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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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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7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미국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는 유학생은 유학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발표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이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대학들이 임시로 조치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모두 배제하고 원칙적인 것을 내세워 발표한 것이다. 이 일을 보면서 한 책이 생각났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작가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 악의 화신이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 미칠 영향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표는 법적으로는 옳을 수는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발표였다. 아마도 발표 이전에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되지 않았거나 피드백되지 않았거나 잘못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 자신들이 행하는 행동이 몇 년을 준비해온 유학생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였다. 물론 유학생 자금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하는 학교에 대한 고려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버드 등 명문대학들의 강한 반발로 급하게 취소됐지만, 이것이 단순히 이 부서만의 해프닝인지 아니면 미국 전 행정부의 태도인지,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논리에 입각하면 지금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상식을 기반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트럼프가 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미국의 모든 기조가 상식보다는 힘으로 변했다. 상식은 상황을 판단해야 하지만 힘의 논리로 가면 상황보다는 단순한 옳고 그름으로 변한다. 주어진 대로 자신이 하는 일을 생각 없이 충실하게 하기만 하면 옳게 된다. 과거 독일에서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충실하게 수행한 것뿐이라서 사람을 수백만 명을 죽였지만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 아이히만의 논리이다. 자신이 행하는 일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이 단순히 열심히 하다가 도덕과 윤리에 상반되면 악이 된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 정의했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번 사태는 아이히만처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고 검증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 나왔다고 생각된다. 물론 생각이 있는 자가 반론을 제기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식의 소리가 묻혀버릴 분위기나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사회란 상식이 통용되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이다. 미국의 유학생 정책은 원래 다른 나라 유학생을 공부시켜 귀국시키고, 그들이 그 나라의 사회적 지도자가 되게 해 미국에 호의적인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유학생 정책은 단순히 대학 재정만의 문제가 아닌 중요한 국가 미래를 위한 외교적인 포석이었다. 지금 미국 유학담당자들이 그런 기본 원칙도 모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발표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심쿵했을 유학생들은 미국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있기까지 과거에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요즘 미국이 보이는 모습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의 힘만 자랑하는 듯하다. 지금 심쿵한 유학생들이 각 나라에서 지도자가 되는 20~30년 뒤를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다. 트럼프가 외치는 America First를 들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각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미국에 대할 태도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상대의 이익을 생각하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모두가 적이 된다. 개인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나라 유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켜주면서 얻은 신뢰가 지금 세계 유일한 최강국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노력을 잊어버리고 이젠 미래가치인 유학생들의 호감을 반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다. 20~30년 뒤 미국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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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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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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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