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수)

  • 맑음동두천 -3.0℃
  • 맑음강릉 1.7℃
  • 맑음서울 -3.8℃
  • 맑음대전 -0.3℃
  • 구름조금대구 1.4℃
  • 구름많음울산 1.7℃
  • 구름많음광주 0.8℃
  • 구름조금부산 4.7℃
  • 구름조금고창 0.0℃
  • 흐림제주 5.0℃
  • 맑음강화 -4.2℃
  • 맑음보은 -1.3℃
  • 맑음금산 -0.6℃
  • 구름많음강진군 2.0℃
  • 구름많음경주시 0.6℃
  • 구름많음거제 4.5℃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옳음의 덫, 이성의 덫, 그리고 생각의 유연성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9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70대 환자분이 내원하셨다. 집 근처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한 다음 날부터 걸을 때 다리도 아프고 씹는 것도 이상하고 불편한 느낌인데, 치료해준 의사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불평하셨다. 교합과 유도로 등을 확인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이 없었다. 단, 턱기능을 검진하는 동안에 대답을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힘을 주고 입을 벌리고 닫는데도 턱이 덜덜 떨리는 양상이었다. 치과 치료를 받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냐고 물으니 30분이 넘었다고 하셨다.

 

필자는 “임플란트나 교합에는 문제없이 잘 치료되었습니다. 다만 치료를 오랜 시간 받는 동안에 긴장하고 힘을 쓰셔서 다음날 온몸이 아프셨던 것입니다. 옛날 말에 이 빼고 몸살 났다는 것입니다. 며칠 지나면 차차 좋아지실 것이니 살살 조심해서 사용하시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니 마음 편해하며 가셨다. ‘이몸살’이란 필자의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환자가 치료가 잘못됐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의사가 알 수 없는 증상들도 많고, 환자들이 자신 생각 속에 몰입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좀 더 진전되면 오로지 자신의 말만 하게 되고 치료해준 의사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물론 환자도 의도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치료받고 나서부터 불편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과치료가 잘못됐다고 단정하면, 생각이 신념으로 바뀌고 더 확고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논리적 설명을 하여도 환자는 듣지 않고 핑계를 댄다는 의심만 증폭되기 쉽다. 이번 경우에서 ‘이몸살’이라는 표현이 환자에게 설득력 있게 들렸던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납득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납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상대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의사를 이해시키려는 환자조차 있다. 특징적으로 자신의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입만 있고 귀가 없다’고 표현한다. 이런 분을 만나면 그와 반대로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귀가 없는(들을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화가 나면 상대방 이야기가 들리지 않게 된다. 이성적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분노하면 아이큐가 100 이하로 하락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또 치과 피습사건이 발생하였다.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을 접하고 필자는 최소한 환자가 흉기를 들고 난입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하였다. 환자는 불특정하고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치과에서나 발생 가능한 일이기에 더 심란하다.

 

모든 대면 직업이 그렇듯이 치과도 마찬가지로 늘 소소한 불만이 존재한다. 마음에서 일단 불만이 발생하면 이성이 아닌 감정 문제로 바뀌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없어진다. 치과는 전문분야여서 치과의사가 옳을 가능성이 높지만, 불만은 감정 문제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향이 크다. 감정이나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치과의사는 상대의 잘못된 부분에 멈춘 ‘이성의 덫’ 혹은 ‘옳음의 덫’에 걸려들기 쉽다. 감정이나 감성적 접근을 하지 못하고 논리적인 답변에만 몰입되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경우다.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면에서 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때 생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불만이 생겼는데 의사 말을 듣고 스스로 잘못 생각했다고 시인하는 것은 성현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가족 간에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난 사람을 만나면 설득하려는 노력보다 들어주고, 타당성이 없더라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부분적이라도 긍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긍정할 내용조차 없다면 환자가 치과에서 화나게 된 사실에 대해서라도 사과하면 화가 조금 누그러질 수도 있다. 최소한 화가 누그러져야 대화도 이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누군가 수긍해야 해결이 된다면, 상대가 비상식적이거나 분노 조절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옳음과 이성을 떠난 ‘생각의 유연성’을 생각해야 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미친× 머리에 꽂은 꽃과 탈팡
요즘 ◯팡의 뉴스가 난리도 아니다. ◯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로켓배송이란 이름으로 주문 다음 날 빠르게 배송을 하며 동종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회사다. 그 회사에서 얼마 전 이용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었다. 그러나 회사는 후속 처치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급기야 국회청문회가 열리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가관이다. ◯팡 청문회를 보다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가 연상되었다. 동문서답하는 것도, 불리한 것은 ‘모른다’로 일관하는 것도, 최고 책임자에 대한 질문에는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것도 모두 유사한 풍경이었다. 단지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청문회에서는 고개를 빳빳이 세운 장세동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이번 청문회에서는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관한 외국인 변호사 바지사장이 대조적으로 오버랩되었다. 게다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장 연차가 높은 부사장은 취직한 지 1년이 안 되었고, 부사장이 몇 명인지도 모른다고 답변하였다. 청문회를 보는 내내 무슨 마약 범죄조직의 점조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팡 사용자는 늘었

재테크

더보기

S&P500 자산배분, 2025년을 마감하며 산타랠리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다

2025년 연말을 앞두고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연말 특유의 계절적 강세, 이른바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편, 경기 둔화 가능성과 주식시장의 고평가 논란을 근거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배분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랠리의 성사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현재 시장이 기준금리 사이클상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 보다 본질적인 과제가 된다. 자산배분 투자는 특정 자산의 단기성과를 맞히는 데 목적을 둔 전략이 아니다. 금리와 유동성, 경기 국면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자산과 불리해지는 자산을 구분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장기적인 위험 대비 수익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는 자산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동일한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이 발표되더라도, 금리 사이클상 어느 국면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시장의 해석과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에서 금리 인하 국면에 해당하는 오른편 구간을 A-B-C-D로 나누어 살펴보면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