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결혼정보회사에서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사랑의 유통기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미혼남녀 중 56.0%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은 66.1%로 여성 응답자 47.0%보다 높았다.
유통기한이 있다는 6가지 이유 중에서 남성의 경우 ‘더 이상 설렘이 느껴지지 않아서’가 48.8%로 1위였고, 여성의 경우 ‘감정이 항상 처음과 같을 수는 없어서’가 40.6%로 1위였다. 다음으로 남성의 28.1%가 ‘감정이 항상 처음과 같을 수는 없어서’, 여성의 23.8%가 ‘더 이상 설렘이 느껴지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그 뒤로 남성은 ‘오래 만나면 권태기가 와서’(15.0%), ‘특별한 이유는 없다’(13.4%), ‘익숙함이 소중함을 잊게 만들어서’(3.1%),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는 속설을 들어서’(1.6%)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는 속설을 들어서’(14.9%), ‘익숙함이 소중함을 잊게 만들어서’(13.9%), ‘특별한 이유는 없다’(3.0%), ‘오래 만나면 권태기가 와서’(2.0%) 순으로 생각했다.
이와 반대로 ‘사랑의 유통기한이 없다’고 답한 44%의 응답자 중에서 1위는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40.8%)였으며, ‘표현이 달라질 뿐 마음은 달라지지 않아서’(21.8%), ‘사랑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해서’(12.3%), ‘언제나 처음처럼 사랑하기 때문에’(10.1%), ‘특별한 이유는 없다’(8.4%), ‘권태기가 오지 않기 때문에’(5.0%) 등이었다.
이 결과에서 필자는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연애의 유통기한’과 ‘사랑의 유통기한’이 혼동된 것인지, 아니면 사랑과 연애가 동일시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과 연애에 대한 필자의 정서가 지금 미혼남녀들과 다른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1970년대 영화 ‘러브스토리’를 미혼 시절에 보았던 세대들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감정이 지금 세대와는 확실하게 다르다. 지금이라면 진부한 내용으로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이 만나 사랑하고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하지만 20대 아내가 병으로 사별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당시 영화를 본 젊은 세대에게 ‘러브스토리’는 ‘눈이 내리네’ OST 음악이 깔리면서 눈밭에서 뛰노는 모습과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20대 나이로 백혈병으로 죽음을 앞둔 아내를 지켜보던 남편의 모습 등으로 사랑에 대한 강인한 메시지를 던졌다.
50~60대 중에는 지금도 영화 주제가 ‘Love story’로 알려진 ‘Where do I begin’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첫사랑이 이른 나이에 죽었다고 알려진 대만 가수 등려군이 부른 노래는 그런 이유인지 애절하여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랑에 대하여 ‘Love story’의 가사는 지금도 심금을 울린다.
“Where do I begin to tell the story of how great a love can be, how great a love can be, The sweet love story that is older than the sea, The simple truth about the love she brings to me, Where do I start, With her first hello, She gave a meaning to this empty world of mine, There’d never be another love, another time, She came into my life and made the living fine, She fills my heart, She fills my heart with very special things, With angels songs, with wild imaginings, She fills my soul with so much love, That anywhere I go I’m never lonely, With her along who could be lonely, I reach for her hand, it’s always there.”
기성세대들에게 ‘사랑’이란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은 아니지만 ‘러브스토리’에서 보여준 그런 로망이 들어 있다. 연애의 유통기한은 이해가 되지만, 사랑의 유통기한이란 말은 좀 거부감이 든다. ‘더 이상 설렘이 없어서’, ‘감정이 처음과 같지 않아서’ 그들은 사랑이 식었고 변했다고 생각했다.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즉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이 중요하다 하였다. 평범한 감정이 유지돼야 설렘이 중요하다. 항상 설레고 처음 같은 감정이 유지된다면 그 사랑 또한 유지되기 어렵다. 사랑도 성숙해야 깊이가 생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