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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LH사건과 세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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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11)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어느 날 세종은 조정대신들에게 뇌물을 주고받는 자를 처벌하는 뇌물금지법을 만들라는 어명을 내렸다. 받은 자만 처벌하던 것에서 공여자까지 처벌하겠다는 의도였다. 2015년에 시행된 김영란법의 원조였다. 사실 조선시대는 뇌물공화국이었다. 아전은 월급이 없었고 관직은 삼정승과 판서들 주청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령과 관찰사들은 뇌물을 받고 올리는 순환구조였다.

 

뇌물은 국가재정을 악화시켰다. 이런 부패를 약화시켜 국가재정을 튼튼히 할 목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세종에서 세조 때까지 재정 수입이 가장 좋았다. 이 법을 만든 세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을 만나고 판결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세종은 끝까지 파헤치지 않고 늘 흐지부지하게 끝냈다. 증거보다 진술에 의존하던 당시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무고한 사람이 만들어지고 힘없는 자가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을 세종은 알고 있었다.

 

세종은 뇌물방지법을 강하게 쓰고 싶었지만 힘없는 자가 더 많이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세종은 재정수입을 증가시키고 공직자에게 적당한 경종을 주려는 목적만 달성하고 힘없이 억울한 무고한 자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으려 법 집행을 강하게 하지 않았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사용한 방법도 뇌물이다. 적국 대신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어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만들게 하였다. 반란군 장군을 뇌물로 풀어주어 명나라가 망했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한 것도 뇌물을 주면서였다. 역사에서 뇌물을 주는 나라는 흥하고 받은 나라는 망했다. 한 국가를 흥하고 망하게 하는 원동력이 뇌물이다. 을사오적이 일본으로부터 수많은 뇌물을 받으며 조선이 망했고,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뇌물로 제공된 그 땅들을 환수하려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요즘 최대 이슈가 LH공사 땅 투기 사건이다. LH만의 문제가 아니고 땅과 관련된 대다수 공직자가 투기를 하였다. 개발지역 땅을 미리 사들이고, 자기 땅 옆으로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았다. 과거 뇌물의 온상이었던 공직이 셀프 뇌물인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투기로 탈바꿈하였다. 그나마 뇌물은 아니고 제공자가 없으니 다행한 일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스스로 대출받고 정보를 공유할 사람을 구하고 열심히 움직였으니 앉아서 가만히 뇌물만 받는 것보다는 노력이 가상하다.

 

정보가 다른 이에게 노출될까봐 마음고생도 조금을 했을 것이다. 나중에 걸려도 법망을 피하여야 하니 법 공부도 했을 것이다. 불법이 아니라면 불소급원칙에 의해 이익환수가 어려우니 명예는 잃어도 돈은 남을 것이니 남는 장사다. 오로지 자신의 지식과 정보로 판단하고 행하는 것이니 그 돈은 자신들의 노력의 결과이고 권리라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뇌물을 받은 것은 아니니 아주 나쁜 놈들이 아닌 것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누군가는 그 일을 또 해야 하고 그들은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물론 지금 공직자 땅투기금지법을 만들고 환수하는 법을 만든다고 하지만 늘 법은 틈새가 있다. 위대한 세종도 어쩌지 못한 것이 뇌물이었다. 진실을 가리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파헤치는 것을 포기하였다. 뇌물처럼 제공자가 있는 것도 아닌 셀프뇌물인 공직자 투기를 법으로 막는 것은 어쩌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윤리교육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지도 모르지만, 기본윤리가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공직자들에게 높은 윤리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강력한 처벌과 이익환수와 내부고발에 대한 높은 보상이다. 이것 중에서 가장 확실하고 효과 있는 방법은 슬프지만 고발이다. 군사정권 시절에 간첩을 신고하면 집 한 채씩을 주었듯이 내부 고발자에게 그 정도 높은 보상을 해주면 가장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동료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공무원들이 투기 한탕에 뛰어들었고, 세종대왕을 닮으라고 이름 지은 세종시는 공직자 투기판이 되었다. 600년 전 세종대왕이 고민하던 일을 지금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세종대왕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이제 우리가 해야 한다.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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