동반했다는 것은 자존감이 약하거나 타인 의존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안면비대칭인데 그것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다른 문제들의 원인으로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 자신은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나 양악수술을 하는 속물이 아니라는 심리일 수도 있다. 자신은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어야 한다는 선행강박일 수 있다. 게다가 뉴스를 전혀 안 본다고 과도하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들에서 보이는 자신들의 특유한 교리를 맹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일정한 생각 패턴 속에서 사는 것이다. 자신이 약한 것을 감추기 위해 험한 세상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서 회피하는 심리에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됐다.

상담을 통해 그녀로부터 “나는 얼굴이 예뻐지기 위해 수술을 하여 안면비대칭을 개선하고 싶은데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으니 당신 입을 통하여 그 말을 듣고 싶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필자의 입에서 양악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모든 증상을 찾아서 그렇게 스스로 아파왔던 것으로 판단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냥 “안면비대칭을 고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아주 쉬운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 속에서 수많은 원인을 만들어 이야기하여 결국 그녀는 필자로부터 “안면비대칭의 개선이 당신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안면비대칭을 지닌 사람들 모두가 당신과 같은 증상을 겪지는 않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녀 증상의 원인은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크다. 첫째는 안면비대칭을 수술하고 싶은 마음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증상일 가능성이다. 두 번째는 뉴스를 전혀 안보고 SNS를 차단할 정도로 사회로부터 도피해 의식적으로는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하지만 무의식 속에는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이 수행자나 구도자가 아니고 어떻게 스트레스가 없을 수 있겠는가. 스트레스가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얼마나 많은 사연을 지니고 있겠는가.

필자가 본 그녀는 혼자 병원에 상담하러 올 수 없을 정도였다. 스스로 예뻐지기 위해 수술하고 싶다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는다고 말해야 할 만큼 주변으로부터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할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그녀와의 상담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 한 자락에 안쓰러운 여운이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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