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2 (일)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귤 한 개에 5만원(?)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7)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귤을 한 개에 5만원에 판 사람이 있다면 죄가 있을까?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면 사기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였다면 무죄이지만 사회성 결여다.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과자를 다른 데보다 꼭 2배 비싸게 파는 가게가 있었다. 어린 생각에도 이해가 되지 않아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곳보다 2배 비싸면 고객이 이곳으로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갈 텐데요. 왜 2배 비싸게 받나요?”라는 질문에 주인은 “2번 팔 것을 1번 팔면 되니 덜 수고스럽고, 다른 곳 갈 사람이 가는 것은 자유지”라고 답했다. 그 당시 주인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기억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행동이었다.

 

그 경우는 이상심리 분류 중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 APD)에 해당된다. 가게 주인은 물건을 사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았고, 가게가 앞으로 망할 것도 예측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힘들어질 가족들에 대한 염려도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그의 행동 속에 타인에 대한 생각이 전무했기 때문에 ASPD라고 판단할 수 있다. ASPD는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 혹은 타인의 권리와 감정에 대해 지속적이면서 당연하게 무시하는 행동 양상으로 정의된다. 자신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든 타인을 거리낌 없이 이용하거나 기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 사기, 무책임한 행동, 협박과 폭력 같은 범법행위를 하기도하고 이런 행동에 대하여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무책임감은 주요 특성이다. 이들은 애착과 정서적 유대 형성이 어려워 대인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보인다. 분노조절이 안돼 충동적이며 무모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한 사고가 결여돼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타인과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 의무와 재정적 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려는 생각이 없다.

 

‘반사회성’이란, 사회에 공통되는 인간의 적응행동으로 정의되는 ‘사회성’의 반대되는 말로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도덕·양심·윤리와 같은 사회적 정의가 개인적인 욕구보다 심리적으로 하위계층에 위치되어 나타나는 행동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지닌 경우에는 갑질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감정 공감 능력이 떨어지지만,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은 있어 위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다. 물론 그들도 심한 정도 차이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지 직접적으로 그들과 관련되면 이유도 모르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게 된다. 가게 주인으로 만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행여 환자와 의사관계로 만나면 생각하지 못한 고난을 겪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필자로 하여금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할 계기를 만들어준 “내가 돈을 내고 치료받으니 그 정도 기분 나쁜 것은 참아도 되지 않나요?”라는 명문의 교훈(?)을 준 20대 초반 여성 환자도 중등도의 ASPD였다. 지금이라면 그 말을 듣는 순간 ASPD라는 것을 인지하고 필자가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겠지만, 당시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환자 눈에 필자가 의사가 아니고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서비스맨이나 노동자 정도로 보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극소수의 환자에 국한되지만 처음 경험할 때는 잠을 못잘 정도로 충격이 크다. SNS에서 악플 댓글을 처음 볼 때도 유사하다. 상대방 마음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기 위한 악플은 분노 표출이나 가학증적인 성격도 있으나 반사회성인 ASPD 경우도 있다.

 

살면서 상대방 감정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향의 사람을 만난다면 ASPD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심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관계를 지속하지 않는 것이 본인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엮여있다면 접점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벽에 망치질하면서 벽이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우울과 불안의 관계
우울과 불안은 현대인 심리적 고통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물론 개개인으로 접근하면 성격에 따라 나타나는 형태와 민감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상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집착은 우울을 만들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다.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에서 불안은 늘 우울을 유도하기 때문에 우울 속에 불안이 포함되는 관계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파악한다. 인류가 탄생하고 좀 더 많이 우울하고 불안한 자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성향이 결국 DNA 속에 내재되었다. 인체가 감염되면 염증유전자가 발현되며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분저하 유발 시스템이 가동된다. 우울모드로 진입되면 외부 활동을 중지하고 에너지 비축으로 회복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한 모습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받는 데 유리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집중력을 높이고 위험 회피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되어 생존가능성을 높였다. 불안은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서 집단 내에서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집

재테크

더보기

이스라엘-이란 분쟁 속 2025년 6월 원달러 환율 시황과 전망

2025년 6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적으로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 또한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가와 달러인덱스의 움직임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으며, 환율의 향후 방향성에 따른 자산배분 전략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이 칼럼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글로벌 금리 사이클과 프랙탈 분석을 바탕으로 전망하고, 투자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2025년 6월 18일 현재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B~C 구간 후반부를 지나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위기 국면(C)의 진입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환율시장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필자의 지난 분석에 따르면, 경제위기 국면(C)의 시작은 2025년 4분기(10월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시기가 다가올수록 환율의 상승 압력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과거의 금리 사이클과 환율 움직임을 분석해보면, 환율은 대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급등하면서 이전 고점을 돌파하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나타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지난 두 달간 꾸준한 하락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