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7.8℃
  • 구름많음강릉 11.2℃
  • 박무서울 8.6℃
  • 흐림대전 7.4℃
  • 박무대구 3.2℃
  • 박무울산 10.2℃
  • 광주 9.9℃
  • 구름조금부산 13.9℃
  • 흐림고창 11.8℃
  • 흐림제주 17.5℃
  • 흐림강화 9.9℃
  • 흐림보은 2.7℃
  • 흐림금산 4.0℃
  • 흐림강진군 8.0℃
  • 맑음경주시 5.4℃
  • 구름많음거제 9.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용서란?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08)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용서(容恕)는 한자어이며 국어사전에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해석을 보면 행위에 대한 설명이고 행위를 하는 주체자의 생각이나 마음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한자 ‘容恕’를 풀어서 보면 ‘容’은 외적으로는 얼굴이나 용모를 의미하고 내적으로는 속내 혹은 속에 든 것을 의미한다. ‘恕’는 如(한결같음)와 心(마음)으로 구성되어있다. 한결같은 마음이 ‘용서할 서(恕)’이다. 즉 상대를 보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단계를 의미한다. 특히 如(한결같음)는 공(空)과 같이 일체 동요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여(如如)가 부처의 마음 상태이고 경지를 의미한다.

 

진정한 용서란 국어사전적인 행동에 대한 정의가 아니고, 한자 뜻이 의미하는 내면적인 마음에서 상대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 무심한 경지에 들었을 때가 진정한 용서다. 즉 꾸짖거나 벌하지 않는다고 용서가 된 것이 아니다. 영어로 forgiveness 역시 for(멀리)와 give(주다)로 ‘마음 밖에 내 보내다’ 즉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한자 의미와 유사하다. 상대를 보고 마음에서 분노든 미움이든 억울함이든 어떤 동요도 일어나지 않아 비로소 용서가 된 것이다.

 

요즘 연예계와 스포츠계에서 학폭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학폭을 당한 피해자는 결코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건들을 때가 되어 밝히게 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힘이 없었거나 어떤 상황이 마음이 배제된 국어사전적 용서를 강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으로 용서하지 못하고 내면으로 들어간 사건은 평생을 두고 유사한 사건이나 상황을 만나면 생각나고 그때마다 분노하거나 저주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는 기억못하는 하찮은 일일 수도 있으나 피해자는 마음에 큰 상처로 남는다. 마치 아이들이 장난삼아 돌을 던지지만, 개구리 입장에서는 죽고 사는 문제인 것과 같다.

 

살다 보면 용서 못 할 사람을 만난다. 필자도 몇 명을 만났었다. 그들을 만나거나 생각할 때마다 분노가 올라왔었다. 어떤 때에는 야비하고 비열하고 나쁜 놈이니 착한 사람들을 위해 사회에서 제거해달라고 매일 기도를 드린 때도 있었지만, 신은 그런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거나 대부분 답변하지 않았다. 반대로 더 잘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악하게 살고있는 그들 삶이 썩은 고기를 찾는 벌레들처럼 불쌍해 보였다. 그 후로 그들을 생각해도 분노가 올라오지 않고 평정심이 유지되었다. 그들이 행하였던 악행들이 더이상 필자 마음을 흔들지 않았다. 그들을 용서한 적이 없지만, 그들은 더 이상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이 죽었을지 여전히 악하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관심 밖이니 더는 알지 못한다. 만약 필자가 용서하려 노력했다면 용서하려는 마음과 분노하는 마음이 충돌하여 아직도 마음에서 지우지 못했을 것이다. 용서는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삶을 보는 눈이 달라져야 나쁜 놈이 불쌍한 사람으로 바뀐다. 성경에서 용서는 일곱 번을 일흔 번 하라고 가르친다. 금강경에서는 팔다리를 다 잘려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용서는 행동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의 상태이다. 결코 강요나 설득에 의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20~30년 지난 일들을 왜 이제야 밝히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피해자 내면에 들어간 피해 기억은 시간이 멈추어져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동일한 상황을 만나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마음 문제에는 시간 경과가 영향을 주지 못한다. 가해자가 용서를 빌어도 피해자가 용서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용서하지 못하고 피해 사건을 계속해서 마음속에 안고 사는 것 역시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해자의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행동은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 있다.

 

미국 정신과의사 토마스 사즈는 ‘어리석은 자는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는다. 순진한 자는 용서하고 잊는다. 현명한 자는 용서하나 잊지는 않는다’라고 하였지만, 평온한 자는 마음에 가해자가 없어 용서할 것조차 없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