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3 (수)

  • 맑음동두천 -8.0℃
  • 구름조금강릉 -1.8℃
  • 맑음서울 -5.9℃
  • 흐림대전 -2.9℃
  • 흐림대구 0.3℃
  • 구름많음울산 0.7℃
  • 광주 1.0℃
  • 구름조금부산 2.3℃
  • 흐림고창 -0.4℃
  • 구름많음제주 6.9℃
  • 구름조금강화 -6.4℃
  • 흐림보은 -3.5℃
  • 흐림금산 -1.6℃
  • 흐림강진군 1.9℃
  • 흐림경주시 0.4℃
  • 구름많음거제 2.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나비를 보았다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8)

올해 들어 처음으로 출근길에 나비를 보았다. 하얀 바탕에 검은색 반점이 있는, 예전에 그리도 많았던 배추흰나비였다. 6월 말인 지금 처음으로 나비를 보니 반가움을 넘어 감개가 무량했다. 메뚜기, 잠자리를 잡던 어린 시절에 빼놓지 않고 같이 잡던 것이 배추흰나비였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지금은 한남대교라 불리는 다리가 노래 가사에 나오는 제3한강교였다. 제3한강교를 건너 신사동은 온통 배추밭이었고 다리를 건너기 전인 한남동은 순천향대학병원 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일대가 온통 풀밭이어서 초등학교가 파하면 친구들과 그곳으로 잠자리채를 들고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잠자리, 메뚜기 그리고 나비를 잡았다. 잠자리 중에서 장수왕잠자리, 나비 중에서 제비나비를 잡으면 횡재를 한 날이었고 친구들로부터 온갖 부러움을 받았다.

 

중고생 때는 한동안 방학마다 시골 사는 친구 집을 방문해 들과 산으로 나비 잡으러 다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엽기적이지만 잡은 나비는 잘 말려서 코팅을 해 수집하고 진열했다. 나비 날개의 색상은 나전과 함께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제비나비는 화려함의 극치이고 배추흰나비는 한민족의 무명 저고리와 치마를 연상케 하며 소박함과 고상함이 정겨웠다. 볼 때마다 마치 우리나라를 연상하게 하는 나비였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모두 잊어버리고 그런 추억이 있었다는 기억마저 없었는데 어제 출근길에 만난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오래된 필자의 추억창고에서 나비의 추억과 정서를 꺼내주었다. 배추흰나비의 암컷은 무명색 바탕에 브라운색으로 수컷보다 점이 한두 개 많지만 절제되어 있어 순박하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반면 수컷은 무명색 바탕에 진회색으로 조금씩 포인트가 들어있는 것이 소박하지만 묵묵하고 뚝심이 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필자가 좋아하던 나비였다.

 

예전엔 통상 4월말이면 흔한 나비여서 서울에서도 잘 볼 수 있었는데 6월 말이 다 지나가면서 보인 것은 환경의 영향인 듯 하여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요즘 신문지상에서 꿀벌의 감소로 인해 식량생산의 위기가 초래되고 심하면 인류멸망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농약과 지구온난화가 곤충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곤충 중에서도 스트레스에 특히 약한 꿀벌이 견디기 힘들어하며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사실 올해 들어 아직 꿀벌은 보지 못하였고 말벌은 한 번 보았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곤충환경을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스트레스에 강한 말벌이 더 잘 버티고 습성이 도시에 더 잘 맞기 때문이다. 사실 말벌은 포유류의 호랑이처럼 곤충에서 최종 포식자로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산에서 해충 애벌레를 잡아먹고 파리, 딱정벌레, 나방 애벌레 등을 포식하여 해충 증가를 막는 순기능을 해왔는데, 요즘은 도시로 내려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도시 증가로 공원과 정원 등이 생기며 천적 동물이 없고 먹을 것이 많고, 또 말벌이 살기 좋은 높은 온도가 유지되어 도시가 말벌에게 적합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에 취약한 꿀벌이나 나비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7년 연구기관 공동 조사에서 지난 15년 사이에 강원도 나비가 34%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감소와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올라간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강원도가 그 정도이니 도심에서는 더 심각할 것이다. 세계 보고서에 의하면 곤충 중 40% 종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그 중 나비와 꿀벌이 포유동물, 새, 파충류보다 8배 빠르게 감소된다고 하였다. 반면 집파리와 바퀴벌레는 더 많아질 것이라 보고되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아직 남미와 아프리카지역에서는 자료가 없다. 자료가 없는 것인지 조사가 안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아직 덜 오염되었다고 믿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는 지금 나비 한 마리, 꿀벌 한 마리를 보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필자가 알던 제3한강교 넘어 배추밭이 추억 속에 있듯이 나비를 기억 속에서 보아야 하는 세상에 살게 된다면 슬플 것이다. 이젠 흔하지 않은 귀한 나비 한 마리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리 전통사상에는 악마가 없다
악마의 개념은 종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인도 힌두교는 이원론적인 악으로 선의 신과 대등하게 전쟁을 하는 존재다. 반면 기독교는 하느님의 최고 천사가 반역하며 타락하여 사탄이 되었다. 불교는 신도 악마도 모두 중생으로 연기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도교는 신도 관료체계가 있어서 가장 높은 옥황상제 밑에 신하 신들이 있고 최하위에 인간 범죄자 같은 하급 저질 영혼인 귀(鬼)와 마(魔)가 있다. 유교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개념으로 절대 신도 악마도 없다. 인의예지 안에 있으면 선이고, 벗어나면 악이라기보다는 불선의 개념이다. 악마의 등장은 사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권선징악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악당이 더 잘사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후세계에서 확실하게 징벌하는 개념을 종교가 도입하였다. 우리 전통사상에는 절대 악마가 없었다. 일본 요괴와 서양 드래곤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악의 존재다. 우리 전통사상의 도깨비는 장난기는 있으나 권선징악의 존재다. 원래 우리 전통사상에는 선악 개념이 없었다. 인간은 선량하고 행복한 저승 사람이 이승으로 놀러 왔기 때문에 원래 선한 것이다. 원한이 있으면 푸는 것이고, 악한 것은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1월 원달러 환율 분석과 전망 | 환율의 장기 상승 추세와 경제 위기

2025년 11월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9원까지 상승하며 단순한 기술적 움직임을 넘어, 글로벌 경제가 다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가 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에 놓여 있으며, 자산시장이 구조적 분기점을 향해 가는 전환기의 중심에 서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가 경제위기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정책 방향, 글로벌 유동성, 신흥국 자본 흐름, 그리고 인플레이션 사이클의 장기 패턴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움직인다. 단기 변동이나 정책 개입에 의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장기적인 사이클이 결정하는 흐름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은 다음 국면으로 향하는 ‘큰 흐름’이 다시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점이며, 환율의 장기 상승 추세와 경제위기 C 국면의 도래가 어떻게 연결될지를 이해하는 것은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이번 칼럼에서는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금리 인하 사이클이라는 두 가지 장기 트렌드가 현재의 환율 움직임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리고 왜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