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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정신과 의사 사망 사건을 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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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06)

새해가 덕담으로 시작하여야 하건만 그리 녹록지 않다. 서울 모대학병원 정신과의사의 사망사건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상담 진료하던 환자로부터 공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건의 내용을 보면 1년 전에 진료를 받았던 환자가 예약 없이 내원하였으며 진료 시간 이후에 온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환자는 이미 살해할 의도를 지니고 내원했다고 한다. 고의적으로 의도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불어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인들은 비슷한 조건에 놓여 있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어제는 25세 남성 초진 환자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았다. 종이에 질문을 깨알같이 적어왔다. 잇몸이 나쁜데 자신의 치아가 언제쯤 빠질까? 등등 환자의 질문에 1/3은 답변하지 못하고‘예측 불가합니다’, ‘신의 영역으로 현대의학으로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등으로 답변하는 필자에게 환자는 짜증을 내고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에 필자는 ‘미안합니다. 치아교정으로 치근이 짧아진다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서 얼마나 어떻게 짧아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대 의학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그 환자는 질문마다 모른다고 답하는 필자를 책임회피나 하는 나쁜 의사 정도로 취급하고는 돌아갔다.

필자의 의도와 달리 환자는 강한 불만을 지녔다. 과연 누가 이 환자와 상담해 불만 없이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치과의사의 답변으로 그 환자가 불만 없이 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결론에 도달하며 정신과의사 사망사건이 떠올랐다. 이미 환자는 내원하기 전에 수많은 자신만의 답을 정하고 왔고 자신의 답과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럼 정해진 방향과 다른 결과를 내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그 질문에 답을 하여서는 타임트랩처럼 몇 번을 하여도 같은 결과가 초래된다. 해결점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과연 환자가 그런 질문들을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를 알면 환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직도 필자는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정신과 의사가 사고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를 생각하니 몇 가지 주목할 것이 보였다. 평소와 다른 것들이다. 평소와 다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대학병원에서 예약 없이 온 환자를 경솔하게 다루지 않았나하는 부분이 있다. 다음은 진료시간이 지난 후에도 진료를 행한 것이고, 셋째는 마지막 환자였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사항의 공통점은 의료진이나 병원 시스템이 가장 느슨해지는 시점인 때라는 것이다. 예약제 우선으로 돌아가니 예약하지 않은 환자는 마냥 기다리면서 불만이 최고조로 다다를 수 있다. 진료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병원 시스템이 멈춰진 시점이고 다른 스텝들도 이미 자기 자리에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 번째로 마지막 환자였다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약하지 않아서 밀렸을 가능성과 처음부터 끝날 시간에 맞춰 내원했을 가능성이다. 전자였다면 환자가 화가 날 여건들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였다면 애초에 작정을 하고 왔을 가능성이 높다. 내용이 어떤 것이든 필자가 늘 강조하듯이 마지막 환자를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했다면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의료인들은 하루 진료가 끝날 때, 마지막 환자를 진료할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하루의 피로가 가장 심하여 집중력이 최악으로 떨어질 때이다. 또 진료 이후에 약속이나 일정이 있을 경우에 생각이 분산되고 본의 아니게 무의식적으로 진료를 서두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마지막 환자의 진료에는 집중력을 요하는 환자는 예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일부러 항상 마지막 시간에 내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결국 우리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경각심을 갖고 조심하는 시작점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더라도 평소와 다른 그 무엇인가가 발생했을 때이다. 그것을 심리학에서는 징조라고 한다. 의료에서는 전구증상이라는 표현을 한다. 무엇인가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소와 다른 징조가 나타난다. 징조를 조기에 파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경험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느낌을 믿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느낌은 본능적으로 먼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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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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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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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