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화해 분위기를 북돋우는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 감동의 ‘판문점 드라마’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꾸준하게 공을 들인 현 정부의 공이 크다. 이 드라마의 어디까지가 각본에 짜인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처음 TV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낯설었는데 판문점 남쪽으로 넘어왔다가 문대통령과 함께 손잡고 다시 북쪽으로 넘어간 허를 찌르는 파격 행보는 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깜짝 이벤트였다. 이처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는 선입견을 지우기 위한 말과 행보가 유난히 많았다.
미디어 쇼는 홍보 또는 광고를 위해 짜인 각본대로 보여주는 연출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의 정상회담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오랜 세월 동안 대한민국은 북한에 여러 번 속아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과거와 역사를 중요시하는 것은 그 진정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거짓된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진실로 만들어가는 것은 그 후의 전략에 따라서 가능하다. 반대로 처음에는 진심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진실은 그 어디에도 없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밑그림으로 긍정적인 판단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다. 무엇보다 두 정상이 함께 말했던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는 말만은 진실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상회담 이후 당국은 적십자 회의에서부터 고위급 회담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남북교류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살얼음판은 빨리 건너는 게 정답은 아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확성기 철거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 철거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는데 이는 서두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흥분해 있을 때 정치가들은 더 먼 미래를 통찰하는 냉철한 정신과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믿고 싶은 것에는 검증이 필요하고 의심나는 것에는 확인이 필요하다. 균형감각을 잃지 말자. ‘완전한 비핵화’는 북미 정상회담의 몫일 수밖에 없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 등은 북미 회담에서 국제사회가 신뢰할 만한 ‘비핵화 로드맵’이 나오고 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남북한 민간교류를 활발히 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당국이 추진하는 학술 분야의 교류협력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서 치의학계도 남북 치의학에 대한 연구 및 교육, 학술 활동과 학문적 교류를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
때마침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회장 후보가 지난달 27일 2차 정견발표회에서 남북 교류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치협은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문 발표 이후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전문가 단체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 남북 구강보건 교류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다.
또한, 범 치과계 단체들과 연합하여 남북구강보건의료협의회를 구성, 개성공단 무료 치과 진료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향후 남북 민간교류에서 치과의료와 치과기재산업의 북한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치과계가 남북평화, 더 나아가서는 남북통일에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