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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Hello, Pailin” 농촌마을에 펼친 봉사 ‘엄지 척’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캄보디아 의료봉사 동행기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8시 30분 인천국제공항 K카운터 앞.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2년, 파일린에서 3년의 치과 의료봉사를 펼쳤고, 다시 한 번 역시 파일린으로 떠나기 위해 단단히 채비를 마친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박인임·이하 대여치) 캄보디아 의료봉사단이 모였다. 슈퍼캡틴 허윤희 단장과 만능재주꾼 신지연 법제이사, 포커페이스 윤경인 18대 사회봉사이사, 동물애호가 윤은희 총무이사, 미소천사 장소희 총무이사, 걸크러쉬 정진주 강원지부장이 캄보디아 씨엠립행 비행기에 나란히 탑승했다.

장장 9~10시간여에 걸쳐 베트남 하노이를 경유해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으로 저녁 8시가 다 된 시각, 캄보디아 청년단체 157 파일린지부가 뜻밖의 마중으로 봉사단을 반겼다. 봉사단은 Hang 파일린지부장이 파일린에 기증했다는 앰뷸런스를 타고 파일린을 향해 4~5시간을 더 달렸다.

태국과 맞닿아 있는 캄보디아 파일린은 씨엠립 공항에서 200㎞ 이상 떨어진 농촌지역이다. 지난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내전을 겪은 이곳은 아직도 인력을 투입해 지뢰 제거가 이뤄질 정도로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몸에 총기를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산속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인구수는 파악되지 않고, 500~600여 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봉사단은 캄보디아 의료봉사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현지 농업회사법인 성문 주식회사의 이융한 대표로부터 파일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포장도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엉덩방아를 찧어대는 탓에 멀미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봉사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시지 않았다.

불편한 몸 이끌고 찾아오는 사람들…
치과 안 가는 이유“믿을 수 없어서, 가난해서”

 
봉사단이 3박 4일간 의료봉사를 펼친 곳은 파일린 보건소의 Oral Health of Service 건물이다. 건물은 두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공간에는 4개의 유니트체어와 라이트, 진료장비들이 세팅됐다. 신지연, 윤경인, 윤은희, 장소희 이사가 유니트체어를 하나씩 맡았다. 다른 한 공간은 현지 치과의사가 상주하며 진료를 해온 곳이라 꽤 진료실로서의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 데스크에서는 허윤희 단장이 검진을 하고, 안쪽 진료실에서 정진주 이사가 진료를 시행하기로 했다.

장비 세팅을 마치고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됐다. 현지 방송사를 통해 대여치 의료봉사가 예고돼서인지 첫날 오전임에도 30여 명의 환자들이 찾아왔다.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손가락이 없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부터 파일린에서 80㎞ 떨어진 바탐방 주민들까지 치과 진료를 받겠다며 찾아왔다. 기자는 이제 막 발치를 마치고 나서는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는 바탐방의 라임 마을에서 온 환자였다.

“한국에서 치과의사가 와 진료를 해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평소에 캄보디아의 치과 의료기술을 신뢰할 수 없는데, 이번 기회에 믿음직한 한국 치과의사에게 무료로 치료를 받게 돼 기쁘다 못해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실제로 캄보디아에는 정식 라이센스를 가진 치과의사가 거의 없다고 한다. 때문에 현지인들은 일단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치과에 내원하지 않는다고. 파일린에는 정식 라이센스를 보유한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치과가 1곳 있지만 파일린 주민 대부분이 치과에 가지 않는 이유는 역시 비싼 치료비 때문이다. 프놈펜 소재 치과는 발치 30달러(USD), 스케일링 10~15달러(USD)선이다. 파일린 소재 치과도 발치가 20달러(USD) 정도인데, 농장 하루 인건비가 약 4달러(USD)라 치면 1개 발치 시 5일치 일당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국과 달리 치과에 적용되는 보험 자체가 없다. 이에 그들은 아픈 이를 치료하는 데 돈을 쓸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츄? 츄?” 검진을 하는 허윤희 단장이 환자들의 이를 하나하나 쳐 보며 물었다.  “츄?”는 캄보디아어로 ‘아픕니까?’라는 의미다. “츄?”라고 물어보면 환자들은 통증에 얼굴을 찌푸렸다. 가난해서, 가진 것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파일린 주민들. 봉사단은 책임감에, 사명감에, 또 안타까움에, 미안함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으로 치료를 해나갔다. 첫날 발치, 스케일링, 보존치료 등 80여 명의 환자들이 봉사단의 손을 거쳤다. 진료 마감 시각인 오후 5시가 지나서도 진료실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장비 고장, 빗물에 진료실 잠겨도
꿋꿋이 진료 펼친 ‘대여치 봉사단’

둘째 날. 지난 밤새 내린 비에 선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덥지 않고 시원해서 좋다고 모두들 한마디씩 거들었던 것이 원망스럽게 보건소 진료실 바닥의 1/3이 물에 잠겨 있었다. 재빨리 수습을 하고 진료를 시작하려는데 장소희 이사가 사용하던 기계에 빗물이 들어갔는지 작동이 영 시원치 않다. 스위치를 꺼보고, 다시 켜보기도 하면서 몇 번을 만져보니 드디어 제대로 작동했다. 한숨을 돌리나 싶더니 곧 라이트가 하나 둘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이 직접 휴대용 손전등을 들고 진료에 동원됐다. 봉사단이든, 통역사든, 청년단체든 손전등 비추기부터 물통 채우기, 석션 보조, 환자 안내, 우는 아이 달래기까지 해내야 했다.

 
 
 
둘째, 셋째 날은 초진 환자들과 더불어 재진 차 방문한 환자들로 더욱 붐볐다. 경험이 있던 다른 이사들은 나름의 노하우로 진료를 해나갔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봉사에 합류한 신지연, 윤은희 이사는 “설마 이렇게 쉼 없이 진료를 이어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틀째부터는 점차 적응이 됐지만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환자들. 환자 1명에 스케일링, 발치, 보존 치료 등이 함께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봉사단의 피로도는 더욱 가중됐다. 하지만 셋째 날 봉사가 끝나갈 무렵 봉사단은 일제히 왠지 모를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아쉬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봉사단을 뒤로 하고 마지막 나흘째 날이 밝았다.

손바닥을 모아 감사의 화답,
파이팅 넘친 파일린 의료봉사

 
재진 환자 15명을 상대로 오전진료만 시행된 마지막 날. 3박 4일간 봐온 환자들이라 낯이 익어 이젠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반가운 기색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불교를 믿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손을 모아 얼굴 가까이에 대고 감사를 전했다. 봉사단도 손바닥을 모아 합장하며 화답했다.

봉사단은 봉사기간 사용했던 치과 물품과 장비들을 현지 청년단체와 보건소, 치과에 기증했으며 치료를 받은 현지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LG생활건강에서 후원한 치약칫솔세트 300개를 전달했다. 작지만 따스한 손길, 대여치 캄보디아 의료봉사단은 또 한 번의 파일린 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interview_허윤희 캄보디아 의료봉사단장


"웃으며 봉사 마친 단원들에게 감사"

Q. 왜 캄보디아 파일린인가?
캄보디아 파일린에서 펼친 의료봉사는 올해로 4회째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위치한 헤브론병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현지 농업회사법인 성문 주식회사가 파일린 주민들을 버스에 태워서 내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봉사를 해오던 중 파일린의 치과 진료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주민들의 치아 건강 상태 역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에 파일린에서 직접 치과 의료봉사를 펼치기로 단원들과 의견을 모았다.

Q. 이번 봉사활동의 성과는?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 4일간 총 297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검진을 시행한 저를 제외하면 5명의 치과의사들이 각 60명 가까이 진료를 본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발치 184건, 레진 수복 106건, 엔도 52건, 스케일링 52건, 기타 진료 43건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치상 표면적 성과일 뿐 치과 진료가 절실한 곳에 따스한 손길을 나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파일린 주민들의 환한 미소야말로 이번 봉사활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Q. 봉사를 하며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쉴 새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치과 장비의 잦은 고장 등으로 봉사 기간 동안 이사들의 피로도가 더욱 가중된 것 같다. 신지연, 윤은희 이사는 처음으로 봉사에 참여해 경황이 없었을 텐데 많은 수고를 해줘 고마울 따름이다. 매년 함께 해 준 윤경인, 장소희, 정진주 이사도 피부에 발진이 나고, 벌레에 물려 수포가 생기는 등 봉사 중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든 기색 없이 항상 웃으며 봉사를 마쳐 준 우리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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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 미투와 치협 공백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겨울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참가와 주변 강대국들과의 정치적 입장으로 파행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지만, 올림픽 정신과 추억, 수많은 화제를 남기고 무사히 마무리됐다. 그리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길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루한 겨울도 끝났다. 꽃샘추위가 남았겠지만 봄은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오랫동안 권력 앞에서 무릎 꿇고 성추행과 성폭행에 시달려온 사회적 약자들 고발운동인 ‘미투’는 대한민국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유명인들에 대한 고발은 치명적이어서 충격과 효과를 주겠지만 생활 속 깊이 파고든 어두운 관행 속에서 고발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은 여전하다. 권력과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갑질(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추방하려면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발자가 되고 피해자를 한 식구처럼 대하고 보호해야 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피해자 대부분은 그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거나,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판단으로 포기했고, 결국 피해는 묻혔고 악순환은 반복됐다. 그러나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모두가 단합해 ‘미투’ 운동 분위기를 잘 살려 나가야겠다.
[논 단] # 미 투 # 위드 유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연일 뉴스를 열면 각계 각층의 원로인사나 주요인물들의 성폭력 과거사가 폭로되고 미투와 위드유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이렇게까지 악질적으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일어난 일들이 어떻게 묻혀 있었을까?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발언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내 주위의 여성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올 것이 왔다고. 우리나라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한 번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해보지 않은 여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집요하게 팔뚝 안쪽의 살만 꼬집던 선생님, 속옷 끈을 잡아당기는 걸 장난이랍시고 하던 선생님, 과MT에서 일방적인 스킨십을 해놓고 너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느물거리던 선배, 인턴 레지던트 때 과회식을 가면 항상 교수님 곁에 여선생을 앉혀야 한다고 하고 교수님과 블루스 추기를 강요하던 선배, 공적인 관계임에도 계속 개인톡으로 성적인 암시를 주는 유머와 사진을 보내는 동료….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나이를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매년 실망스런 경험으로 무참히 짓밟힌다. 그 지경이 될 때까지 왜 말하지 않았냐는 분들도 있다. 어렸을 때 조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여성을 잘나가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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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대
‘격동의 시대’는 일반적으로 4.19 이후 군사정권부터 문민정부가 수립되기 이전까지 경제적 고도 성장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도 한국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면이었다면 지금은 정신·정서·문화적인 면에서 격동의 시대이다. 요즘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운동’은 정신문화적 격동의 시대를 보여준다. 미투 사건은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 보면 어느 사회든지 비열한 인간들이 있다. 많고 적음이 문제이다. 비열한 인간은 대상에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해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들이 여성에게 행하는 비열함의 하나가 미투이다. 두 번째 사회적 면에서 보면 한국 여성들이 그동안 변질된 가부장적 폐습 아래에서 고통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가부장 사회의 기본은 가부장의 철저한 도덕성에 기초한다. 그런 사회에서 도덕성 변질은 심한 사회적인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사회는 조선시대 사회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자리 잡은 유교의 도덕성을 기본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였다. 유학 중에서도 가장 도덕성을 강조한 주자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국학을 전공한 일본인 교수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하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