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에서 94년생 여성이 반복되는 저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라고 말하며 햄버거를 먹은 사건이 화제다. 그녀는 기차 안에서 마스크 쓰기도 거부하고 큰 소리로 전화를 걸며 요청을 거부했다. 이 기사를 보며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과연 그녀의 아빠가 누굴까. 20대 여성이 공공장소인 KTX에서 규정을 어기고, 저지하는 이에게 반감을 갖고, 유치원생 정도의 말을 던진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녀 아빠는 어떤 생각일까.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에는 몇 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나는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권력을 가진 아빠의 딸이기 때문에 특권이 있다’, ‘나는 법을 지키지 않아도 언제든지 빠져나올 유능한 변호사가 많아서 법 위에 있다’, ‘나는 아빠의 돈과 힘으로 너에게 얼마든지 위해를 가할 수 있으니 알아서 기어라’이다. 7~80년대 군사정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2021년인 지금 과연 그런 특수한 권력을 뒤에서는 모르지만 대놓고 누릴 수 있는 자가 누굴까?
대통령이나 장관 등 고위직과 선출직은 한 번에 훅 간다. 예전에 경기도지사가 “나 경기도지사에요”라고 말하고 그 이후로 사라졌다. 재벌들도 몸 사리기는 마찬가지다. 모 항공사의 땅콩회항 사건은 회사에 타격을 주었고 결말이 좋지 않았다. 병원이나 유명 음식점을 해도 매스컴을 타면 한 방에 훅 간다. 웬만한 중견기업도 일단 노출되면 견디기 힘들다. 모 국회의원의 아들이 계속 사고를 치고 있다. 과연 다음번에 또 선출될 수 있을까? 아빠는 죽을 맛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그 아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에 당당하게 돈과 권력으로 대놓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일지 정말 궁금하다.
20대 여성이 공공질서를 대놓고 무시하고 유아적 대처를 하는 것은 또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물론 요즘 우리 사회가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많다. 그런 맥락일까. 인성을 전제한 상식은 이제 소용이 없어진 것일까. 20대 유아적 사고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공질서를 지켜달라는 요청에 반발할 정도로 이성이 무시된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 사회 미래는 어떻게 변해갈까. 그녀는 큰 소리로 아빠에게 전화로 일렀다고 전해진다. 과연 그 전화를 받은 아빠는 뭐라고 답변했을까. 딸이라고 편을 들었을까. 아니면 공공질서를 지키라는 충고를 주었을까. 만약 후자 아빠라면 그리 행동하는 딸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어떤 놈들이 귀한 내 딸을 건들어’라고 생각하는 아빠가 지금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빠는 이 사건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자기 딸인 줄도 모르고 필자처럼 비난하고 있지나 않을까.
20대 딸을 가진 필자의 입장에선 뭔가 씁쓸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건이다. 물론 그녀가 지금 20대 여성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한 마리 제비가 여름을 대변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가까워졌음을 암시하듯이, 이런 사건 하나가 발생하는 것은 우연은 아니란 생각이다. 후안무치 대명사였던 아줌마들 행동을 20대 아가씨가 한다는 것이 문제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겪으면서 후안무치가 된 아줌마 행동은 눈살은 찌푸려지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고 일파만파 커지자 그녀가 사과를 하고 그녀 아빠는 보통 사람이라는 후속 보도가 보인다. 보통 아빠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라고 했다면 그 아빠는 성공한 것이다. 요즘 많은 10~20대가 ‘왜 우리 아빠는 빌딩도 없고, 아파트가 2~3개도 없고, 재수 없어 그런 집에 태어나지도 못한 것일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다’라고 생각한다.
가끔 10대 아들과 트러블이 있는 엄마와 상담하다가 세 가지를 사과하라고 조언한다. ‘아들아! 공부 안하고도 평생 놀고먹을 수 있는 빌딩 하나 없는 것이 미안하다. 공부 안 해도 100점 맞을 수 있는 천재 머리를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줄 수 있는 것이 사랑뿐이라서 미안하다.’ 그들은 이미 양극화 사회적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부모 역할이 정말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