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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SKY 캐슬과 간디 묘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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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09)

요즘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 드라마 ‘SKY 캐슬’이 유행이다. 인성이 배제된 교육현장과 투쟁장이 된 입시제도 등 현재 교육현장의 다양한 문제점을 보면서 놀랐고, 100년 전에 ‘인격 없는 교육의 무서움’을 예견한 간디의 예지력에 한 번 더 놀랐다.


2000년 초, 심미치과학회 일로 인도를 방문했었다. 가장 큰 추억은 뉴델리에서 유명한 묘역을 두 군데 다녀온 것이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타지마할과 간디 묘역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타지마할은 유명세만큼이나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실은 슬픈 역사를 지닌 왕비의 무덤이다. 왕비를 사랑한 무굴제국 황제가 죽은 왕비를 위하여 묘지를 지었지만, 그로 인한 국력 낭비로 나라가 망했다. 반면 인도를 독립으로 이끈 간디의 묘역은 넓고 정갈하였다. 특별함이 없어 보였지만 그의 묘비명은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다.


요즘 ‘SKY 캐슬’을 보면서 그 글이 다시 새롭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나라를 멸망으로 이르게 하는 일곱 가지 사회악을 묘비명에 적었다. 1.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2.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3. 양식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4. 인격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5. 도덕성 없는 상업 (Commerce without Morality) 6.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7.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이다. 이 일곱 가지 내용 중에 어느 것 하나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요즘 우리 사회 모습이다.


다른 것보다도 백년지대계인 교육에서 인격이 배제된 학교 교실 현장 모습은 가장 큰 문제이다. ‘SKY 캐슬’은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첫째로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 모두가 벗어나기 힘든 함정(트랩)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공감하면서도 갈증에 소금물이라도 마시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넷째, 이제는 교육이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극단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모두가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것이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인격이 없는 지식’이 나머지 여섯 조항의 근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을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도덕성 없는 상업이 성행한다. 유명 식품회사 회장은 횡령으로, 전 대법원장은 직무유기로, 성직자와 검사는 성추행으로 구속되었다. 이것이 ‘인격 없는 지식’의 결과물이다.


한민족이 역사 속에 50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의든 타의든 각 시대마다 변하면서 생존해왔다. 사회가 극단에 이르면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이 생기고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된다.


초대정부는 부패의 극단에서 변했다. 군사정부는 독재의 극단에서 변했다. 지금 우리는 개인주의와 양극화 극단에 서있다. 극단적 개인주의는 개개인을 고립시켰고 우울증을 증가시키며 분노조절장애 사회를 만들었다. 극단적 양극화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잃게 만들었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사회에서 해도 안 되는 사회로 변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족단위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는 이유이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고, 1년 뒤나 10년 뒤에 좋아진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은 고사하고 당장 오늘 숨 쉬는 것도 힘들고 고통스러워 자살을 선택한다.


‘SKY 캐슬’은 매일 숨 한번 쉬는 것에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학생들과 학부모의 현실을 그렸다. 이제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지만 모든 곳에서 변화가 올 것이다. 역사를 통하여 자의로 변하지 않으면 타의에 의하여 변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간디의 묘비명에 적힌 멸망하는 일곱 가지 악에 대한 내용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 필자의 눈에 보이는 모습이다. 이제 스스로 변화를 이끌 주체가 되기 위하여 자기성찰이 철저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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