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금)

  • 맑음동두천 3.5℃
  • 흐림강릉 2.5℃
  • 구름조금서울 4.7℃
  • 맑음대전 5.5℃
  • 구름조금대구 7.5℃
  • 울산 6.0℃
  • 맑음광주 6.5℃
  • 구름조금부산 10.0℃
  • 맑음고창 5.2℃
  • 구름많음제주 12.3℃
  • 맑음강화 1.8℃
  • 맑음보은 5.9℃
  • 맑음금산 4.8℃
  • 맑음강진군 9.6℃
  • 흐림경주시 4.9℃
  • 구름조금거제 9.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바쁜 사람들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80)

데스크에서 예약을 잡다보면 환자로부터 바빠서 진료를 받을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예약을 두 달 이상 미뤄도 되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그 때마다 다시 묻는 직원에게 “올 수 없다는데 다른 방법이 있나요? 내가 왕진을 갈 수도 없고요”라고 자조어린 답변을 하고는 “환자에게 진료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꼭 이야기 해주세요”라는 말을 덧붙이지만 진료받을 시간도 낼 수 없이 바쁜 이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의심이 간다. 바쁘게 사는 것이 멋있어 보일 수도 있으나 치료받을 시간도 낼 수 없다면, 하고 있는 일이나 전반적인 삶에 대해 한 번 정도는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듯하다. 

20여년 전이었을 것이다. 30대 초반 여성 환자가 진료시간을 늘 어기고 잘해야 세 달에 한번 내원한 듯했다. 그때 필자는 무슨 일을 하는데 그리 바쁘시냐고 물었다. 환자는 미스코리아가 붐이던 시절에 가장 유명한 미용실 팀장이었고 미스코리아 메이커이기 때문에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했다. 그때 필자는 “누구든지, 무슨 직업에 종사하든지 간에 자기 자신을 위해 한 달에 1시간을 낼 수 없다면 한 번은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왜? 무엇을 위하여 열심인 것일까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실장은 한 달에 한 번은 꼭 내원하였고 치료가 종료되는 날에 “선생님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후로 환자로부터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기억이 떠오르지만 예전처럼 환자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요즘 젊은 환자들은 나이든 의사 충고를 귀담아 듣기보다는 꼰대 잔소리쯤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있고, 필자 또한 환자들의 바쁜 이유를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세상일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죽하면 교정치료 받으러 올 시간조차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필자 자신을 보면 이해심이 넓어진 것인지, 나이를 먹은 것인지, 체념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환자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만은 확실하다. 과거 모습을 돌이켜보면 환자를 이해하려고 접근하기보다는 계획된 치료기간에 끝내야 하고 잘 치료해야 한다는 직업적인 강박성 집착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여유를 가지고 상황에 따라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치료기간을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마음에 여유가 부족했다는 생각도 있다. 

통상 개원을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환자가 증가한다. 환자가 증가하면 항상 두 가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첫째는 다양한 성격의 환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까다로운 사람, 예민한 사람, 부정적인 사람 등을 만날 확률이 증가한다. 이들을 만날 가능성을 1%라고 하면 하루에 5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고 가정했을 때 확률적으로 이틀에 한 번은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환자수가 증가하면 진료하는 의사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환자의 질문은 늘 단순하거나 황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진료인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지만 지친 상태라면 수용보다는 예민 반응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환자 불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환자 증가는 딜레마가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감소시킨다. 개원부터 늘 시간에 쫓기며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이유를 몰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환자가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여유가 없었다. 심지어 시간에 쫓기며 오가는 것이 싫어서 골프를 그만두었지만 그때도 정확히는 몰랐다. 지금도 가끔은 바쁜 때가 있지만 예전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건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여유를 잃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평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여유를 잃지 않고 객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건의 결과가 서두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바쁘다는 것과 바쁘지만 여유를 지닌다는 것은 다르다. 마음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르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국내증시 코스피 분석 | 금리사이클 후반부에서의 전략적 자산배분

2025년 12월 10일, 국내 증시는 다시 한 번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코스피는 11월 24일 저점 이후 단기간에 가파른 반등을 보이며 시장 참여자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러한 상승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현재 우리가 금리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 그리고 그 사이클 속에서 향후 코스피 지수가 어떤 흐름을 보일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기적 자산배분 전략은 단기적인 매매 타이밍보다 금리의 위치와 방향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은 금리 사이클의 각 국면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2025년 말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극후반부에 진입해 있으며, 이 시기는 위험자산이 마지막 랠리를 펼치는 시점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산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곧 이어지는 경제위기 C 국면은 경기 침체와 시장 조정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단계다. 따라서 지금의 상승 흐름은 ‘새로운 랠리의 시작’이라기보다 ‘사이클 후반부의 마지막 불꽃’이라는 인식이 더욱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