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화)

  • 흐림동두천 2.1℃
  • 흐림강릉 8.1℃
  • 서울 3.6℃
  • 흐림대전 3.9℃
  • 흐림대구 1.6℃
  • 맑음울산 5.5℃
  • 구름많음광주 5.4℃
  • 맑음부산 9.2℃
  • 흐림고창 5.8℃
  • 구름조금제주 14.5℃
  • 흐림강화 2.4℃
  • 흐림보은 1.2℃
  • 흐림금산 2.6℃
  • 구름조금강진군 4.7℃
  • 구름많음경주시 1.7℃
  • 구름조금거제 5.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문제 자식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72)

며칠 전 약국에 들렀을 때 약사는 조제실에 있었고 대기실에는 다섯 살 정도 여아와 초등학교 2~3년 정도로 보이는 오빠, 그리고 30대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아파서 약을 타려고 온 듯 했다. 필자도 같이 기다리게 되었고 그동안 본의 아니게 듣게 된 그들의 대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픈 딸에게 건넨 엄마의 첫 말은 필자에게 충격이었다. 

“○○야, 아파서 우울하지 않아? 엄마는 네가 아파서 아주 우울해” 말 한마디에 우울이란 표현이 두 번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아픈 아이를 대하는 엄마는 “많이 아파? 기운 없어? 힘들지? 약 먹으면 좋아질 테니 조금만 참아”처럼 몸에 대한 이야기와 위안을 주는 대화를 한다. 그 엄마는 자신의 우울 원인 제공자인 딸이 우울하기를 바란 듯한 질문을 던져 놀랐다.

그 때 오빠의 말은 필자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엄마가 ○○해주기로 했는데 여기 와 있어서 나는 정말 우울해” 오빠는 ‘우울’이란 표현을 당연한 듯 강조하며 감정을 나타냈다. 불과 3분 동안 그들 가족 대화에서 ‘우울’이란 표현이 10번 이상은 나왔다. 5세 딸도 초2~3년 오빠도 아직 ‘우울’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린 나이이다. 그런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지속적으로 감정에 노출되며 감정이입을 당한 탓으로 보였다.

필자는 이것을 아이들에 대한 감정 학대이며 간접적 감정 폭력으로 생각한다. 아직 감성이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우울’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반복적으로 강화하면 긍정과 행복해야 할 아이들은 ‘우울’이라는 감정에 몰입되기 쉽다. 엄마는 동질감을 얻겠지만 아이들은 쉽게 ‘우울’에 몰입되어 향후 우울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일종의 변형된 아동 학대이지만 엄마 본인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결국 그 가족은 엄마로부터 문제가 나타나든지 아니면 아이들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인식할 테지만 그 때는 이미 아이들이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안타까운 모습이 예상되지만 늘 그렇듯이 필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잘되기를 기도하며 약국을 나오는 필자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모 항공사 딸의 갑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들어본 갑질 음성 파일은 분노조절장애가 아닌 분노를 배설하는 감정배설증후군이라 해야 옳을 듯 했다.

장애란 기능을 하는 장치가 고장이나 제기능을 못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분노조절장애는 내부에 쌓인 스트레스가 역치를 넘어서면서 발생한다. 하지만 재벌 딸로 살면서 참는 것을 해보지 않아 그 기능이 퇴화되어 사소한 일에도 감정을 털어내는 것은 장애가 아니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배제된 순수한 자기만족을 위한 배설일 뿐이다. 이런 경우 윤리학에서는 단지 ‘심성이 나쁘다’라고 표현한다. 심신장애인 경우 그 순간이 지나면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후회나 자책을 하지만 그들은 배설을 하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을 비난하는 이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합리화가 아니고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생소한 감정이고 정서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감정과 정서는 모두 엄마로부터 DNA와 RNA가 전사되듯이 자식에게 그대로 복제된다. 뉴스에 모 재벌 갑질 자녀들 엄마의 갑질 행각이 기사에 나오는 것에서 보이듯이 역시 문제 자식 뒤에 문제 엄마가 있었다. 감정을 조절하는 장치가 엄마를 통하여 만들어져야 했지만, 갑질 엄마로부터 그런 기회조차 상실당한 그들은 경제적 면에선 복 받은 다이아몬드 수저이겠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정서 미완성의 심신 피해자이다.

감정배설을 할 수 없는 사회를 만나면 배설을 참아야 하는 자신이 매순간 끔찍한 지옥을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오줌을 참아 본 경험이 있다면 배설을 참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알 것이다. 감정배설도 다르지 않다. 약국에서 만난 가족에서 엄마의 ‘우울’모드가 핵심감정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전사될 것이 안타까웠다. 엄마 정서가 자식에게 100% 전사된다는 사실은 부모가 어찌 살아야 할지를 가르쳐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