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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포용하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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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84)

상악 소구치 하나가 왜소치보다는 크고 일반 크기보다는 조금 작은 환자가 있었다. 교정 마무리 단계에서 작은 소구치 주변에 공간이 약간 생길 것이니 보철치료를 받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얼마 후 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치료 전에 미리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는 동안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라고 한들 과연 어디까지 예측하여야 할 것인가. 법에서 정한 환자의 알권리에 대한 설명의 의무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국민 정서법은 또 어디까지일까. “모른다. 이해하지 못했다. 들은 바 없다면 끝”이라는 시쳇말처럼 정말 끝인가. 대단한 의료사고도 아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여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보니 억울함과 약오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치아가 작아서 생긴 일인 것을 미리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 억울했다.

의사생활 30년에 분쟁의 수순을 다 밟으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것을 머리보다 몸이 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라면 끝까지 따지겠지만 그냥 타협할 것을 알기 때문에 약이 오른 마음이 있는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과도 같은 일을 수없이 경험했지만 아직도 담담한 평정심을 유지 못하고 억울함도 섭섭함도 있는 것은 수행이 부족한 탓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오죽하면 저럴까’, ‘무슨 사연이 있겠지’, ‘무슨 까닭이 있겠지’라고도 하고 기독교식으로 ‘저들을 용서하소서’도 하고 불교식으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도 외쳐보지만 역시 마음한 구석에는 앙금이 남아있다. 

심리적으로 완전히 소화시켜서 용서하거나 이해한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그냥 삼켜서 무의식속에 집어넣으면 미움이 되고, 되새기면 ‘두고 보자’는 앙심이 된다. 무의식에 넣지 않고 짧은 시간에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분노가 되고, 앙심을 긴 시간에 걸쳐 대응하면 복수가 된다. 어차피 상대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분노하여 대응하든가, 용서하든가, 계속 미워하든가, 앙심으로 복수를 하든지 결국 선택은 항상 본인 몫이다.

선택에서 용서를 하면 가장 쉬운 일이지만 종교적인 성찰과 내공이 요구되는 것으로 아직 미숙한 이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계속 미워하는 것과 복수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연되는 이유로 그동안 지속적인 심적인 고통을 받아야 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즉시 분노하여 반응하는 경우에는 심리적으로는 상처가 적겠지만 사건의 해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 성격에 따라 자존심이 강하고 어리석거나 열등감에 심리적 프레임이 약하면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고 일단 감정대로 저지른다. 이들은 다양한 후유증을 시달리지만 마음에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일반 사람들은 행동보다는 미움이 지니고 현실을 택한다. 반면 마음에 상처로 남는다. 자존심이 강하고 영리하거나 열등감에 심리적 프레임이 강하면 앙심에 복수를 선택한다. 나중에 복수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사건을 지속적으로 되새기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종교적 성찰로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용서하고 잊어버릴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종교적인 성취가 필요하여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하게 증가됨에 따라 심리 프레임이 약해지면서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반사람들에서 미움으로 간직하던 사건들이 분노로 표출되어 나오는 경우의 수가 증가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표준 중심이 일반감정에서 분노하기 쉬운 프레임이 약한 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매순간마다 늘 유사한 선택에 직면한다. 과거 온정주의가 지배하던 사회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일들이 서구 문물우선주의가 만연해진 지금에는 매순간 발생하고 있다. 사람마다 상대의 실수나 약간의 손해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포용하는 사회로 빨리 전환되어야 한다. 그 시간이 길수록 마음이 겪어야 할 고통의 총량이 증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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