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발생하는 사건 사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정리된다. 돈과 인성이다. 동양사상은 삶을 두 가지 축으로 본다. 돈과 명예다. 명예를 추구하는 시대와 돈을 추구하는 시대가 순환한다. ‘폼생폼사 ;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라는 말이 있던 시대가 ‘명예의 시대’였다. ‘냉수 먹고도 이를 쑤신다’는 속담의 시대다. 어찌 보면 허세로 보이지만 도덕과 양심이 지배하는 정신이 건강한 사회이기도 하다. 돈(재;財)의 시대는 모든 것에서 돈이 우선한다. 돈은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 순기능을 하면 재생관(財生官)으로 명예를 살린다. 예를 들면 학자금은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킨다. 남을 돕는데 사용된 돈은 자신의 명예를 높인다. 반면 돈을 벌기 위해 인성을 버리면 역기능이다.
즉, 돈(재:財)이 인성을 극하는 것으로 재극인(財剋印)이다. 인성이 무너지면 명예가 실추된다. 이런 돈의 시대와 인성의 시대는 순환을 하며, 지금은 ‘돈의 시대’다. 돈의 시대는 인성이 무너진 때이다. 돈의 가치가 인성의 가치보다 높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의 내면을 보면, 돈 아니면 무너진 인성 때문이다. 후안무치한 정치인이나 관료, 아동학대, 학폭, 성폭력, 사악한 드라마 등은 인성이 무너지며 나타난 현상이고, 영끌, 빚투 등은 돈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다룬 뉴스 대담에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성범죄 저지른 의사가 600명이 넘으며, 연간 100명이 넘는 데 이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의사에게 환자의 몸과 건강을 맡겨도 되냐는 질문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환자에게 성추행한 의사는 의사들 스스로 영원히 추방하는 데 앞장서야만 선량한 의사에게 불똥이 튀지 않는다고 늘 강조해왔다. 의사들이 자진해서 그런 의사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법 개정에 서둘렀어야 했다. 의사의 권위와 명예 추락은 의사에 대한 믿음 추락을 유도하고 결국은 진료행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와 여론이 의사에게 준 면허권을 일부 되돌려 받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스스로 반성하고 철저하게 정화시키려는 노력보다 밥그릇 지키기로 비치면서 예견된 일이다.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기보다는 돈 버는 일에 더 치중한다는 생각이 사회 속에 만연되면서 나타날 일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쌓여온 의사에 대한 나쁜 여론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총파업 등을 이야기하지만 여론을 바꾸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지난 10년 동안 내내 우려하였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환자를 전신마취하고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한 순간 모든 것은 그때 끝났다. 그때 모든 의사가 반성하고 철저히 정화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1년에 100명씩 성추행 사건이 지속됐다는 것에 대해 의료계는 할 말이 없다. 지금에야 그들만 골라서 처벌하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 같은 돈(財)의 시대를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의 속성 때문이다. 돈은 욕심을 기반으로 하여 아무리 많아도 만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욕심의 크기는 무한대다. 욕심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인성이지만, 돈이 인성을 파괴하기 때문에 욕심은 무한대가 된다. 돈의 시대에 정상적인 인성을 지니고 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부화뇌동하여 영끌하지 않고 빚투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렵다.
어제 뉴스에 가계 빚이 1,700조를 넘었다고 한다. 정부 부채 2,198조, 기업 부채 1,118조로 국가, 가계, 기업 부채가 총 5,000조이다. 역시 돈의 시대를 대변하는 모습이다. 가계 부채는 1인당 3,100만원, 한 가구당 8,000만원 꼴이라 한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 사회는 빚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빚은 이자를 기본으로 한다. 금리가 오르는 때가 문제다. 금리의 시작은 미국 FRB이다. FRB가 2024년까지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뉴노멀 시대라 말하지만, 그것이 더 신경에 거슬린다.
인성이 무너진 돈의 시대인 지금이 인성을 이야기할 때이며, 무너진 인성을 다시 세워야 할 적기이다. 돈 때문에 숨이 막히기 전에 욕심을 줄이는 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