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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정상과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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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15)

라파엘로가 그린 명화 ‘아테네 학당’ 벽화 중앙에는 대화하고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위치하고 있다. 플라톤은 우주와 인간 본성에 대해 자신이 쓴 ‘티마이오스’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하늘을 향하여 이상을 설명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들에게 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은 자연계와 과학탐구를 하는 현실주의 상징으로 땅을 향해 있다. 라파엘로는 두 사람이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본질을 두고 서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상상하였다. 인문학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의학으로 치면 그레이해부학 같은 가장 기본적인 과목으로 서양철학에서 처음에 배운다. 서양철학은 끊임없는 생각과 탐구를 통하여 지식을 넓혀나간다. 반면 동양철학은 성품의 성(性)과 우주 본연의 성품인 여(如)를 추구하며 일반적인 지식은 비우고 생각을 멈추며 인간 본연의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구한다. 서양철학과 접근 방법이 정반대이다.


깊은 생각과 사고를 통하여 이룩해나가는 방법이 서양철학이라면 생각과 사고를 멈추고 비워나가는 것이 동양철학이다. 필자가 서양철학에서 ‘미학(美學)’을 배울 때 매우 어려웠고, 동양철학에서 성(性)과 여(如)를 인지하기까지 힘들었다. 사고를 통하여 생각의 끝에 접근하는 ‘미학’과 생각을 비워서 마음의 끝을 찾는 ‘여(如)’는 전혀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 그런 생각들을 처음 해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 순자, 주자, 석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아주 특출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생각과 사상을 범인인 필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처음 그들의 생각을 접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면서 고민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그들은 역사를 통해 인류에서 가장 뛰어난 머리를 지닌 최고 중의 최고들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평범한 필자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가 멍청한 것이 아니고 그들이 지극히 뛰어났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100m 경주에서 벤존슨이나 칼루이스와 달리기를 해서 졌다고 슬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생각이 바뀌니 마음도 편해졌고 ‘미학’ 수업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다. 필자가 평범하고 정상적인 표준 사람임을 깨닫고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그들은 좋게 이야기하면 특출난 것이고 달리 표현하면 비표준이고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다.


정상인 내가 비정상인 그들보다 못한 것을 굳이 마음 쓰며 슬퍼할 일이 없다. 어디 세상에 비정상이 한둘인가? 나보다 잘생긴 연예인들, 돈이 많은 재벌들, 뛰어난 학자들, 명의들 등 모든 일이나 분야에 다 존재한다. 여기에 비정상에는 한 가지가 더 있다. 특출나게 나쁜 것도 있다. 상위가 있으면 하위도 있다. 하위 비정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위 비정상을 정상으로 인식하고 산다. 반에서 1등이 정상이고 중간성적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1등이 비정상이고 중간이 정상이고 지극히 표준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하지 않은 안면비대칭이나 약간 주걱턱을 지닌 환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그들은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표현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정상은 약간 틀어지고 덜 맞는 것이지 이상교합이나 완벽한 대칭이 정상이 아니라고 답변해주지만, 그때마다 환자들은 필자 말에 당황하거나 동조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생각들이 지금 성형 압구정 얼굴을 만들어냈다. 엄마들은 1등 하는 자식을 주문하며 대치동 학원 열풍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냈다. 정상보다 비정상을 주문하는 기이한 열풍이다.


만약 필자처럼 정상과 표준을 깨닫지 못하면, 매사가 칼루이스와 경쟁해서 진 것을 낙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출한 그들에게는 존재하는 일이지만 평범한 정상인에게는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일이다. 정상인 필자가 특출한 그들의 생각을 굳이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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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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