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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익숙함인가, 전통인가, 수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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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01)

개원한 건물 1층에 순댓국집이 있다. 필자가 개원하고 2년 후에 생겼으니 벌써 16년 된 곳이다. 처음 먹었을 때 맛집으로 평가할 정도로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어서 과음하여 숙취가 있는 날에는 늘 찾는 단골 장소였다. 일전에 과음하고 들렀는데 국물 맛이 싱거워졌고 부추김치 맛이 달라졌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젊은 사람 두 명만 보였다. 건강문제로 수술을 한 차례 하셨던 일이 생각나 주인 할머니 안부를 물으니 별일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변한 맛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관리소장으로부터 주인이 바뀌었단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필자가 과음하고 숙취를 해소할 가까운 장소 한 곳이 사라졌다. 분명 가게를 넘기면서 비법을 전수했겠지만 젊은 새 주인에게는 아마도 늙은 할머니의 고집이나 어리석음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맛은 결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고객은 첫 숟가락에서 변한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인수한 새 주인은 모르는 듯하였다. 순댓국집은 아마도 6개월 정도 지나면 다른 업종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년 전에는 건물에 있던 칼국수집이 주인이 바뀌며 밥집으로 변했다. 주인집 딸이 대학을 졸업한 후 건강상 이유로 가게를 접었다. 바지락과 감자로 깊은 맛을 내는 칼국수였고 역시 필자의 숙취를 달래주던 곳이었는데 가게가 없어졌다. 이제 순댓국집마저 없어졌으니 필자가 과음을 접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주인이 바뀌면 맛이 변한다. 지난 주말, 일을 보고 돌아오던 길 중간에 모처럼 보쌈집을 들렀다. 발길을 끊은 지 근 10년이 넘은 곳이다. 맛이 다른 곳보다는 좋았으나 건물을 새로 올리기 전의 예전 맛은 아니었다. 과거 허름한 판잣집 건물에서는 오로지 보쌈 하나만 팔았지만 항상 긴 줄이 늘어섰다. 기다리다 먹었던 그 깊은 맛을 지금은 느낄 수 없다. 새 건물을 지었을 때 맛이 변한 듯하여 혹시 주인이 바뀌었냐고 물어보니 아들이 운영한다는 말을 들은 후로는 한 달에 두세 번 가던 것도 끊었는데 이번에 다시 먹어보니 그때보다도 못했다. 이젠 필자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그런 맛집이 되었다.

 

왜 주인이 바뀌면 음식 맛이 변할까. 왜 음식 맛이 부모에게서 자식으로 전수되지 않을까? 확실한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비법을 전수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 방식을 바꾸었거나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가장 나쁜 경우로 이윤 때문에 거래처를 바꿨을 수도 있다.

 

나이든 할머니도 건강상 이유로 가게를 넘길 때 음식 맛의 비법을 안 가르쳐주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적어도 그분은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고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새 주인은 그 가게 단골들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 식당은 뜨내기손님이 없다는 것을 주인만 모르니 6개월 뒤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필자가 유학시절 교정 실습시간에 유지장치 레진을 한 달 동안 폴리싱만 한 적이 있었다. 끊임없이 사소하게 반복되는 일의 지루함에 짜증도, 화도 났지만 한 달이 지난 뒤에는 치과기공사들이 레진을 광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일에도 이유와 까닭이 있으며 그것이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새 주인이나 보쌈집 아들 눈에는 예전 사람들 방식이 고루하고 보수적이며 전근대적인 낡은 방법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다양한 이유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그때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마음의 방향이 고객을 바라본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자신들을 향해 있었다면 결과는 점점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본 보쌈집은 예전처럼 고객이 많지도 않았고 메뉴만 더 많아졌다. 점차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필자의 생활 속에서 나만의 맛집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전통을 무시한 이들로 필자의 안타까운 추억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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