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9 (금)

  • 흐림동두천 2.2℃
  • 구름많음강릉 5.8℃
  • 흐림서울 3.0℃
  • 흐림대전 5.6℃
  • 맑음대구 6.9℃
  • 맑음울산 9.0℃
  • 구름조금광주 7.0℃
  • 맑음부산 7.2℃
  • 구름많음고창 6.5℃
  • 구름조금제주 10.7℃
  • 흐림강화 4.1℃
  • 흐림보은 5.1℃
  • 구름많음금산 5.8℃
  • 구름많음강진군 7.6℃
  • 맑음경주시 8.0℃
  • 맑음거제 5.5℃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익숙함인가, 전통인가, 수구인가?

URL복사

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01)

개원한 건물 1층에 순댓국집이 있다. 필자가 개원하고 2년 후에 생겼으니 벌써 16년 된 곳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집으로 평가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과음하여 숙취가 있는 날에는 늘 찾는 단골 장소였다. 일전에 과음하고 들렀는데 국물 맛이 싱거워졌고 부추김치 맛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사람 두 명만 보였다. 건강문제로 수술을 한 차례 하셨던 일이 생각나 주인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변한 맛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관리소장으로부터 주인이 바뀌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필자가 과음하고 숙취를 해소할 가까운 장소 한 곳이 사라졌다. 분명 가게를 넘기면서 비법을 전수했겠지만 젊은 새 주인에게는 아마도 늙은 할머니의 고집이나 어리석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객은 첫 숟가락에서 변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인수한 새 주인은 모르는 듯하였다. 순댓국집은 아마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년 전에는 건물에 있던 칼국수집이 주인이 바뀌며 밥집으로 변했다. 주인집 딸이 대학을 졸업한 후 건강상 이유로 가게를 접었다. 바지락과 감자로 깊은 맛을 내는 칼국수였고 역시 필자의 숙취를 달래주던 곳이었는데 가게가 없어졌다. 이제 순댓국집마저 없어졌으니 필자가 과음을 접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주인이 바뀌면 맛이 변한다. 지난 주말, 일을 보고 돌아오던 길 중간에 모처럼 보쌈집을 들렀다. 발길을 끊은 지 근 10년이 넘은 곳이다. 맛이 다른 곳보다는 좋았으나 건물을 새로 올리기 전의 예전 맛은 아니었다. 과거 허름한 판잣집 건물에서는 오로지 보쌈 하나만 팔았지만 항상 긴 줄이 늘어섰다. 기다리다 먹었던 그 깊은 맛을 지금은 느낄 수 없다. 새 건물을 지었을 때 맛이 변한 듯하여 혹시 주인이 바뀌었냐고 물어보니 아들이 운영한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한 달에 두세 번 가던 것도 끊었는데 이번에 다시 먹어보니 그때보다도 못했다. 이젠 필자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그런 맛집이 되었다.

 

왜 주인이 바뀌면 음식 맛이 변할까. 왜 음식 맛이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수되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비법을 전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 방식을 바꾸었거나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가장 나쁜 경우로 이윤 때문에 거래처를 바꿨을 수도 있다.

 

나이든 할머니도 건강상 이유로 가게를 넘길 때 음식 맛의 비법을 안 가르쳐주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적어도 그분은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새 주인은 그 가게 단골들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 식당은 뜨내기손님이 없다는 것을 주인만 모르니 6개월 뒤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필자가 유학시절 교정 실습시간에 유지장치 레진을 한 달 동안 폴리싱만 한 적이 있었다. 끊임없이 사소하게 반복되는 일의 지루함에 짜증도, 화도 났지만 한 달이 지난 뒤에는 치과기공사들이 레진을 광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일에도 이유와 까닭이 있으며 그것이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새 주인이나 보쌈집 아들 눈에는 예전 사람들 방식이 고루하고 보수적이며 전근대적인 낡은 방법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다양한 이유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그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마음의 방향이 고객을 바라본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자신들을 향해 있었다면 결과는 점점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본 보쌈집은 예전처럼 고객이 많지도 않았고 메뉴만 더 많아졌다. 점차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필자의 생활 속에서 나만의 맛집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전통을 무시한 이들로 필자의 안타까운 추억만 늘어나고 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미친× 머리에 꽂은 꽃과 탈팡
요즘 ◯팡의 뉴스가 난리도 아니다. ◯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로켓배송이란 이름으로 주문 다음 날 빠르게 배송을 하며 동종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회사다. 그 회사에서 얼마 전 이용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후속 처치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급기야 국회청문회가 열리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팡 청문회를 보다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가 연상되었다. 동문서답하는 것도, 불리한 것은 ‘모른다’로 일관하는 것도, 최고 책임자에 대한 질문에는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것도 모두 유사한 풍경이었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에서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장세동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이번 청문회에서는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한 외국인 변호사 바지사장이 대조적으로 오버랩되었다. 게다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장 연차가 높은 부사장은 취직한 지 1년이 안 되었고, 부사장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청문회를 보는 내내 무슨 마약 범죄조직의 점조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팡 사용자는 늘었

재테크

더보기

스태그플레이션 시기, 금과 은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최근 금과 은, 백금 등 귀금속 시장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귀금속의 성과가 이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이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최근 귀금속 시장은 이러한 공식이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 하나의 금리 사이클이 진행되는 동안 주요 자산군의 흐름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욱 분명해진다. 글로벌 주식시장과 한국 증시는 모두 상승했지만, 금과 은 역시 그에 못지않은 성과를 기록했다. 특히 은은 최근 들어 금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백금 등 다른 귀금속 시장의 성과 역시 탁월했다. 이는 단순한 단기 테마라기보다, 거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자산 선호도의 이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 사이클과 인플레이션 환경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재정 지출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했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국면이 지나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