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6.5℃
  • 맑음강릉 7.5℃
  • 흐림서울 7.6℃
  • 맑음대전 4.1℃
  • 흐림대구 4.0℃
  • 맑음울산 9.5℃
  • 맑음광주 10.0℃
  • 맑음부산 12.5℃
  • 맑음고창 11.2℃
  • 맑음제주 13.0℃
  • 흐림강화 9.0℃
  • 맑음보은 -0.6℃
  • 맑음금산 2.2℃
  • 맑음강진군 4.9℃
  • 맑음경주시 3.1℃
  • 맑음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즐거운 치과생활

치과의사 A씨의 코로나19 극복기

URL복사

※ 본 원고는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치과의사의 기고문입니다.

 

3월의 따뜻한 봄날, 우리 치과의 매출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좋은 달이었다. 집사람도 기분이 좋았는지 저녁밥상의 메뉴가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4월 3일 모든 것이 정지되고 만다.

 

4월 3일 토요일 11시 반쯤, 병원에 꾸준히 다니던 중년의 아주머니 환자분께서 하악구치부 보철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당연히 체온 측정 및 코로나 문진표 작성을 완료한 상태였으며, 아무런 코로나 증상이 없는 분이셨다. 그날 크라운 2개를 치료하느라 1시간 반정도 치료를 받고 가셨다.

 

그렇게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이 평범하게 지나가고, 4월 5일 월요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진료하였고, 4월 6일 화요일에 출근해 오전 11시까지 평소처럼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11시경, 보건소 코로나 역학담당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확진자 동선에 우리 병원이 있다고… 청천벽력 날벼락이었다. 누구냐고 했더니 크라운 치료받은 그 아주머니였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나를 포함해 병원직원들 모두 코로나 검사 대상이라고 했다.

 

급히 오후환자를 전화해서 미루고, 수요일 환자까지 미뤘다. 오후에는 방역팀에서 나와 병원전체 방역을 한다고 하여, 그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지 못했다. 4월 7일 수요일 오전에 출근한 직원들을 차에 태우고 보건소 코로나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4월 8일 목요일 오전 7시에 확진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증상이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더니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라는 통지를 받았고, 오후 1시경에 승합차 한 대가 집 앞에 와서 나를 보쌈하듯 차에 구겨 싣고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이 모든 사건들이 단 2~3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 정신줄을 붙잡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우리 집사람과 고등학생 아들도 나와 밀접 접촉자이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했고, 둘 다 양성 확진 판정을 받고 4월 9일 금요일에 내가 있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역시 난리가 났다. 선생님, 학생들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학원 선생님, 학원 친구들 역시 코로나 검사를 받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셋은 전부 무증상자였고, 병원직원 중 남자직원은 확진, 여자직원 둘은 음성판정, 음성인 둘은 집에서 자가격리 14일 처분을 받았고, 확진된 남자직원의 아내, 아들, 딸, 장인어르신까지 모두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게 된다. 정말이지 코로나의 엄청난 전파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이들 초등학교, 학원 등등 일파만파 검사대상은 확대되고 만다. 다행히 아들녀석 고등학교 및 학원 접촉자들은 모두 음성, 남자직원의 아이들 초등학교, 학원 접촉자들도 모두 음성, 여기까지가 우리병원에 왔던 확진자가 남긴 전파흔적이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후 안내에 따라 방을 배정받고, 생활수칙을 교육받고, 매일 2회씩 체온, 혈압, 맥박 등의 생징후를 체크해 모바일 앱에 기록을 해야 하며, 생활쓰레기 역시 폐기물처리지침에 따라 박스에 담아서 테이프로 밀봉해 문 앞에 내다 놓아야 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생필품이 제공되며, 커피 같은 기호품도 제공되었다.

 

생활치료센터는 1인 격리실이 원칙인지라 17세 아들도 혼자서 방을 쓰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으며 며칠 남지 않은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 때문에 아들이 고생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짠했다. 2성급 호텔을 개조해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TV에서 성인방송이 버젓이 나오는데 착잡함을 금치 못하고 센터 관계자에게 아이가 있으니, 방송을 좀 꺼달라고 부탁했고, 3일째부터 야한 성인채널은 안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식은 편의점 도시락 수준의 아주 형편없는 음식이었지만, 며칠은 정신도 없고 해서 그냥 저냥 먹었으나, 이후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 갇혀서 열흘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막막했지만, 나름 계획을 세워서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고 대학원 과제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생활치료센터 입소 3일째, 드디어 정신이 좀 든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카드결제일,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돈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연체될라 꼼꼼히 인터넷뱅킹으로 다 챙기고, 직원들 급여도 주고 임대료도 내고, 들어오는 수입은 없고 나가는 돈만 있는 극강의 마이너스 상황이었지만, 다행인 것은 3월에 벌어놓은 수입이 있어서 그나마 버텨낼 수 있었다. 1년째 투병 중이신 홀어머니께도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님은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펑펑 우신다. 무증상자라고 계속 말씀드려도 내일모레 쉰 살이 되는 아들이 못내 걱정이 되시나 보다.

 

입소 4일째,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열이나 근육통 같은 몸살 증상은 전혀 없었으나, 미각과 후각이 사라졌다. 아무 맛도 못 느끼고, 냄새도 전혀 못 맡는… 그래서 맛없는 식사가 더욱 무맛이 되었다. 확진된 남자직원과 전화해보니 역시나 후각과 미각이 사라졌단다. 심지어 남자직원의 가족은 미열과 근육통 등 코로나 증상까지 보인다고 했다. 자가격리 중인 여직원 둘은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한다.

 

입소 5일째부터는 적응이 되었는지 하루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간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전날 뉴스기사를 검색하고, 스쿼트와 런지 등 맨손운동을 30분 가량해서 땀을 흠뻑 낸다. 그런 후에 샤워를 깨끗이 하고 나면 8시반쯤 되고, 아침이 나온다. 뉴스채널을 틀어놓고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집사람과 아들녀석에게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수다를 좀 떨다가 그 공간이 또 뭐라고 나름 청소 및 정리정돈을 한다. 인터넷뱅킹도 하고 주식시황도 체크하다 보면, 금방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고 병원직원들 단체 카톡방에 이것저것 안부를 물어본다. 쓰레기 박스 밀봉해서 내다 놓고 새 박스 받아서 세팅하고, 오후 2시쯤에 1시간 가량 낮잠을 자고 나면, 다시 맨손체조 30분을 하고 다시 한번 땀을 쭉 빼고 샤워한다. 그리고 가져간 책을 읽고 있으면 저녁시간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TV를 다시 켠다. 골프방송, 프로야구 경기 등을 시청하다 보면, 10시 조금 넘으면 졸린다.

 

같은 패턴으로 6일간을 생활하고 드디어 4월 18일 일요일 오전 10시에 퇴소 판정을 받고 여기에 올 때 탔던 승합차로 집으로 왔다. 집사람과 아들은 하루 늦게 입소했기에 다음날 퇴소하였다. 하지만, 병원의 정상진료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었다. 14일간 자가격리를 했던 두 명의 여직원은 4월 22일까지 자가격리기간이었고, 그날 코로나검사를 다시 받아서 음성판정이 나와야만 정상 출근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22일부터 병원에 출근해 미뤄놨던 환자들께 안부전화를 하며 26일부터 정상진료 한다고 말씀드렸고, 음성판정을 받은 직원들과 드디어 4월 26일 월요일부터 정상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분들께서 우리 병원 식구들 걱정도 해주시고, 기다렸다가 다시 치료받으러 오시니 정말이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렇게 4월이 지나갔다. 4월은 계산을 해보니 9일밖에 진료를 못했고, 병원 매출은 3월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들의 중간고사는 폭망했고, 집사람은 무기력해졌으며, 나는 요즘 악몽을 자주 꾸는데 꿈에서 일어나면 생활치료소 침대! “악~” 소리내고 진짜로 일어나면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에서 안전하게 회복되었고,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코로나의 정신적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났고, 병원 역시 예전과 다르지 않게 운영되고 있으며, 아들은 기말고사에서 대역전극을 노리겠다며 이를 갈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고, 집사람 또한 헬스클럽과 골프연습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나에게까지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겪고 보니 전파력이나 감염력 측면에서 엄청난 녀석임이 분명해 보였다. 하루빨리 전국민 백신접종이 이루어지고,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마스크없이 거리를 걷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