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는 독립 관계다. 그러나 ‘우리’가 되려면 나와 네가 모여야 한다. 그런 ‘우리’ 속 관계는 복잡하다. 친밀한 유대관계, 무관심한 독립관계, 치열한 대립관계 등등 다양하다. ‘우리’는 구성원이 유대관계일 때 큰 힘을 발휘하고, 대립관계일 때 약화된다. 특히 대립관계가 도를 넘어 ‘우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면 치명적인 문제점을 ‘타=외부=적’에게 노출시키기도 한다. ‘우리’ 안에서는 생각도 ‘우리’ 속에 머물기 때문에 상대방이 보는 기준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솝우화 ‘개구리들의 임금님’은 이런 문제점을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매우 평화로운 개구리 마을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자기들끼리 잘 살면서도 지도자가 있으면 더 잘 살 것이라고 생각한 개구리들은 하느님에게 지도자를 내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하느님은 지금 잘살고 있으니 그냥 지내라고 설득하지만 개구리들의 강한 요청에 나무토막을 연못에 던져주었다. 개구리들은 처음에는 나무토막을 지도자로 섬겼으나,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을 알고는 하느님에게 힘세고 똑똑한 지도자를 다시 요청하였다. 짜증난 하느님은 황새를 보내주었다. 개구리들은 아름다운 황새를 칭송하고 기뻐하며 섬겼으나 결국엔 모두 잡혀 먹혔다.』
개구리들은 ‘우리’를 ‘타=황새’에게 의존하여 집단 체제를 위험에 빠트렸다. 특수성 집단은 내부적 갈등에도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 집단 자체의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그룹 위기는 형제 간의 후계자 싸움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시작되었다. 외부의 힘을 빌려 주장하려던 타당성은 재벌2세 밥그릇 싸움이란 가십거리를 넘지 못했다. 패자만 있는 결과에 총수는 구속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정보접근이 어려워서 희소성이 있는 전문가 집단도 대중과 접촉이 많아질수록 전문 가치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요즘 필자가 보는 치과계의 새로운 문제점은 ‘우리’의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이 보이는 현상이다. 내부 문제를 외력에 의탁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황새를 불러오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얼마 전 헌재 판결로 기수련자를 위한 전문의 시험 경과조치가 이루어졌다. 또 치협 회장 선거를 다시 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이 두 사건은 위법적 상황을 법으로 바로 잡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치과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법에 의존한 문제점을 남겼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전문가집단에 사회가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셋째로 양심치과 원장과 그와 생각이 다른 치과의사 간의 논쟁이 SNS와 대중매체에 등장했다. 이것은 논쟁이 문제가 아니고 대중성이 강한 SNS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문제이다. 전문가끼리 옳고 그름을 논의할 문제가 여과 없이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 이는 자칫 치과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로 전문의 경과조치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문제 삼은 소송에 대한 말이 간간히 들린다. 외부 시각은 치과의사 중에서도 전문 집단인 전문의들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마치 롯데 형제들처럼 금수저 싸움으로 치부되어 최종적으로 패자만 존재하고 최악에는 전문가 집단 이기주의로 여론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요즘 치과계는 직면하는 문제를 자체적으로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해결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사회법을 이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접근과 해결이 간단할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의 고유한 내부정보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유출된다. 이것은 다시 수호돼야 할 고유 의료권이 침해될 빌미를 제공한다. 전문가는 자신들만이 알 수 있는 고유 가치를 통하여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전문가가 신뢰를 잃으면 고유 가치가 떨어진다.
치과계 문제는 치과계 ‘우리’ 안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 내부정보 유출은 결국엔 전체 집단 가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이다. 전투에 승리한다고 전쟁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이솝이 황새를 임금님으로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