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15일 ‘보건복지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국민구강건강 증진 및 치의학산업 육성·지원정책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구강정책과를 설치했다고 발표했다. 구강정책과는 △구강보건사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조정 및 평가 △지역사회 구강보건사업의 조정·평가 △구강보건에 관한 조사·연구 및 교육·홍보에 관한 사항 △치과의료기관 및 치과의료기기 관련 단체의 지원 및 육성 △구강보건 자격면허 등 인력 수급에 관한 사항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운영 지원에 관한 사항 △치과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사항 등을 담당하게 된다. 물론 필요한 사항들을 정부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매겨 계획할 것이다. 치협은 적극적으로 이에 협조해야 함이 마땅하다. 여기에 구강정책과에 당부하자면 치과계의 앞날을 고려하지 않고 실적에만 급급해 자칫 치과계가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
지금 치과계는 좋든 싫든 공공의료의 틀 속으로 갇혀가고 있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바로 치과의사의 과잉공급 때문이다. 치과의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품위를 지키지 못할 만큼 과잉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격경쟁 속에서 비보험 수가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정부가 문재인케어로 굳이 비보험의 급여화를 외치지 않아도 스스로 급여화에 굴복해 들어왔다.
치과계는 당연히 ‘국민구강건강을 위해서’라는 대전제 하에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의료라는 허울과 명분으로 치과계가 지금처럼 과도하게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구강정책과는 치과의료 분야 정책 중에서 치과 진료스탭 구인난 해결과 치과의사 과잉공급 대책 마련을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미국에서 치과의사는 인기 직업군에 속한다. 반면 일본은 하위권이다. 일본 치과대학의 입학정원이 미달인 곳이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두 나라의 차이는 역시 인력수급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 치과병의원들은 보철 보험화로 수익구조가 낮게 형성됐다. 대한민국의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내 치과의사의 운명이 점차 일본 치과의사와 같은 쇠락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하다.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일본을 능가하는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치과의사 평균수명 증가, 신규 치과의사 수 증가 등은 개원 외에 진로가 극히 제한된 치과의사 직군의 특성상 치과개원의 증가로 바로 이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과의사의 수급조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국민 구강건강을 위해 치과계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 국민 구강건강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고, 품격 있는 치과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정 치과의사 수와 적정 수가가 필요하다.
이제는 “치과의사들이 돈을 밝히면 안 되지”라는 말로 의료윤리에 가둬놓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시기는 지났다. 치과의사도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는 전문가이자 경영인이다. 능력과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직원들은 주 40시간 근로 혜택을 받는 좋은 세상이 됐어도, 정작 원장들은 야간진료까지 불사하는 등 장시간의 진료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누군가는 지출을 줄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리 말하지 않아도 줄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 빈곤감은 치과의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기대만큼 못 벌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자신의 능력 탓을 하면서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하는 비참한 사건들이 그야말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치과의사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고, 이제 그 한계에 달했다는 점을 치협은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정부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단물만 쪽쪽 빨면서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마지막 선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끝없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치의학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임상실력으로 국민 구강건강을 지키면서 치의학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는 인재들이 치과계에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 치협은 구강정책과와 공조해 치과의사 정원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적정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