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즐거운 치과생활

코로나 블루와 자기돌봄

URL복사

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할 이야기가 코로나밖에 없나 싶으면서도, 지금 당장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는 없어서 또 하게 된다.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이들이 잘 못 들어봤을 ‘자기-돌봄’을 배우는 기회라 생각하고 들어보면 좋겠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와 우울(blue, 블루)이 합쳐진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을 의미한다. 코로나19보다 더 전염력이 높은 것이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다. 불면, 우울감, 피로, 긴장 등 필자 역시 겪었던 증상들과 기억력 저하, 지남력 상실(시간 또는 공간 개념을 잃어버리는 현상), 환청, 공격적 분노 폭발 등 심각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병원에는 코로나 선별 진료소에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받고 온 사람도 있다. 열이 나고 몸이 아픈 것 같아서 진료소에 뛰어갔는데, 초창기로 검사가 지금만큼 보편화되지 않아서 실제 유증상자만을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거절을 당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진료소를 찾아간 그 사람은 마침내 “선생님, 죄송하지만 선생님이 진료를 받으실 곳은 여기가 아니라 신경정신과인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아직 정식 질환은 아니지만,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지속되면 기존 정신과 질환들의 재발과 악화에 관여하게 되고, 내과적인 병 등 다른 질환들의 관리에도 소홀해지게 되어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어 문제다.

 

백신이 개발되어서 곧 잡힐 것 같으면서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환자 수를 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마스크를 쓴 채 이런 저런 제한을 받는 생활을 영원히 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 떠올리게 되는 글이 있다.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 압도적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책 ‘미움받을 용기’에 나오는 글이다.

 

신이여

바라옵건대 제게 바꾸지 못하는 일을

받아들이는 차분함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늘 구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 중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에 이만큼 적절한 이야기도 없을 듯 싶어 재인용해 보았다. 코로나19로 휙 날아가 버리다시피 한 2020년의 모든 일들은 우리가 바꾸지 못하는 일이다. 참 아쉽게도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일들은 또 따로 있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누리던 것들을 포기하는 일이라든가, 답답하고 힘들지만 마스크 꼭꼭 챙겨 쓰고 다니는 일은 뜨거웠던 한여름엔 용기까지 필요했던 게 맞다.

 

마스크를 안 쓰겠다고 하다가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어떤 이의 바이럴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분명 꼭 필요한 비행이라 짐가방 싸들고 공항까지 나가서 귀찮은 모든 과정 다 겪은 뒤 탑승했던 걸 텐데, 출동한 경찰의 안내로 내려야 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용기를 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차이를 구분하는 지혜’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재난정신건강위원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건강지침’에는 “첫 번째 화살은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느끼는 신체적, 경제적인 어려움은 모두 현실적 스트레스 상황에 기인한다. 이것이 첫 번째 화살이다. 감염 위기 상황에서 (그 상황에 대한 내면의 반응으로) 불안, 공포, 짜증, 혐오 등 부정적 감정과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두 번째 화살이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조절하고 관리하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자기-돌봄’이다. 돌봄이라는 말은 익숙할 것이다. 대개 어린이를 돌보거나 병약하신 분들을 돌본다는 맥락으로 알던 분들에게 ‘나를 돌보세요!’라는 말은 낯설게 들리기 쉽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살아야 다른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법.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내가 나를 챙겨주는 것이 정신건강 관리의 시작이다.

 

그럼 나는 나를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 건물을 지을 때 기초 공사가 중요하듯, 우리 삶을 세울 때에도 기초 공사가 중요하다. 우리 삶의 기초 공사는 ‘먹고 자기’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잠 안 자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잠을 자야만 다른 일상이 잘 굴러간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식사와 잠을 챙기길 권한다. 인생에 있어서는 굵고 짧은 것보다 가늘고 긴 게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사실 필자가 그렇다) 더더욱 식사와 잠을 챙기길 부탁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흔한 병인 ‘주요우울증’을 진단할 때, 정신과 의사들은 9개의 진단 기준 가운데 5개 이상 해당하는지 점검을 한다. 그냥 좀 우울한 것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한다면 우울증 진단을 안 받을 사람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울증이라는 병명답게 진단기준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은 우울함과 재미없음이다. 그 다음 항목은 뭘까? 촉이 예민한 독자들이라면 짐작했을 것이다. 먹고 자는 것에 대한 점검이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을 차지한다. 평상시대로 잘 먹는지, 혹시 입맛을 잃어 체중까지 빠지거나 거꾸로 너무 먹어 체중이 늘어나는지? 평상시대로 잘 자는지, 혹시 잠을 못 이루어 힘들거나 거꾸로 너무 많이 자서 일상이 흔들릴 정도인지? 그만큼 먹고 자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챙기면 좋은 것은 ‘항상 반복되는 일정한 그 무엇’이다. 우리 뇌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규칙적이고도 꾸준한 상태를 안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성향도 동시에 갖고 있다. 나가서 신나게 노는 것도 필요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내 방에서 안락하게 잠을 자야만 하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이 지금 놓인 장소는 어디인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든, 중무장을 하고 출근을 하는 경우든, 여타 치과의사들처럼 감염 위협을 무릅쓰고 진료실에 임하는 경우든, 내가 늘 해와서 익숙한 삶의 한 토막을 지금의 삶에 유지하도록 노력해 보자. 아, 역시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라든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세수하는 거라든가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늘 듣던 출근길 음악이 있으면 거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점심시간에 자주 가던 식당을 찾아가기 어렵다면 그 식당에서 요새 트렌드답게 포장해 먹는 것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음 관리를 위해 챙겨야 할 것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생각해 보자. 이것은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동안 더 행복해지는 건 나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기쁨이 그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되, 그들을 위해서 챙긴다고 생각하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챙긴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막상 챙김을 받는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였든 상관없이 행복해질 테니까.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힘들어지는 이 시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행복이 모여 우리가 있는 이곳이 다 같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