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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치과의사 A씨의 코로나19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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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원고는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치과의사의 기고문입니다.

 

3월의 따뜻한 봄날, 우리 치과의 매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좋은 달이었다. 집사람도 기분이 좋았는지 저녁밥상의 메뉴가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4월 3일 모든 것이 정지되고 만다.

 

4월 3일 토요일 11시 반쯤, 병원에 꾸준히 다니던 중년의 아주머니 환자분께서 하악구치부 보철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당연히 체온 측정 및 코로나 문진표 작성을 완료한 상태였으며, 아무런 코로나 증상이 없는 분이셨다. 그날 크라운 2개를 치료하느라 1시간 반정도 치료를 받고 가셨다.

 

그렇게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이 평범하게 지나가고, 4월 5일 월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료하였고, 4월 6일 화요일에 출근해 오전 11시까지 평소처럼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11시경, 보건소 코로나 역학담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확진자 동선에 우리 병원이 있다고… 청천벽력 날벼락이었다. 누구냐고 했더니 크라운 치료받은 그 아주머니였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나를 포함해 병원직원들 모두 코로나 검사 대상이라고 했다.

 

급히 오후환자를 전화해서 미루고, 수요일 환자까지 미뤘다. 오후에는 방역팀에서 나와 병원전체 방역을 한다고 하여, 그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지 못했다. 4월 7일 수요일 오전에 출근한 직원들을 차에 태우고 보건소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4월 8일 목요일 오전 7시에 확진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증상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더니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라는 통지를 받았고, 오후 1시경에 승합차 한 대가 집 앞에 와서 나를 보쌈하듯 차에 구겨 싣고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이 모든 사건들이 단 2~3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 정신줄을 붙잡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우리 집사람과 고등학생 아들도 나와 밀접 접촉자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했고, 둘 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4월 9일 금요일에 내가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역시 난리가 났다. 선생님, 학생들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학원 선생님, 학원 친구들 역시 코로나 검사를 받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셋은 전부 무증상자였고, 병원직원 중 남자직원은 확진, 여자직원 둘은 음성판정, 음성인 둘은 집에서 자가격리 14일 처분을 받았고, 확진된 남자직원의 아내, 아들, 딸, 장인어르신까지 모두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게 된다. 정말이지 코로나의 엄청난 전파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이들 초등학교, 학원 등등 일파만파 검사대상은 확대되고 만다. 다행히 아들녀석 고등학교 및 학원 접촉자들은 모두 음성, 남자직원의 아이들 초등학교, 학원 접촉자들도 모두 음성, 여기까지가 우리병원에 왔던 확진자가 남긴 전파흔적이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후 안내에 따라 방을 배정받고, 생활수칙을 교육받고, 매일 2회씩 체온, 혈압, 맥박 등의 생징후를 체크해 모바일 앱에 기록을 해야 하며, 생활쓰레기 역시 폐기물처리지침에 따라 박스에 담아서 테이프로 밀봉해 문 앞에 내다 놓아야 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생필품이 제공되며, 커피 같은 기호품도 제공되었다.

 

생활치료센터는 1인 격리실이 원칙인지라 17세 아들도 혼자서 방을 쓰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며칠 남지 않은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 때문에 아들이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 2성급 호텔을 개조해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TV에서 성인방송이 버젓이 나오는데 착잡함을 금치 못하고 센터 관계자에게 아이가 있으니, 방송을 좀 꺼달라고 부탁했고, 3일째부터 야한 성인채널은 안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편의점 도시락 수준의 아주 형편없는 음식이었지만, 며칠은 정신도 없고 해서 그냥 저냥 먹었으나, 이후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서 열흘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했지만, 나름 계획을 세워서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대학원 과제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3일째, 드디어 정신이 좀 든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카드결제일,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돈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연체될라 꼼꼼히 인터넷뱅킹으로 다 챙기고, 직원들 급여도 주고 임대료도 내고, 들어오는 수입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는 극강의 마이너스 상황이었지만, 다행인 것은 3월에 벌어놓은 수입이 있어서 그나마 버텨낼 수 있었다. 1년째 투병 중이신 홀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은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펑펑 우신다. 무증상자라고 계속 말씀드려도 내일모레 쉰 살이 되는 아들이 못내 걱정이 되시나 보다.

 

입소 4일째,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열이나 근육통 같은 몸살 증상은 전혀 없었으나, 미각과 후각이 사라졌다. 아무 맛도 못 느끼고, 냄새도 전혀 못 맡는… 그래서 맛없는 식사가 더욱 무맛이 되었다. 확진된 남자직원과 전화해보니 역시나 후각과 미각이 사라졌단다. 심지어 남자직원의 가족은 미열과 근육통 등 코로나 증상까지 보인다고 했다. 자가격리 중인 여직원 둘은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한다.

 

입소 5일째부터는 적응이 되었는지 하루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간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전날 뉴스기사를 검색하고, 스쿼트와 런지 등 맨손운동을 30분 가량해서 땀을 흠뻑 낸다. 그런 후에 샤워를 깨끗이 하고 나면 8시반쯤 되고, 아침이 나온다. 뉴스채널을 틀어놓고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집사람과 아들녀석에게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수다를 좀 떨다가 그 공간이 또 뭐라고 나름 청소 및 정리정돈을 한다. 인터넷뱅킹도 하고 주식시황도 체크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고 병원직원들 단체 카톡방에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본다. 쓰레기 박스 밀봉해서 내다 놓고 새 박스 받아서 세팅하고, 오후 2시쯤에 1시간 가량 낮잠을 자고 나면, 다시 맨손체조 30분을 하고 다시 한번 땀을 쭉 빼고 샤워한다. 그리고 가져간 책을 읽고 있으면 저녁시간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TV를 다시 켠다. 골프방송, 프로야구 경기 등을 시청하다 보면, 10시 조금 넘으면 졸린다.

 

같은 패턴으로 6일간을 생활하고 드디어 4월 18일 일요일 오전 10시에 퇴소 판정을 받고 여기에 올 때 탔던 승합차로 집으로 왔다. 집사람과 아들은 하루 늦게 입소했기에 다음날 퇴소하였다. 하지만, 병원의 정상진료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었다.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던 두 명의 여직원은 4월 22일까지 자가격리기간이었고, 그날 코로나검사를 다시 받아서 음성판정이 나와야만 정상 출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22일부터 병원에 출근해 미뤄놨던 환자들께 안부전화를 하며 26일부터 정상진료 한다고 말씀드렸고, 음성판정을 받은 직원들과 드디어 4월 26일 월요일부터 정상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분들께서 우리 병원 식구들 걱정도 해주시고, 기다렸다가 다시 치료받으러 오시니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4월이 지나갔다. 4월은 계산을 해보니 9일밖에 진료를 못했고, 병원 매출은 3월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들의 중간고사는 폭망했고, 집사람은 무기력해졌으며, 나는 요즘 악몽을 자주 꾸는데 꿈에서 일어나면 생활치료소 침대! “악~” 소리내고 진짜로 일어나면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에서 안전하게 회복되었고,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코로나의 정신적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났고, 병원 역시 예전과 다르지 않게 운영되고 있으며, 아들은 기말고사에서 대역전극을 노리겠다며 이를 갈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집사람 또한 헬스클럽과 골프연습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나에게까지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겪고 보니 전파력이나 감염력 측면에서 엄청난 녀석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루빨리 전국민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마스크없이 거리를 걷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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