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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고구마와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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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8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아침에 일어나니 팔과 어깨가 뻐근하다. 노동(?) 때문이다. 1년 전부터 아침식사 대용으로 고구마를 먹기 시작하였다. 한번 쪄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아침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다. 구입은 마트나 인터넷 주문을 하는데 이번에 햇고구마가 나왔다고 해남에 계신 처형이 보내주셨다. 큰손 덕택에 10kg 두 박스를 받고 어제 반 박스를 작업(?)하였다.

 

흙이 묻은 고구마를 일차적으로 씻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시 수세미로 깨끗이 닦는데 몇 개 하지도 않고 팔이 아파 왔다. 씻어놓은 것보다 씻어야 할 양이 산처럼 보이고,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머리에 땀이 나고 팔은 점점 더 아파졌지만 씻은 양은 많지 않고 씻어야 할 것은 점점 더 많아 보였다. 순간 가사 노동, 일반 노동, 막노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느꼈다.


식당에서 그릇 닦는 분들, 막노동 현장에서 노동하시는 분들, 동일 작업 노동을 하는 분들이 생각났다. 큰 식당들은 분야별로 나뉘어있다. 홀에 서빙, 주방에 요리사, 그리고 그릇 씻는 역할이 구분돼 있어 설거지 담당은 하루 종일 그릇만 씻는다. 특히 불판을 쓰는 음식점에서 탄 불판을 씻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세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요즘 이태원에 가면 아프리카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힘든 노동을 기피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로 대치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먹을 고구마를 닦는 것도 팔이 아파 한숨 쉬면서 하는데 하물며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같은 일이라도 더 힘들고 한숨이 날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노동의 어려움을 딸랑 고구마 5㎏이 알게 해주고 필자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옛날 농사짓던 부모님들이 자식들은 힘든 농사를 짓지 않게 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공부를 시킨 이유를 알 것 같다.

 

노동의 어려움을 체험하면서 그동안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육체와 정신노동의 어려움을 토로하던 필자의 생각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치과의사는 육체적 고통을 받는 노동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치과의사의 정신적 고통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신적 고통은 직업마다 다르니 절대량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직업도 편할 수만은 없다. 직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알지 못하는 고충들이 모두 있다. 게다가 입장에 따라 차이도 있다.

 

지난 추석 때 일이다.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치는데 아내가 기름은 뜨거울 때 넣어야 한다는 둥 미주알고주알 옆에서 가르쳐준다. 순간 만약 부부가 아닌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라면 아마도 시어머니 잔소리로 들리겠다고 생각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노하우 전달이지만 듣는 며느리 입장에서는 일을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처한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동일 사건을 인지하는 차이를 다르게 만든다.


글을 쓰는 동안 뉴스에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올라왔다.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의사고시 미응시자 구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반대 52.2%, 찬성 37.5%, 잘 모르겠다 10.3%였다. 지금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의료인이자 부모의 입장에서 또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젊은 의학도들의 마음이 보여 안타깝고 일이 잘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세상일은 늘 시어머니와 며느리처럼 각각 입장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다. 나를 위한 고구마를 씻는 일조차도 나를 힘들게 하니 씻는 동안 내내 회의가 들었다. 하루 400개를 배달하던 택배기사님이 사망하였다. 요즘 코로나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 밤 12시까지 배달한다. 어제 필자도 저녁 10시에 물건을 수령했다. 택배나 그릇 씻기나 힘든 노동이 요구되는 일에 젊은이들보다는 중년층이 많다. 조기퇴직을 했거나 사업에 실패하거나 다른 직업을 찾기 전에 일시적으로 하는 경우이다.


고작 고구마 5㎏을 씻는 것만으로 오늘 아침까지 팔이 아파서 노동의 어려움을 알게 된 것은 필자가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아온 증거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모든 육체노동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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