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 (목)

  • 흐림동두천 0.1℃
  • 맑음강릉 1.6℃
  • 서울 1.6℃
  • 맑음대전 1.6℃
  • 맑음대구 2.2℃
  • 맑음울산 2.2℃
  • 맑음광주 3.5℃
  • 맑음부산 3.8℃
  • 맑음고창 1.6℃
  • 흐림제주 9.0℃
  • 흐림강화 5.0℃
  • 맑음보은 -1.6℃
  • 맑음금산 0.0℃
  • 맑음강진군 2.9℃
  • 맑음경주시 0.2℃
  • 맑음거제 1.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영화 ‘기생충’을 보고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5)

일요일 시간을 내어 얼마 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더욱 유명해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감독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의 생각이 복잡하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그 희망을 이룰듯하다. 영화는 아주 심플한 상하구성을 지녔다. 등장하는 세 가족의 사회적 신분과 부에 따라 ‘높이’라는 시각적 효과로 전환해 표현하였다. 지상에 사는 극상층의 IT회사 사장 가족, 지상과 지하의 중간인 반지하에 사는 하층인 주인공 가족, 사회에 나올 수도 없어서 완전 지하실에 사는 최하층 집사 부부가 있다. ‘높이’가 어떤 사건에 의해 만나는 접점이 생기고 겹치게 될 때를 수평으로 표현하며, 수평거리의 친밀도와 분노 등을 소품의 크기와 무게로 표현해 수석이나 일기장, 인디언 소품 등으로 표현했다. 심리와 감정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것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을 소품이라는 물품을 통해 시각화했다. 즉 수직은 높이의 시각효과로, 수평은 크기와 무게로 감정을 표현했다. 소품이라는 물질로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높이’로 비탈길, 반지하 혹은 계단을 사용했다. 수평도구로 접점과 감정의 크기에 따라 무거운 수석 혹은 가벼운 일기장을 사용했다. 아들이 사장 집을 처음 방문할 때 높은 비탈길을 오르고 가족이 사장 집을 탈출할 때 계단을 지겹도록 내려오는 이유이다.

 

영화는 우연한 기회에 가난한 집 아들이 사장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가족 모두가 신분을 위장하고 위장 취업을 하며 시작된다. 사장 집에 모든 것을 의존하며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기생충과 같은 삶을 산다. 하지만 그들이 그 집에 들어가기 위해 몰아낸 예전 집사가 다시 찾아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하층과 최하층 두 가족이 먼저 접점이 생기며 겹쳐지고 수직구도에서 수평구도로 감정의 거리감이 나타났다. 사장이 이사를 오기 예전부터 살고 있었던 집사 부부와 주인공의 만남은 서로 다르다. 주인공에게는 수평적 갈등으로 감정을 떠난 생존을 위한 영역싸움이지만, 지하에 사는 집사 부부에게는 수직적 갈등으로 생존을 포함한 감정싸움이었다. 사장 부부는 주인공과 접점이 없는 수직적 거리가 유지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사장 아들 생일잔칫날에 주인공에게 접점이 생기고 수평거리인 감정의 폭이 좁아지면서 모멸에 대한 분노가 표출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심리적으로 생각해볼 포인트는 칼에 찔려 죽어가는 딸을 지혈시키고 있던 장면에서 주인공의 결정이다. 세 가지의 선택이 그에게 주어졌다. 칼에 찔린 딸의 상처를 눌러서 지혈을 시키는 것, 딸을 시해한 범인과 싸움 중에 다친 아내를 도우러 가는 것,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냄새난다고 모멸감을 표출하는 이기적인 사장에 대해 분노로 응징하는 것이었다. 감독이 세 가지 감정을 동등한 갈등으로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모멸감에 대한 분노가 너무 커서 딸과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감정이 접근도 못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애매하게 표현했다. 그 장면이 인디언 모자를 쓴 송강호 얼굴 영화포스터다. 주인공은 사장에게 분노를 폭발시키고 자신은 반지하에서 완전 지하의 삶으로 들어갔다. 분노 표출에 대한 대가를 역시 수직적인 시각으로 표현하여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해주었다.

 

심리학적으로 사회적인 분노보다 가족 구조가 우선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영화처럼 분노를 선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감독은 가족을 포기하고 분노를 선택하며 관객의 심리에 엇박자 갈등을 유발시켰다. 살아가면서 매순간 경험하는 갑질(시어머니, 상사, 고객, 조직 등등)에 대해 분노하지 못하는 모두를 대변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뭔가 생각이 정리되기 어렵고 감정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겠지만 무거울 것이다.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고 사물 시각화로 표현했기 때문에 그것을 인식하고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잘 만든 영화지만 너무 리얼해 마음 아픈 영화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리 전통사상에는 악마가 없다
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이 알려주는 저가매수·고가매도 전략

자산시장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침반은 결국 금리 사이클이다. 금리, 인플레이션, 경기순환, 투자심리 등 다양한 요인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은 일정한 패턴과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추세적으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배분 투자자는 단기 뉴스나 매크로 변수의 소음에 흔들리기보다, 금리 사이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현재 시장이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지난 2023년 초부터 미국 주식과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은 모두 강한 상승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지, 혹은 아직 확장될 여지가 있는지는 결국 현재가 사이클의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금리 고점(A), 첫 번째 금리 인하(B), 경제위기 국면(C), 금리 저점(D)으로 이어지는 큰 구조 속에서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어느 시점에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어느 시점에 저가매수를 해야 하는지를 보다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는 금리 사이클에서 말하는 경제위기(C) 국면의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블랙스완급 이벤트인 팬데믹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