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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가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길, 길 없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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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375)

미국 서정시인 프로스트가 방황하던 20대 시절에 썼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주었고, 필자 또한 읽을 때마다 지난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다양한 회한을 느낀다.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늘 크고 작은 길을 선택한다. 어떤 때는 사소하고 어떤 때는 삶의 방향이 전환된 때도 있다. 시간이 지난 뒤 되돌아보아 선택이 성공한 경우엔 기뻐하고 잘못된 경우엔 후회도 한다. 하지만 길은 성공과 실패와 같은 극단적 선택의 경우보다는 ‘같은 듯 다른 삶’ 혹은 ‘다른 듯 같은 삶’의 선택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그의 시가 잔잔한 공감을 준다. 

누구나 삶을 뒤돌아보면 잔잔함 속에 역동적인 전환점들도 있다. 어떤 때는 우연처럼, 또 어떤 때는 필연처럼 오기도 하고 스스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강요당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길을 걸어 왔고 그렇게 갈 것이다. 늘 같은 길인 경우가 더 많다. 늘 같은 길이더라도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같은 길은 없다. 어떤 때는 꽃이 피어 있고 어떤 때는 눈길이기도 하다. 똑같은 모양의 은행잎도 없지만 아주 다른 모양도 없듯이 매일이 같을 수도 있으나 똑같지도 않다. 늘 크고 작은 길 앞에서 선택을 하지만 산책로를 걷듯이 욕심 없이 선택하면 지칠 일도 후회할 일도 없다는 것을 길 위에서 배운다. K2 같은 험한 산을 택하지 않으면 대단한 선택도 없지만 대단한 변화도 없다. 산책길에 눈비를 만날 수는 있으나 삶을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볼 때 생긴다.

젊은 프로스트가 이 시를 쓰던 시절, 우리나라에서 유관순은 독립만세를 부르며 죽음을 알고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였다.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을 훗날을 위해 남겨두고 돌아갈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동안 유관순은 ‘길 없는 길’에 자신의 목숨을 던져 새로운 길의 흔적을 만들었다. 가보지 못한 길은 길이 없을 수도 있고 길이 아닐 수도 있다. 가지 않은 길이 선택하지 않은 과거 가치의 소중함이라면 가보지 않은 길은 선택해야 할 미래가치의 소중함이다. 과거가치에는 리스크는 없지만 아쉬움과 회한이 있고, 미래가치는 위험과 희망이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늘 같은 길을 선호하고 새로운 길을 만나면 주저한다. 하지만 아무리 피해도 때가 되면 새로운 길을 만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에 따라가지 않은 길은 늘 추억 속에 아련한 아쉬움이나 심한 후회로 남는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 역사는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시점에 놓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프로스트의 시처럼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너무 많이 지나친 사람들은 죽더라도 미련보다는 위험과 희망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가보지 않은 길의 위험에 도전할 힘과 용기를 준다.

우리 근대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작은 동학이다. 왕권 하에서 발생한 자발적 시민항거 동학을 막기 위해 외세를 불러들인 선택이 경술국치를 넘어 분단을 지나왔다. 동학을 실패한 시민혁명으로 만든 청나라 군사 원조 요청은 텐진협정으로 일본을 불러들인 잘못된 선택이었다. 상처투성인 우리 근대사는 실패한 시민혁명 동학으로 시작하여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지난해 성공한 시민혁명인 촛불집회를 통하여 비로소 막을 내렸다.

촛불집회가 스스로 길을 만들었고 이제 남북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외세와 협상을 앞두고 있다. 늘 그렇듯이 반복된 역사는 또 다시 외세와 협상의 선택을 만났다. 이번 선택이 무엇이 되든 우리역사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한다. 동학 이후 긴 여정을 끝낸 촛불집회가 옳은 선택에 성공한 시민혁명이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옳은 선택일 가능성을 기대한다.

역사란 반복되는 시간의 흐름 속 선택이다.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서 있는 모든 이에게 이 길도 유관순열사가 만든 ‘길 없는 길’에서 시작된 길임을 상기시킨다. 그들이 옳은 길을 선택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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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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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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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