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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상실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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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3)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딸이 외국에 나가기 전에 치과 검진을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아 예약해주었다. 얼마 후 내원한 환자는 24세 성인이었다. 필자가 환자에게 어떤 문제로 내원하게 되었냐고 질문하니 환자는 “엄마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답변하였다.

 

구강 상태는 하악 제1대구치를 조기 상실하고 방치하여 제2대구치가 근심 경사되고 제1, 2 소구치는 후방으로 이동하여 치아 사이에 공간이 생겨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환자는 진실로 엄마가 가라고 해서 온 것뿐이었다. 24세 성인에게 충고할 수도 없는 처지인 필자로서는 환자에게 “이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당장은 별일 없겠지만, 마흔 살이 넘을 때쯤 되면 교합이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으니 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젊을 때 심각한 걱정과 관심을 가지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어머니의 이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니까요”라고 답했다. 조만간 외국에 간다 하니 최소한 충치 치료만이라도 받고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근본적인 교합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지만 조금은 심란한 마음이었다.

 

자기 치아를 관리 못하는 것이야 그럴 수도 있다고 해도 24세 성인이 엄마가 치과에 가라고 해 왔다는 답변은 늘 들을 때마다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때마다 본인을 탓하기보다는 어떤 일들이 있었기에 저리 답변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답변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반복된 학습 속에서 가장 간단하고 간편하고 확실한 결과를 낸 것이 아마도 그 답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답변 뒤에는 엄마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엄마는 자식에 대한 사랑과 배려라고 말하겠지만 자식은 참견이고 간섭이라 말할 것이다. 사건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개인적 옳음이나 기준에 맞춰 판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누구나 같다.

 

부모는 세 부류가 있다. 자식을 믿고 참견을 전혀 하지 않는 부류와 전적으로 참견하는 부류와 최소한만 참견하는 부류가 있다. 최소한만 참견하는 부류는 또 둘로 나뉜다. 부모가 최소한만 참견한다는 부류와 자식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참견하는 부류이다. 부모 생각에 최소만 참견한다고 할 경우에는 대부분 참견하는 부류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의 차이는 몇 가지로 나타난다. 결과를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 그리고 실패를 실패로 보는 것과 실패를 경험으로 보는 차이에서 나타난다. 삶에서 실패는 해서는 안 될 것이 아니라 하다 보면 발생하는 일이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모든 일에 성공해야 한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때는 결과가 나쁘면 과도한 좌절을 겪는다. 실패를 하나의 경험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조급함과 과도한 성공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요즘 부모들 형태를 만들었고 자식들 모습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말이 “엄마가 가라고 해서요”이다. 삶이 길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사회 교육은 장기적이기보다는 단기적 성공 일변도로 가고 있다. 그런 조급함이 부모를 개입시키고 자식들은 실패를 경험할 기회를 상실하였다.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하면 사소한 실패에도 과도한 좌절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얼마 전 중2 남학생이 선생님에게 벌을 받고 점심시간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자녀 상담을 받으면, 자식들이 요청하지 않으면 참견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충고를 하려면 자식에게 분당 1만원씩 주고 충고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 정도는 투자해야 자식들이 귀를 열고 들어줄 것이고 아니면 결과는 더 나빠 질 수 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부모님 충고(잔소리)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필자도 이제야 연로하신 어머니의 잔소리가 반가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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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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